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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인플레이션 자산에 주목하라
연준, 테이퍼링 논란 막았지만…대규모 국채 발행, 금리상승 자극
2021-01-19 14:00:00 2021-01-19 16:33:29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서 비롯된 양적완화 축소 개시 논란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 이후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대규모 발행이 예고된 국채 물량 등이 계속해서 시장금리 상승을 자극할 전망이다. 일부 인플레이션 자산들은 이미 고개를 들었으며 비트코인이 급등한 배경에도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깔려있다. 
 
양적완화 축소 논란 잠재웠지만 상승 가능성 여전해 
 
현지시간으로 지난 1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준 내부에서 발발한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가능성을 차단하는 발언을 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프린스턴대학 주최 행사에서 “자산 매입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기 한참 전에 확실하게 시장과 소통할 것”이라며 “금리를 올릴 때가 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 시기가 가까운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4명의 연은 총재가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일어난 테이퍼링 논란에 선을 긋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1일 1.144%, 12일 장중에는 1.187%까지 올랐으나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후 소폭 하락, 18일에는 1.10%까지 내려온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이 대규모 재정정책을 예고한 상태여서 시장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새로 들어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올해 국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자금의 규모가 2.3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문제는 정부가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릴 예정이지만 연준이 매입하는 자금 규모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정부가 올해 2.3조달러어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채(5000억달러) 상환을 감안하면 2.8조달러를 발행해야 한다. 이에 비해 연준은 매달 1200억달러어 채권 매입액 중 국채 매입하는 데 할애하는 월 800억달러, 연간 9600억달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새 정부도 연준에 채권 추가 매입을 요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이 통화시장에 개입해 달러약세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건영 신한은행 IPS본부 부부장은 “지난해엔 연준과 머니마켓펀드(MMF)가 대량의 채권을 매입해주었데 MMF가 장기채를 편입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 연준이 매입하고 남는 1.8조달러는 시중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미 국채가 시장에 대규모로 풀릴 경우 금리 상승을 자극할 것이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논쟁과 금리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작년 8월 저점부터 현재까지 국채금리(10년)가 60bp가량 올랐지만 이중 물가요인은 절반 정도로 완만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한 민감도는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여름 “과거 모든 리세션이 흔적을 남긴 것처럼 코로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결과를 남길 소지가 있다”며 “정책 당국자들은 경제가 회복되는 중에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빠른 고용 회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며 결국 인플레가 유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지금 당장은 금리가 안정적으로 횡보하더라도 앞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를 반영한 자산플랜을 짜야 한다. 아파트를 사느라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이자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농산물 ETF ‘어느새’ 
 
재테크에 주목한다면 인플레이션 자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의 눈밖에서 움직이고 있는 대표적인 자산은 농산물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콩선물(3월물)은 부셸당 14.16달러를 기록했다. 콩선물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10달러를 오가는 수준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후 회복기에도 8달러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12월 들어 상승세가 가팔라지며 3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옥수수선물(3월물)도 10월말 3.98달러에서 5.31달러로 급등했다. 밀 가격도 마찬가지. 지난 가을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그리다가 12월 중에 상승 기울기가 달라졌다. 모두 금리 상승에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변화에 관련 투자상품들도 가격이 뛰었다. 국내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부터 상승세가 남다르다. TIGER 농산물선물 ETF의 주가는 8월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10월말 4600원에서 현재 5700원을 넘나든다. 올해에만 10%나 올랐다. KODEX 3대농산물선물 ETF도 10월말 8110원에서 18일 1만310원으로 27% 뛰었다. 국내 증시가 11일 이후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무관하게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농산물이 움직이는데 금속가격이 제자리에 있을 리 없다. 
 
구리 현물가격은 지난 8일 톤당 8146달러를 기록한 이후 현재 8000달러 선에서 조정 중이다. 10월말 가격은 6694달러였다. 같은 시기 니켈가격도 톤당 1만5256달러에서 1만8056달러까지 18% 넘게 올랐다. 
 
구리가격에 민감한 것으로 알려진 고려아연의 주가는 38만4000원에서 완만한 상승을 보이다 1월5일 45만2000원까지 급등하기도 했으나 18일 현재 40만7000원으로 6% 상승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금속 가격 상승으로 실적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하나금융투자는 고려아연의 4분기 연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23.1% 증가한 2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54.5% 늘어난 273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TIGER 금속선물 ETF 주가는 10월말 4985원에서 18일 5680원으로 14% 올랐다. 농산물 ETF도 마찬가지지만, 원자재 가격을 추종하는 국내 ETF 종목들은 대부분 환헤지를 하고 있어 원달러환율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 4분기의 환율 하락에서 피해갈 수 있었지만 최근의 반등 또한 주가에 반영하지 못했다. 
 
주식 또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자산이지만 이미 충분히 올랐고 오히려 금리 상승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물가상승 가능성이 테일리스크 정도로 인식되고 있으나, 실제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시화될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 수정이 불가피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위험자산 투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일리스크(Tail-risk)란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금리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맞물려 개별종목들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따라서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인플레이션과 연계된 종목군으로 관심을 좁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나금융투자는 19일 LG상사에 대해 “팜오일와 발전용 유연탄 가격이 강세를 보이며 올해 1분기 에너지·팜 부문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만8000원에서 3만2000원으로 크게 올렸다. 하지만 LG상사의 주가는 이미 2만대 중반을 달리고 있다. 보고서가 늦은 셈이다. 
 
금리 상승을 호재 삼을 수 있는 보험 등의 종목군도 빼놓을 수 없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의 투자수익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보험업지수와 금리는 상관관계가 높아 금리가 오를 때 보험주가 상승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975~2019년 기간 중 물가와 주식수익률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인플레이션 수혜 업종으로 에너지, 산업재, 원자재 등이 인플레이션 수혜를 받았다며 보잉, 디어, 캐터필러, 아메리칸타워, MGM리조트 등을 꼽았다.
 
한편, 미 국채 발행으로 유동성이 증가할 경우 달러 가치도 하락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금리가 오른다는 점이 중요하다. 원화 대비로는 달러가치가 오를 확률이 높다. 달러 자체로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달러자산 일부는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겠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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