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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은 가깝고 법은 멀다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풀려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데 이어 신동빈 회장도 같은 방식으로 구치소 문을 나왔다. 두 사람의 형량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똑같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잘 모르겠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경영비리 사건의 횡령·배임 혐의까지 겹쳐 있어서 석방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렇지만 신 회장은 기어코 영어의 몸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뇌물공여액 70억원의 추징도 모면했다. 신회장의 2심 재판부는 "재벌가의 특수한 상황은 판단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실한 법감정을 가진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얼른 수긍하기 어렵다. 일반 시민이 2가지 범죄혐의에 동시에 엮였어도 그런 관대한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3-5 정찰제'라는 공식이 유행했다. 재벌 총수들이 모종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으면 거의 어김없이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기에 생겨난 조어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두산그룹 박용오·박용성 전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이런 ‘공식’의 ‘수혜자’들이었다. 이제는 어쩌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효시로 ‘2.5-4 정찰제‘가 새로운 유행공식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하면 검찰에서는 최근 거액의 주식거래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로 고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 14명을 약식기소했다. 탈세 규모는 156억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들은 약식기소로 끝냈다. 약식기소되면 벌금형만 줄 수 있다. 재판도 서류만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니 다른 재벌총수들처럼 법정 앞 포토라인에 설 일도 없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경우 1300여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죄로 2심에서 징역 3년 및 벌금 1352억원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건강 상태 등을 이유로 법정 구속되지는 않았다. 불행중 다행이다. 16억원을 법인카드로 사적으로 써서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렇듯 우리나라 재벌총수들은 요리조리 법망을 잘 피해나간다. 더욱이 재벌총수들은 구속되더라도 사실상 ‘황제수감’ 생활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배포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수감중 하루 평균 1.41회 면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면회 횟수가 가장 많았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아무리 거세져도 재벌총수들의 ‘사법적 특권’은 여전히 흔들림 없는 듯하다. 사법당국의 ‘관대한’ 태도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관대한 태도는 최근 경제회복을 위해 재벌기업의 투자를 촉진하려는 정부 자세도 한몫을 한 것 아닌가 한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재벌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재벌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요즘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말한 대로 “재판은 재판이요, 일은 일”이라는 논리가 발동되는 듯하다. 그런 논리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필요할 때 사법심판만 엄정하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비리와 일탈을 저지른 재벌 총수들이 법의 엄정한 심판을 받은 일이 별로 없다. 오랜 동안 재벌에 의지해서 성장을 추진해온 경제정책 때문이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의 일상생활은 재벌과 친숙하다.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가 재벌들에 의해 공급된다. 반면 이들 재벌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때 법이 보이지 않는다. 재벌은 가깝고 법은 멀리 있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사법당국의 온정주의로 말미암아 우리 사회는 많은 대가를 치러왔다. 법의 존엄성이 실추되고 신뢰가 무너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배금주의와 물신주의가 창궐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주가조작과 허위공시 등 갖가지 법치파괴 행위가 횡행하고 있다. 각종 사기사건이 끊임없이 일어나 선량한 시민들을 괴롭힌다. 대한민국은 어느 사이 ‘사기천국’이 돼버렸다. 비합리’가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고, 합리적인 상식이 오히려 현실감각 없는 것으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그 결과 법의 형평성이나 법의 도움에 대한 기대는 매우 낮다. 한마디로 ‘각자도생’ 사회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하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최근 재벌 총수들에 대한 사법당국의 처리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더욱 일그러지게 할 것 같아 걱정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태양광업계, 또다시 '풍요 속 빈곤'오는 11월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나서는 A사는 요즘 고민이 많다. 최근 태양광 모듈 물량을 미리 선점하려는 고객사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마냥 반길 처지가 아니다. 모듈 가격이 연초보다 40%가량 떨어져 기업 규모에 따라 많이 팔아도 수익이 거의 없거나 일부 업체들은 팔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 지난 2005년 이후 첫 역성장이 예상됐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올해 가까스로 전년 수준의 설치량을 기록하며 현상유지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 설치량은 올해보다 20% 증가한 120기가와트(GW) 달성이 무난하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업계의 속내는 복잡하다. 시장은 매년 커지는데 비해 업계가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의 증가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시황이 그나마 괜찮았던 지난해와 올 상반기 성적표를 보면 수긍이 간다. 세계 1위 모듈 제조사 중국 징코솔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2%, 올 상반기는 2.3%에 그쳤다. 세계 1위 태양전지 제조사인 한화큐셀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0.3%, 올 상반기 3.9%를 기록했다. 올 하반기는 태양광 가치사슬(밸류체인) 전반의 가격 약세 여파로 이마저도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태양광발전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지금 같은 시기가 구매 적기다. 기존보다 설치단가를 약 20% 줄일 수 있어 태양광발전소 개발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내년 물량을 확보하려는 해외 업체들의 구매 문의가 늘고 있다"며 "신규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한 공급이 늘어 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커지지만 실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태양광 업계가 향후 2~3년 간 '풍요 속 빈곤'에 놓일 것으로 예상했다. 태양광 제품 값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과잉설비로 인해 큰 폭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품 가격이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중소형 태양광 제조사는 물론, 대형 기업들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단기간에 30% 이상 가격이 급락하면 업계가 받는 충격파가 상당하다"며 "기술혁신이나 원가절감 외에 마땅히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태양광 업계 내 옥석 가리기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 및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들의 퇴출이 줄을 이으며 향후 3년 내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세계 태양광산업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개별 기업 스스로 '독자생존' 능력을 갖췄는지 점검하고, 미비한 점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양지윤 산업1부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