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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정리 - 시간과 공간이 다른 두 개의 세계한일관계 배후에는 과거사 문제가 있다. 평화로워 보이던 한일관계가 갑자기 악화되는 바닥에는 깊은 감정의 골이 있다. 깊은 감정의 골은 일제 강점기 주권침해와 인권침해 사건을 정리하지 못한 결과이다. 과거사 정리를 하지 못한 것은 한국도, 일본도 같다. 한국은 해방된 지 75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일본은 패망한지 7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욱일기를 사용하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를 한다. 국내적으로 과거사 정리가 되지 않았으니 한일 공동의 과거사 정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두 나라의 시민들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만은 공통의 인식이 없다.   과거사 정리는 여러 특징이 있다. 그 중의 하나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간과 공간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피해자는 피해를 당한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자신의 인생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그 날은 잊혀지지 않는다. 피해자의 생생한 기억은 피해를 겪지 않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일본 사람을 만난 적도 없는 한국 사람이 일본에 적대감을 갖는 이유는 피해자에게 공감하기 때문이다. 언제 다시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함께 공유한다.  하지만 가해국가 시민들은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고 있다. 일반시민들은 피해자들에게도 가해자들에게도 제대로 공감할 수 없다. 실제 가해자는 모두 죽었다. 가해 당시의 국가는 청산되었다. 일본만 하더라도 군인이 지배하던 군국주의 체제는 청산되었다. 이들은 현재의 일본에서 태어나 살고 있다. 피해자, 피해국가의 시민들과 완전히 다른 시대, 다른 공동체에 살고 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피해자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의 정체성은 개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정체성의 대부분은 공동체가 제공한다. 한국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민족주의 성향,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은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다. 공동체의 공동 경험으로 탄생한 것이다. 민족주의에 근거한 국가 건설 과정, 1명의 대통령을 하야시키고 4명의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낸 민주화 투쟁의 경험은 한국 시민들을 강한 민족주의자, 투철한 민주주의자로 만들었다. 이런 경험이 없는 다른 나라 시민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정체성이다.  한일의 공동 과거사 정리가 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공동체의 경험 차이, 시민들의 정체성 차이 때문이다. 이 간격은 뛰어넘기 어렵다. 아무리 사과를 요구하고 또 사과를 해도 감정적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는 없다. 이것은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공동체의 경험 차이, 정체성의 차이는 과거사 정리의 한계를 설정한다. 같은 공동체 안에서도, 같은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 사이에도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사는 공동체 사이의 정의 실현은 더욱 어렵다. 피해자의 사과와 처벌을 강조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과거지향적 정의는 시간이 흐르면서 어렵게 되었다. 일본의 패망 직후 열렸던 도쿄전범재판으로 사실상 과거지향적 정의는 끝났다.  필요한 것은 미래지향적 정의다. 미래지향적 정의는 과거의 개인에 대한 공격을 공동체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인정하는데서 시작한다. 피해자의 명예와 인권을 회복시키고 다시 출발하도록 충분한 지원을 한다. 그리고 과거 참혹한 인권침해를 공동체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다시는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한다. 피해자 중심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가해자 사과와 용서는 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사과가 없다고 과거사 정리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가해자 중심의 정의다. 미래지향적 정의 실현과정은 필연적으로 공백을 낳는다. 정의 실현 요구와 실제 피해회복의 공백이 그것이다. 이 공백은 시간과 여유로 풀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과거사 정리에는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 공백을 인정할 때 한국과 일본은 서로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명백해지고 같이 미래지향적 정의를 지향할 수 있다. 이웃국가로서 같이 미래지향적 정의에 기반하여 평화와 인권이 정착시킬 수 있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


신축 띄운 분양가 상한제의 역설“완판도 됐으니 P(분양권에 붙는 웃돈)가 오르겠죠?” 검단신도시가 미분양 물량을 털어냈다. 입주를 앞둔 이들은 전매 제한 기간 이후 프리미엄(P)이 얼마나 붙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 단지는 분양권 가격이 3000만원 정도 올랐다.  운정신도시도 미분양 우려를 덜어냈다. 이달 운정에서 대형 건설사가 분양에 나선 한 단지는 초기 완판에 실패할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인접단지들의 청약 성적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예측과는 달리 전 주택형이 1·2순위로 마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놓은 교통망 보완책에도 신도시는 거들떠보지 않던 수요가 분양가 상한제 예고 이후 관심을 보인다. 서울 수요를 분산하겠다는 신도시 조성 취지는 달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도시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되레 커졌다.  자금이 흩어지면 서울 집값이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서울시 내에선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물량폭탄’ 헬리오시티와 그라시움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다. 각각 9000세대, 5000세대에 육박해 집값을 누를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이 빗나갔다. 분양가 상한제가 서울 집값도 견인하는 모양새다.  분양가 상한제가 불러온 ‘서울 공급 절벽’ 우려가 새 집을 찾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서울 물량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신규 분양 단지의 가격도 낮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만큼 청약 수요가 몰리고 당첨 커트라인이 높을 것이란 의미다. 가점 낮은 이들이 자금 여력에 따라 서울의 신축 아파트나 외곽 신도시로 빠지고 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내놓은 대책들이 집값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역설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도입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주거는 공공성이 강한 영역이다. 그러나 제도가 야기할 부작용이 긍정적인 기대효과마저 잠식하는 양상이다. 정책 신뢰도에도 금이 간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라는 믿음만 키운다면 추가 규제도 효과를 보긴 어렵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예고하면서 “조합의 이익보다 국민의 주거안정이란 공익이 더 클 것”이라고 했지만 부작용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는 허언에 그칠 수 있다. 집값이 오르면 주거안정 목표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제도의 긍정적인 단면만 주목할 게 아니라 그로 인한 풍선효과를 막을 대안도 함께 고려해야 할 때다. 제도가 촘촘하지 못하면 시장은 어디로든 튀어나간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