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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종인, 결별 수순…김종인 없이 개문발차
김종인 "일상으로 회귀"…윤석열 "그 양반 말씀 나한테 묻지 말라"
윤 측근 장제원, 김종인 겨냥 "윤석열 외엔 조연…원탑으로 전권 행사" 당부
2021-11-23 15:25:10 2021-11-23 15:25:1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과정에서 계속해서 갈등을 빚은 두 사람은 급기야 서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3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정치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내 일상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확신이 서지 않는 일은 안 한다고 늘 그러지 않았느냐"며 "잘 음미하면 내가 왜 이런 결심을 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대위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 직은 제안받았지만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로 짜여 대선 승리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선대위 합류도 없던 일이 됐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뉴시스
 
그간 김 전 위원장을 예우하던 윤 후보도 입장이 바뀌었다. 그는 이날 오전 MBN 보고대회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며칠 더 고민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모르겠다.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다만 오후 들어 화가 좀 누그러졌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합류를 거부한 데 대해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김 박사께서 며칠 생각하겠다고 하니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윤 후보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권성동 의원이 신임 사무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공석이 된 후보 비서실장에 자신의 이름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이로 인해 아들 문제까지 다시 불거지자, 사전에 여론 악화를 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노욕에 찬 기술자"(장제원), "홍준표 꼬붕"(김종인) 등으로 설전을 벌인 사이다.
 
장 의원은 의미 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선대위를 둘러싼 갈등을 겨냥해 "윤석열의 무대에서 윤석열 외에 어떤 인물도 한낱 조연일 뿐이다. 방해가 돼서도, 주목을 받으려고 해서도, 거래를 하려고 해서도 결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후보님,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탑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십시오"라고 적었다. 선대위의 최고 사령탑은 후보이며, 인선 등 최종 결정권도 당연히 후보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반대로 선대위 원톱을 고집하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뉴시스
 
자신의 측근이 곁을 떠나며 남긴 말인 까닭에 윤 후보도 이를 새겨들을 수밖에 없게 됐다. 때문에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후보는 지난 21일 김 전 위원장이 제3자를 통해 선대위 인선 반대 입장을 전해온 뒤 따로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다. 그간 김 전 위원장의 경륜을 존중해 최대한 예우했는데, 애써 영입한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등을 계속해서 반대하면서 더 이상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결국 김 전 위원장의 반대에도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두 사람의 인선을 강행했다. 
 
윤 후보는 일단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선대위를 개문발차할 계획이다. 이 경우 기존 경선캠프 인사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외형 확장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전 위원장은 결국 배제되는 수순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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