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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2.19 (월요일)

봄을 기다리며언제쯤 봄이 오는 걸까. 계절이 수상하다. 아무리 겨울이 추운 계절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겨울은 너무 춥다. 작년 12월 초, 겨울의 시작과 함께 곤두박질 친 수은주는 한반도를 혹한의 지역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서울이 러시아의 모스크바보다 더 춥다는 말이 된바람처럼 우리의 일상을 휘감은 적도 있었으니, 올 겨울 한파는 적잖이 우리를 웅크리게 했다. 아직도 한파경보니 한파주의보 같은 용어들이 그리 낯설지 않게 우리의 시간과 함께 하고 있다. 벌써 입춘이 지났는데도, 그 기세는 여전히 꺾일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더하여 충북 제천과 경남 밀양 등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참사는 이 계절을 더욱 싸늘하게 했다. 이 추위 속에서도 잠깐이나마 따뜻한 날이 있기는 하였지만, 그럴 때마다 미세먼지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을 뿐이다. ‘사흘은 춥고 나흘은 따뜻하다’는 뜻의 전통적인 우리의 겨울날씨를 나타내는 말인 ‘삼한사온(三寒四溫)’ 대신에, 한 동안은 ‘사흘은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렸다’고 해서 ‘삼한사미’가 이 겨울의 신조어로 등장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머물러 있는 대외(對外) 공기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미국·중국·일본·북한 등을 둘러싼 우리의 국제 정세가 예측불허의 난기류에 휩싸여 있다. 2018년 2월 9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2018 평창 겨울 올림픽’이 막을 올리며, 미사일과 핵무기의 위협이 스포츠 제전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형국이 연출되고는 있지만, 유사 이래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겨울 올림픽이 끝나면, 향후 또 다시 그 긴장감이 재현될지, 아니면 평화의 노래로 이어질지 지구촌이 초미의 관심사다. 개막식에서 남북한 선수가 손을 잡고 성화대에 불꽃을 전달하였으며, 하나가 된 남북을 상징하는 한반도기가 등장하여 평화올림픽의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고는 있으나, 모두가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를 위한 커다란 전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고 또 간절하다. 이처럼 대한민국을 둘러싼 가시적, 비가시적 환경을 생각하는 내내, 나는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글이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의 위정자들이나 우리들이 한번쯤은 새겨볼만한 교훈이 내포되어 있는 듯하여 감히 옮겨, 그 뜻을 새기고자 한다.  눈 내린 벌판을 걸어갈 때에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발걸음 어지럽게 걷지 마라 不須胡亂行(불수호난행)  오늘 내가 걸어간 이 발자국은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조선 순조 때의 문신 이 양연(李亮淵,1771-1853)이 쓴 ‘야설(野雪)’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야설’은 ‘벌판에 내리는 눈’이라는 뜻이다. 몇 번을 읽어도 참 좋은 글이다. 눈 내린 벌판을 아무 생각 없이 걷기만 하였는데, 그 발자국이 뒤따라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된다고 하니, 무언가가 가슴을 ‘쿵’ 하고 내리치는 듯한 자극이 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이미 백 칠십 년도 더 지난 작품이지만, 이십일 세기를 살아가는 현재의 시각으로 읽어 내려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시적 매력이 내재되어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처한 시대 현실과 잘 맞아 떨어지는 상황설정인지도 모른다. 특히 평생을 우리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던 백범 김구(白凡 金九, 1876-1949) 선생도 이 글을 만년에 휘호로 즐겨 썼고,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하니, 어느 때보다도 그 이유가 충분히 감지되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은 졸업과 입학의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졸업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발자국을 남기는 계절인 것이다. 혹한의 시간이 있었던 만큼, 봄은 더 따뜻하게 우리들의 품으로 찾아올 것이다. 봄을 이기는 겨울은 없는 법. 한파 속에서도, 폭설 속에서도 꽃은 개화의 꿈을 꾸고 있으리라. 그렇게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 풀렸으면 좋겠고, 얼었던 강물이 풀리듯 난마처럼 얽힌 세상사도 술술 풀렸으면 좋겠다. 봄을 잉태하고 있다는 시그널이 계절의 한 귀퉁이를 헤쳐 나오고 있을 것이다. 곡진한 소망을 담아 온기를 불어넣는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일본어과 교수   


삼성의 사면과 승계, 이명박과 박근혜 정확히 2주 전 기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바로 옆 영포빌딩에 대한 강제수사가 '잘못된 압수수색'이고, 당시 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역사 뒤집기와 보복 정치'라고 주장하는 이 전 대통령에게 "나에게 물어라"고 말한 당사자가 당당하게 조사에 임하란 취지의 글이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이었다. 그런데 그 직후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은 주범으로 드러났다. 자신과 함께 일했던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는 없다는 말이 무색하게 그의 집사로 불리던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뇌물의 방조범으로 구속기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만원권으로 2억원이 들어 있는 여행용 가방을, 오만원권 발행 이후에는 오만원권으로 1억원이 들어 있는 쇼핑백 2개를 받아 총 4억원을 챙겼다고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였던 그 총무기획관이 삼성그룹에 한 자동차 부품업체의 소송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해당 자동차 부품업체는 공식적으로 아직 실소유주가 불상인 ㈜다스다. 삼성은 다스의 소송을 위해 미국 로펌에 무려 40억원을 넘게 지급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여행용 가방과 쇼핑백으로 받았던 국정원 자금보다 10배가 많은 금액이다. 물론 그 소송비용 대납의 수혜자는 다스의 실소유주일 것이다. 구호단체가 아닌 삼성은 어떠한 목적으로 다스에게 40억원을 지출했을까. 공교롭게도 소송비용이 지급된 그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특별사면됐다. 그로부터 2년 뒤 다스는 소송 대상이었던 투자자문업체 BBK로부터 140억원을 돌려받는다. 일련의 사건이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의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 이 회장은 병상에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진실은 특별사면의 유일한 결정권자인 이 전 대통령과 다스의 실소유주에 대한 조사를 통해 규명될 수밖에 없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다스 소송과 관련된 내용 일부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년 전 삼성 특검에 의해 기소돼 현직에서 물러난 이후 잊혔던 이 전 부회장은 자택 압수수색과 피의자 소환으로 그리 유쾌하지 않게 다시 존재를 드러냈다. 만일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회장은 사면을 대가로 뇌물을 건넨 것이 된다. 그의 아들은 그룹 승계를 위해 이 전 대통령의 후임인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 중이다. 정해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