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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김종인 거듭된 내홍에 "피곤하다 못해 지겹다"
윤석열, 선대위 추가 인선안 발표 강행…김종인 "더이상 안 물러나"
2021-11-25 15:19:54 2021-11-25 15:19:5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둘러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유리했던 대선 환경도 뒤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선대위 출범이 계속해서 지체되면서 윤 후보는 대선주자 일정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81세의 노정객 '김종인' 이름만 각인되면서 국민적 피로감 또한 높아졌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거듭된 사과와 쇄신에다, 집권여당 주자의 이점을 살린 민생 행보로 윤 후보를 빠르게 뒤쫓는 형국이다. 
 
윤 후보는 25일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비워둔 채 본부장급 6명과 대변인과 공보단 등 선대위 추가 인선을 발표했다. 조직총괄본부장에 주호영 의원, 정책총괄본부장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에 이준석 대표, 직능총괄본부장에 김성태 전 의원, 총괄특보단장에 권영세 의원이 임명됐다.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은 당연직으로 권성동 사무총장이 맡게 됐다. 모두 당의 간판급 인사들로, 김 전 위원장 없이 개문발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사진/뉴시스

윤석열 대 김종인…물러설 곳 없는 외나무다리 혈투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광화문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내가 물러나지 않으니까 알아서 해결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라며 "더 이상 다른 얘기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거부 원인으로 알려진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거취에 대해선 "그런 사람에 대해 내가 특별하게 얘기할 것도 없다"고 딱 잘랐다. 
 
앞서 윤 후보는 전날 김 전 위원장과 만찬 회동을 갖고 총괄선대위원장을 다시 제의했으나 이견만 보인 채 자리에서 일어서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직의 필요성에 계속해서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의 요청에도 윤 후보가 인선을 강행한 것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김병준 카드' 재고는 없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미 최고위에서 의결된 사항"이라며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윤 후보가 양보하고 배려하고 예우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했다. 김병준 위원장 인선 철회는 없고 더 이상 선대위 출범도 늦출 수 없으니 고집을 그만 좀 꺾어달라는 표현이었다. 대신 전권이 부여된 선대위 원톱인 총괄선대위원장 자리는 보장하겠다는 설명이다. 
 
윤 후보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운동이 더 지체돼서는 곤란하고 1분1초를 아껴가면서 우리가 뛰어야 할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과의 갈등으로 선대위 출범이 지연, 대선주자로서 제대로 된 일정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자 답답함에 대한 토로였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김 전 위원장을 기다릴 수 있는 마감 시한에 대해 "(선대위 발대식이 예정된)12월6일이라든지 좀 멀리까지 예측하기보다, 2~3일 추이를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한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의 요구사항이 많은 게 아니었다. 딱 하나"라며 "김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그것 정도는 받아들여 줄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김 전 위원장 없이 선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하면, 다른 총괄선대위원장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김 전 위원장 편을 들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 대표도 윤 후보 쪽으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뉴시스
 
"윤석열·김종인 갈등 2주째, 피곤하다 못해 지겹다"…리더십 상처 우려도
 
두 사람의 '밀당'(밀고 당기기)이 길어지면서 윤 후보의 리더십에도 생채기가 생겼다. 대선후보가 외부인사 한 명에게 끌려다니기만 한다는 평가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에서 "이미 후보가 총괄선대위원장을 발표했는데, 총괄선대위원장이 '내가 못 하겠다' 이렇게 되면 이건 후보가 무언가 해결해야 될 과제가 돼 버렸다"며 리더십 우려를 제기했다. 또 "(선대위 인선은)윤 후보의 첫 번째 인사로, 이건 권위 문제가 된다"며 "이 문제를 빨리 관철시키고 넘어가야 그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후보의 동정이 아니라 김 전 위원장의 동정이 나타나 선거운동에 문제가 된다"고 걱정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두 사람의 갈등이 2주째다. 국민들은 피곤하다 못해 지겹다"면서 "이재명 후보가 바닥에 엎드리고 버스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힘을 모아가는 와중에, 국민의힘은 김종인 영입 문제 하나 갖고 2주째 하나마나한 얘기를 반복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 지지율이 하락하고 선대위가 계속 우왕좌왕하고 혼란스러워지면 결국에는 선대위 중심을 잡아줄 사람으로 '김종인 등판론'이 다시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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