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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 국회 통과했지만…분류작업 명시 없는 '반쪽법안'
8일 생활물류법 국회 법사위 통과…과로사 핵심 문제 '분류작업' 책임 소재 빠져
2021-01-08 20:50:10 2021-01-08 20:50:1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택배기사 처우 개선을 위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반쪽자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기사 과로사의 가장 큰 문제인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 명시가 빠진 탓이다.  
 
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생활물류법 제정안을 의결했다. 일명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제정안은 택배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위탁계약 갱신청구권 6년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표준계약서 작성 사용을 권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이번 법안은 택배 종사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제정됐음에도, 택배기사 장시간 노동의 주범인 분류작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까대기'로 불리는 분류작업은 택배상자를 배송지별로 구분해 차량에 싣는 작업이다. 택배 분류 단계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이로 인해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택배 노동자와 택배업계는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제정안이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지만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 명시가 빠진 것을 지적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분류 작업은 택배종사자나 영업점의 업무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택배산업 전반을 지시하는 원청 사용자의 책임인데, 분류업무가 사용자의 책임으로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생활물류법의 분류작업의 모호성을 인정하고 분류작업의 명확화를 '사회적 합의기구'에 포함해 시행령이나 표준계약서로 보완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택배업계가 '분류작업은 사용자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자와 택배회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생활물류법은 당초 택배기사 업무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하기 위해 '택배운전종사자'와 '택배분류종사자'를 구분했으나, 수정안이 발의되면서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과로사 대책위는 "분류작업 문제가 생활물류법에도, 사회적 합의기구에도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며 "사회적 합의의 보완 없는 생활물류법은 재벌 택배사들에 대한 재벌 특혜법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과로사 대책위는 오는 10일 택배연대노조 대의원회의에서 논의를 통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생활물류법에 분류인력 이슈와 관련해 회사나 기사의 역할이 명확하게 담기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앞서 발표한 분류지원 인력을 계속해서 투입하는 중이고 그 외 간접적인 방법으로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생활물류법'이 통과됐으나 분류작업에 대한 명시가 빠진 반쪽자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서울 참여연대에서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 파기하는 택배사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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