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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대리운전업계 "카카오, 제대로된 상생안 내놓아야"
택시·대리운전단체, 카카오에 '꼼수 대책' 비판
국회·정부에도 적극적인 협조 요구
전국대리운전노조, 카카오 외 기존 대리업체 향해서도 날 세워
"기존 대리운전업체 잘못된 관행, 카카오가 교묘하게 활용한 것"
2021-09-16 18:24:46 2021-09-16 18:24:46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택시업계와 대리운전업계가 카카오의 상생안 발표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서울개인택시조합과 전국대리운전노조는 별도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발표한 상생안에 대해 사회적 책임 강화 정책을 이행할 의지가 안보인다며 재차 제대로 된 협력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카카오가 기습적으로 발표한 '골목상권과의 상생방안'은 그동안 택시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공정배차 담보와 수수료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전혀 없어 '비난 회피성 얄팍한 술수'"라고 평가했다.
 
경기도 카카오본사 앞에서 지난 2일 서울개인택시노조가 카카오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를 지적하며 1인시위에 나선 모습. 사진/이선율기자
 
조합은 이어 "이번 발표를 통해 카카오는 택시와 상생의지가 없음을 다시 확인했을 뿐, 카카오가 시장지배력을 행사하는 한 택시 산업 교란 행위는 언제든 재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 택시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 월 3만9000원으로 인하, 가맹 택시 사업자와의 상생 협의회 구성 등 내용을 포함한 상생안을 발표한 바 있다.
 
조합은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 프로멤버십 인하는 서울개인택시조합이 요구한 수수료율 개선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스마트콜은 적정수준의 호출료만 받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로 상생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승객의 선택권을 일반호출과 T블루 호출로 한정시켜 기존의 유료서비스 이용 승객을 통째로 T블루 호출로 유입시키려는 꼼수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프로멤버십 요금을 낮춘 것은 오히려 진입장벽이 낮아져 이용자수가 늘어갈 가능성이 높아 독점지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조합은 "프로멤버십 진입장벽을 낮춤으로써 더 많은 택시사업자들의 멤버십 가입을 부추겨 일부 손실을 보전하고 독점체제를 보다 견고히 구축하겠다는 속내"라며 "결국 일시적인 금전적 할인혜택을 미끼로 자사에 대한 사회적 지탄을 회피하고 플랫폼 규제를 막은 후 내년 대선 이 후 사회적 관심이 낮아진 틈을 타 슬그머니 가격인상과 각종 유료서비스를 재개할 전략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신고제로 운영되는 택시플랫폼 요금제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에게 플랫폼운송사업·가맹사업·중개사업을 모두 허용해주는 현행 법령체계에서는 이미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카카오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이라며 업계의견 수용이 없다면 극한투쟁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카카오 사옥 내부 전경. 사진/뉴시스
 
대리운전업계 역시 카카오의 대책 발표에 비판을 쏟아냈다. 전국대리운전노조는 이날 오후 별도 입장문을 내고 카카오와 정부에 제대로 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존 업체들과의 상생뿐만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20만에 달하는 대리운전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리운전노조는 기존 대리운전업체를 향해서도 동시에 날을 세웠다. 기존 대리운전업체가 떼어 가는 수수료도 최대 30% 수준으로 상당히 많은데, 카카오가 수수료를 줄이는 사안만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카카오는 대리운전업계와의 상생방안으로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 수수료제'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인공지능(AI)를 빌미로 임의로 대리운전요금과 수수료 변동폭을 확대함으로써 대리운전기사들과 고객들에게 손실이 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짚어야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카오가 내놓은 변동 수수료제는 이미 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상생을 원한다면 기본 수수료를 낮추는 방안을 내놓는 게 그나마 진정성이 느껴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노조는 "카카오가 처음 대리운전시장에 진입할 때 기존업체들은 골목상권 운운하면서 반대했지만 대부분의 대리운전기사들은 그들을 골목깡패라고 부르며 오히려 카카오를 반겼다"면서 "카카오가 시장에 진입한지 5년이 지났건만 무엇이 바뀌었는가. 몸집이 비대해진 카카오의 갑질전횡은 비판받아야 하나 기존 업체들은 더한 전횡을 일삼았다. 기존 업체들은 카카오의 문제를 지적하기 전에 제 눈의 대들보부터 빼야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기존 업체들은 상생을 요구하고 있으나 진정한 상생의 길은 갑질 횡포 근절과 대리운전업의 정상화"라며 "고쳐야 할 것은 대리기사들의 생계와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이윤에 급급해 대리운전업을 황폐화시킨 기존 업체들의 잘못된 관행과 이를 교묘하게 활용한 카카오이고 이를 방치한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카오가 사회적 이슈가 되어 있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는 현 상황을 모면하거나 생색내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카카오모빌리티가 진정 사회적 책임 이행과 대리운전업의 정상화를 위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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