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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공군, 성범죄 피해 여 부사관 사망 '또 은폐' 의혹
군인권센터 "가해자, 피해자 볼 꼬집는 등 추행"
군사경찰, 성추행 알고도 변사사건 수사 결과서 누락
수사기록 못 준다 버티다 슬그머니 '강제추행'기소
2021-11-15 11:53:46 2021-11-15 18:16:34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지난 5월 공군에서 성추행과 2차 가해 속에 고 이예람 중사가 사망한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2주 사이 같은 연차의 여군 두명이 사망한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월11일 공군 8전투비행단에서도 여군 부사관(피해자)이 사망한 사건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피해자 사망 당일 가해자인 이 모 준위는 피해자가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전 7시33분부터 23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전화했다. 
 
피해자가 연락이 닿지 않자 7시57분 직접 영외에 위치한 피해자의 숙소를 찾아갔다. 숙소에 인기척이 없자 가해자는 아파트 경비실에 찾아가 '스페어 키가 있느냐'고 물었고, 없다는 답변을 듣고 인근 마트로 가 열쇠집을 찾아다녔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피해자 숙소 앞으로 돌아왔고, 대대 주임원사가 도착할 때 까지 대기했다. 주임원사가 도착한 뒤 둘은 방범창을 뜯은 뒤 창문을 해체, 숙소에 진입했고,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는 이예람 중사와 같은 연차의 초급 부사관으로 사망 당시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주변인에게도 새로 맡은 업무가 연차와 직급에 비해 너무 과중하고 힘들다고 소호소한 정도만 털어놓은 사망이었다.
 
이에 공군은 사망 한달 만인 6월10일 변사사건조사를 종결한 뒤 순직을 결정했고, 유족에게 장례 진행을 요구했다. 
 
하지만 군인권센터는 공군이 성추행 피해 여군 사망 사건을 '스트레스 자살'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공군이 유가족에게 강제추행을 은폐하다가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 종결 후 국민적 관심이 줄어들자 슬그머니 별건을 기소했다는 주장이다. 
 
군인권센터가 발표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지난 5월21일 군사경찰은 가해자를 소환해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피해자에 대한 감정, 사적 만남과 연락을 자주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가해자는 3월~4월 초 사이, 4월21일 두 번에 걸쳐 부대 상황실에서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의 강제추행을 자백했다. 
 
피해자가 "얼굴 만지는 거 싫습니다"라고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진술했다. 실제 4월21일부터 피해자가 가해자의 전화 연락을 피하는 수가 늘어난 점도 군사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이틀 전인 5월9일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부대원 역시 가해자였다. 이날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오전에 전화해 "12:20시 경에 만나자"라고 했다. 집 앞에 도착한 가해자는 자기 차에 피해자를 태운 뒤 약 20분 가량 같이 있었다. 
 
그런데 가해자는 이후 5월9일 피해자와 통화한 기록을 골라 삭제했다. 차량 블랙박스 기록도 이미 다른 기록으로 덮여 삭제됐다.
 
군인권센터는 "8비 군사경찰은 변사사건수사 결과에 강제추행 관련 사실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군대에서의 삶, 보직변경의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스스로 목을 매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는 내용 뿐"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은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을 변사사건수사가 끝나고 순직이 결정될 때까지도 모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평소 피해자의 성격, 가해자의 행태,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자 8월3일 공군본부 보통검찰부는 돌연 가해자를 '군인 등 강제추행'으로 입건시켰다. 유가족들이 군검찰에 왜 강제추행으로 입건됐냐고 묻자 군검찰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을 조사하다 보니 강제추행 소지가 있어 입건했다"고 답했다.
 
군인권센터는 "'이중사 사건'에서 보여준 군 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 수사와 8비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에서 군 수사기관이 보인 행태는 매우 유사하다"며 "변사 사건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진술과 증거들은 유서 한 장 없이 세상을 떠난 피해자의 숨겨진 이야기를 밝혀내기 위한 방향으로 모두 맞춰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추모 시민분향소에 시민들의 추모 메세지가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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