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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아가씨가 비행기를 타려면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전남 신안군 대흑산도에 가면 '흑산도 아가씨'를 부른 가수 이미자씨의 노래비가 있다. 이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흑산도에서 태어난 전후 세대들은 지금도 흥이 나면 이 곡부터 뽑는다. 쌀보다 고구마와 해물을 주식으로 삼았던 흑산도 여인들은 지금도 "남몰래 서러운 세월은 가고 물결은 천 번 만 번 밀려오는데"로 시작되는 노랫말을 접하면 가슴이 찡하다고 한다. 흑산도의 서정이 어디 여인들뿐이겠는가. 오랫동안 '가고 싶은 섬' 1위를 지켰던 홍도 관광은 바로 흑산도라는 특수한 환경에 기반을 둔 문화 현상이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흑산도에 공항을 건설하려는 사업이 추진됐다. 신안군수 선거 공약으로 첫 선을 보였던 흑산도 신공항 건설계획은 제주도 신공항과는 또 다른 결로 다가온다. 공항은 흑산도 주민들의 교통기본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등장했다. 공항이 유발하는 새로운 해양·생태관광 수요를 통해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전략도 공항 찬성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관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이런 논리를 떠나 현지에서 만난 상당수 여인들은 "비행기를 타고 육지를 오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흑산도에서 태어난 아가씨들은 대부분 육지에 나가 살고, 흑산도에 사는 여인들은 대부분 외지에서 시집온 분들이다. 흑산도에 공항이 생기면 건설 사업자들의 기대대로 육지로 시집간 흑산도 아가씨들이 가끔 비행기를 탈 것이다. 하지만 이 분들은 이미 흑산도 주민이 아니다. 이른바 교통기본권은 흑산도에 사는 3500명 남짓한 주민들의 이동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 공항을 추진하려면 주민들이 그들의 기본권을 누리기 위해 얼마나 비행기를 탈 것인지를 예측해야 한다. 비행기는 잘 해봐야 요금의 10%를 할인해 줄 것이기 때문에 배처럼 만만하게 타고 다니기 어렵다. 선박은 요금의 13% 정도만 내면 승선할 수 있다. 응급환자 수송은 큰 쟁점이 되지 못한다. 지금도 응급환자들은 119와 해양경찰의 도움을 받아 헬기나 고속정을 타고 육지로 이송된다.  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비용편익 분석에서 대형 SOC에 쓰이는 예비타당성 조사 체계에 따라 이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기회비용만을 계산한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에서 실시되는 비용편익 분석은 환경비용을 계산토록 했다. 또 사안이 복잡하면 현재의 생태계와 생물 다양성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자연혜택)에 대한 평가로 전환할 것이 요구된다.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가입했다. 개발사업에 대한 타당성 평가만으로는 부족하고 여느 선진국들처럼 본격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정당한 법의 절차가 있고 경제성 평가와 환경성 평가를 외면하고 정치적으로 밀어붙이기도 어렵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법언처럼 국립공원에서 공원시설이 아닌 곳에 공항을 건설하려면 힘의 논리나 정치적 흥정에 기대기보다, 국립공원 자체의 경로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 다도해 국립공원을 폐지하지 않는 한 국립공원이 아닌 울릉도와 비교하면서 공항 건설을 추진하기도 힘들다. 불법조업 감시나 영토 수호(군사비행장)와 같은 주장은 소수 의견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중에는 소형 항공기의 안전성에 관해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선박 운항이 위태로운 날씨에는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신안군 자료에 따르면, 흑산도 공항 활성화는 지난 대선 때도 등장했다. 그렇지만 다수의 흑산도 사람들은 그동안 공항 건설을 둘러싼 공론화 과정이 미흡했음을 아쉬워한다.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대흑산도에서 공항이 계획된 마을은 찬성파가 다수였지만 다른 마을이나 주변의 도서(낙도)들에서는 반대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유효 수요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일부 인사들은 목포 쪽으로 1시간 거리인 비금도·도초도 주민들이 흑산도로 와서 비행기를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총 1만2000명의 잠재 수요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 섬들은 배로 1시간이면 목포에 도착할 수 있는데도 거꾸로 흑산도로 들어와서 항공기를 탄다는 가정은 정말일까. 그쪽 주민들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 의외로 물리적 시설들을 건설해서 얻는 개발이익에 대해서는 목소리들이 크지 않다. 항공사 운영과 호텔이나 카지노 등 관광 인프라의 건설은 외지 자본의 몫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흑산도 주민들이 얻는 경제적 이익은 공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유출되는 돈과 개항 후 늘어난 관광객들이 먹고 자는 데서 얻는 수익이다. 공항을 건설하려면 이 돈을 벌기 위해 주민들이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비교돼야 한다. 공항 건설계획에서는 이런 계산들이 결여됐으며, 흑산도가 안고 있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와 해양생태 관광의 경로 그리고 개발로 상실되는 환경비용들이 보이지 않는다. 흑산도 아가씨가 비행기를 타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다.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즉시연금사태, 사라진 금감원 책임론'즉시연금 사태'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금융소비자 강화 기조가 시험대에 올랐다.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은 삼성생명 보험가입자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기대했던 것보다 연금을 적게 받았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니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등을 보험사가 공제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즉시연금 가입 당시 약관에는 그 같은 내용이 없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 등 보험사에 즉시연금 가입자 전원에게 미지급액을 지급하라며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으나, 보험사들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했다. 이어 삼성생명이 민원을 제기한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소송을 제기하면서 즉시연금 사태는 법리논쟁으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지루한 법적 공방이 예고되면서 금융당국이나 보험사를 취재하는 현장기자들의 상황도 여의치 않게 됐다. 법리 논쟁의 특성상 뚜렷한 결론이 단시일에 나오지 않고 '진행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말만 들리기 일쑤다. 취재원 말의 행간을 읽기가 그만큼 어려워졌다.  금감원이 법리 논쟁으로 흘러가는 즉시연금 사태를 금융사와 소비자간의 분쟁으로만 보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즉시연금 사태의 핵심이 불명확한 약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금감원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보험사가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선 해당 약관, 산출방법서 등을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윤석헌 금감원장은 즉시연금의 사태 책임이 보험사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윤 원장은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자살보험금과 마찬가지로 약관이 애매하면 작성자(보험사)가 책임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검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보복성 검사 같은) 오해 받을 일은 안 해야 하지만 삼성생명 등이 금감원 검사와 관련된 업무가 굉장히 많다"며 "할일은 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민원이 발생하자 뒤늦게 약관을 빌미로 보험사 책임으로 밀어붙인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당시 약관이 문제없다고 승인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민원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자 보험사 책임과 분쟁 조정으로 해결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당장은 소비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유도하고 금융사와의 소송을 지원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듯하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보험사가 법적 판단에 맡긴다니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은 "즉시연금 소멸시효를 중단하기 위해서라도 가입자의 분쟁조정 신청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이외에 금감원이 내놓을 대책이라는 게 사실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사, 소비자 간의 싸움이 길어질수록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금융사를 상대로 힘겨운 법정공방을 벌이는 방법외에는 없어서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오려면 적어도 2~3년은 필요한데, 소송 결과를 기다리다 윤 원장의 임기는 끝나게 된다. 문제가 발생했다면 명확한 책임소재 확인과 대책 마련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연금의 기금고갈 우려가 불거지면서 노후 대비를 위한 사적연금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이때, 즉시연금 사태는 심각성이 크고 시간이 촉박하다. 당국이 책임소재부터 불분명한 이 상황을 법적 공방이라는 장기전으로 끌고갈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하길 바란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