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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이배월)제일제강공업2 채권, 건설경기회복 믿는다면 '괜찮아'
BW에서 분리, 신주인수권 행사와 관련돼…채권가격 하락, 수익률 소폭 상승
2020-12-30 06:00:00 2020-12-30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제일제강이 지난 4일자로 제2회차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올해 업황 악화로 2015년 이후 다시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사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에 필요한 2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함이다.
 
단, 처음엔 일반공모 방식을 결정했다가 BW 발행금지 가처분 소송에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구, 주주우선 공모로 변경됐다. 그 결과 주주들에게 200억원 중 173억원어치가 돌아갔고 남은 채권을 일반 공모해 4926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BW에서 분리된 채권 ‘제일제강공업2’는 12월4일에, 신주인수권 ‘제일제강2WR’은 지난 16일에 각각 채권시장과 신주인수권 거래시장에 상장됐다. 
 
이렇게 BW가 발행될 때 투자자들은 ‘W’ 즉 신주인수권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신주인수권 1주에는 신주 1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다. 행사가액은 1715원, 현재 제일제강 주가가 2355원이므로 초기에 BW를 받은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주가와의 차액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신규 투자자가 현재 시세 698원을 주고 제일제강2WR을 매수해 1715원을 추가 지불하고 2355원인 제일제강 주식을 받을 사람은 없겠지만,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히 제일제강 주가 하락 시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70%, 즉 1205원까지 인하 조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주인수권을 떼어낸 제일제강공업2 채권의 투자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오는 2023년 12월4일이 만기인 3년물. 발행수익률 4.0%에 표면금리 2.0%인 B0 등급의 이표채. 신용등급을 감안하면 결코 좋은 발행조건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1년 후 채권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있어 실질적인 1년물이나 마찬가지인데다, 신주인수권과 분리 상장된 후 채권가격이 하락해 9800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는 점은 발행 당시보다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9800원에 매수할 경우 4.81%의 채권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채권이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때 함께 쓰일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행사가액을 채권으로 대납할 때는 얼마에 채권을 매수했든 액면가 1만원으로 쓸 수 있다. 
 
이렇게 채권을 행사가액으로 대납할 경우엔 채권(부채)이 자본금으로 변하는 효과도 생겨 회사의 재무구조가 좋아진다.  
 
제일제강은 철근제품의 한 종류인 연강선재를 주력으로 만드는 기업이다. 매출의 94.6%를 연강선재가 차지한다. 3분기 현재 시장점유율 34.5%를 기록 중인 선두업체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환율 하락, 원재료가 변동, 수요 감소 등의 영향으로 고전하면서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부채도 증가했다. 지난해 157억원이었던 유동부채가 올 3분기 257억원으로 급증했다. 단기차입금이 126억원에서 204억원으로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4분기 BW 발행으로 200억원이 추가로 증가한 것이다. 다만 자본금과 이익잉여금을 감안하면 자본잠식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특히 최대주주와 주요 주주들이 경영권 갈등을 벌이고 있어 신주인수권과 채권의 가치도 함께 높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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