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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레벨 진입장벽 낮추자 린저씨 반발…엔씨, 리니지 신규 유저 유입 ‘숙제’
능력치 빠르게 성장시키는 '드래곤 보물상자' 이벤트 놓고 형평성 논란
수년 걸렸던 레벨업, 과금 이벤트 참여하면 빠르게 도달 가능해져
리니지 매출 회복 방안 두고 고민 깊어질 듯…연내 출시될 글로벌향 리니지W 성공 여부 주목
2021-09-07 15:31:04 2021-09-08 13:57:45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최근 벌이는 리니지 이벤트로 골수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과금방식의 이벤트에 참여하면 빠르게 레벨업이 가능한데 기존 상위 이용자들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통상적으로 레벨업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벤트를 통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이용자들 때문에 또다시 과금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엔씨가 신규 이용자 유입을 유인하는 이벤트를 통해 전체 사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리니지 매출 끌어올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판교역 근처에 위치한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 전경. 사진/이선율 기자
 
최근 엔씨소프트는 이달 1일부터 10월27일까지 두달여 기간동안 '드래곤의 보물상자'라는 제목의 성장 관련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이 이벤트는 일종의 사냥터에서 인기 캐시 아이템인 '드래곤의 보물상자'를 구입하면 경험치 100% 버프 아이템인 '드래곤의 다이아몬드'를 획득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이벤트에 참여해 이 아이템을 구입하면 고 레벨들이 갈 수 있는 사냥터로 일부 이용자들에 한해 입장이 가능하며, 성장물약과 같은 아이템을 토대로 1시간내 경험치 보너스 혹은 축복 소모 효율 30% 가량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엔씨의 이번 이벤트를 놓고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레벨업을 하려면 과금을 토대로 한 소모성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데, 단기간 내 레벨업이 가능한 이벤트가 마련되면서 게임 레벨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리니지 리마스터에서 이달초부터 진행중인 드래곤 보물상자 이벤트 화면 캡쳐.
 
예를 들면 현재 리니지 최고 레벨이 99레벨인데, 97레벨인 이용자가 해당 이벤트 사냥터에서 이틀간 하루 평균 500만원 정도를 들여 사냥을 펼치면 98레벨로 빠르게 고속 성장도 가능하다. 이벤트 이전에는 97레벨까지 수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결국 돈을 많이 투입해온 고래 이용자들까지 또다시 추가 부담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과금 이벤트는 사실 엔씨소프트에만 해당되는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유독 최근 엔씨소프트가 이용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는 분위기다. 한 이용자는 "98레벨을 24시간 돌려야 얻을 수 있는 경험치를 1시간만에 얻을 수 있게 됐다. 학위를 돈 많이주면 딸 수 있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다른 이용자는 "중과금러를 타깃한 이벤트로 보인다"면서 "(엔씨 게임은) 과금을 유도하는 형태도 거의 비슷해 이제 지겨워지려 한다"고 한숨지었다.
 
경기도 판교 소재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이선율 기자
 
업계에선 최근 엔씨가 벌이는 이벤트 행보가 현재 흔들리는 위상에 대한 조급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올초부터 엔씨는 리니지M 내 아이템인 '문양 업데이트 롤백(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 사태를 비롯해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으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게다가 신작 '블소2'의 과금구조도 과도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러한 악재들은 매출과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 2분기 엔씨소프트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2% 하락한 5385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한 1128억원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주가는 올해 2월 100만원선을 웃돌다가 현재는 61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무엇보다 70%가 넘는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리니지마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의 등장으로 1위 자리를 뺏기기까지 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리니지 매출을 오래 유지하겠다는 것보단 마지막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건 다 끌어내자는 취지에서 이번 이벤트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문양사태와 비슷한 사례로 보인다"며 "(엔씨 입장에선) 이미 한번 강한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레벨업을 한 사람들은 더 돈을 쓰지 않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전체 게임판을 흔들어줘야 한다. 그러면서 고 레벨 이용자가 돈을 안쓰면 게임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를 줌으로써 전체적으로 또 다시 과금구조가 고착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엔씨는 주력 게임인 리니지 매출의 회복 모색과 더불어 하반기 이후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3D MMORPG '리니지W' 흥행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김택진 대표도 리니지W를 '24년 역사를 집대성한 마지막 리니지'라고 소개하며 공을 들였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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