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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3남, '글로벌 기업' 키우기까지…개혁가 '이건희'
외로운 유년기…유연한 사고·몰입형 성향 길러
'위기 의식'에서 비롯된 탁월한 통찰력…삼성의 역사 바꾸다
혁신DNA 인재등용에도…'학력폐지' 파격 적용
2020-10-28 14:07:14 2020-10-28 18:27:28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지난 25일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끈 큰 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떠났지만 그의 깊은 통찰력과 혜안은 영원히 남아 우리 기업과 국가에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지나온 발자취를 돌이켜보면 늘 현재의 영광에 안주하지 않는 '위기의식'이 있었고, 조직의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 사람을 우선으로 두는 '인재 중심' 철학이 녹아있다.  
 
1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 당시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을 뼛속부터 바꿔놓은 그의 개혁가적 면모는 어린 시절의 남다른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태어나던 해, 아버지 이병철 선대회장과 어머니 박두을 여사가 대구에서 운영하던 삼성상회의 사세를 키우느라 바빴던 터라 유년기를 아버지의 친가 의령에서 보냈다. 해방 이후 가족들과 함께, 서울과 부산 등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유학 등으로 대부분 외로운 성장기를 지냈다. 
 
이 때문에 홀로 사색하는 시간이 많았고, 자동차와 영화, 전자제품 등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면 몰두하고 깊이 파고드는 성향을 나타내기도 했다. 자동차의 경우 직접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되풀이하면서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지녔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건희는 취미와 의향이 기업 경영에 있어 열심히 참여해 공부하는 것이 보였다”며 그를 후계자로 지목한 이유를 설명했다. 
 
삼성가의 3남5녀 가운데 막내 아들로서 '장자 승계'의 전통에 따라 그룹 경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위치에 있었던 점은 그를 자유롭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보인다. 또 "선진국을 보고 배우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보낸 유학 생활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했다. 이 때의 경험은 향후 그가 삼성그룹을 경영하면서 '한국 최고'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의 성장을 지향토록 했다. 그는 "미국, 일본보다 20,30년 뒤쳐졌는데 따라가기나 하겠는가"라며 항상 선진국의 선도적인 제품을 자사 생산품의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승부사적 기질은 중요한 순간마다 발휘돼 삼성의 역사를 통째로 바꿔놨다. 32세에 불과했던 그는 아버지를 비롯해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파산 직전의 한국반도체를 인수했고,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키워냈다. 또 “반드시 1명당 1대의 무선 단말기를 가지는 시대가 온다”던 그의 예견이 현실화되면서 '애니콜 신화'로 이어졌다. 그의 선견지명 덕에 삼성전자는 전 세계 첨단 산업의 미래를 이끄는 핵심 축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현재의 지위를 얻어냈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직후부터 그의 경영이 빛을 발한 것은 아니다. 당시 삼성에는 설립자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조직 문화가 뿌리깊게 박혀 있었다. 이를 완전히 흔들어놓을 개혁의 필요성을 느꼈던 그는 조용히 '초일류 삼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을 닦았다. 이에 경영 5년차가 되던 해 '제2창업 제2기'를 선포하고 그룹의 경영 이념과 정신, 엠블럼, 사가 등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의 혁신 DNA는 인재 등용에서도 나타났다. 1957년 민간 기업 최초로 공개 채용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1995년 학력제한을 폐지한 것은 한국 기업사에 대변혁을 가져 온 또 하나의 중대 사건으로 남아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전 세계가 무한 경쟁으로 가는 열린 시대를 맞아 학력과 성별, 직종에 따른 불합리한 인사 차별을 타파하는 열린 인사를 전격 지시했다. 그는 "대학 졸업장과 관계없이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동일하게 주고 입사 후 승진, 승격에도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삼성의 입사 기준은 학력이 아니고 실력"이라고 주창했다. 또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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