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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흉악범죄, 가해자에 진짜 ‘지옥’ 보여줘야
2021-11-26 06:00:00 2021-11-26 06:00:00
끈질긴 스토킹 끝에 전 여친을 살해한 김병찬은 최근에 신상이 공개됐다. 반면 장인이 보는 앞에서 장검으로 아내를 살해한 남성의 신원은 아직 비공개다.
 
미성년자 나영이를 평생 불구로 만든 조두순은 12년의 형량을 마친 뒤 자유가 됐고 전자발찌를 차고 또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도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대중들은 범죄의 수위에 비해 형량이 낮다고 비판했지만 법원은 이를 ‘중형’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넷플릭스가 공개한 ‘지옥’이라는 드라마를 보면, 저승의 사자가 ‘죄인’을 죽여 지옥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개인적으로 가장 끔찍했던 콘텐츠였다. 무자비한 폭력과 갈가리 찢긴 시체 때문이 아니다.
 
대충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날 갑자기 개인에게 천사가 나타나 죽음의 시간을 ‘고지’한다. 고지를 받은 사람은 죽음이 정해진 시간에 나타난 사자에게 온 몸이 찢기는 폭력을 당한 뒤 불에 타 죽는다. 이들은 죄를 많이 지어 하늘의 심판을 받는 ‘죄인’으로 불린다.
 
가족들은 죄인 가족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찍혀 고통 받는다. 신상 털기, 폭력, 유언비어로 한국 땅에서 살 수 없게 만들어버린다. 이 때문에 고지를 받은 죄인은 낙인이 두려워 자살이나 살해로 위장하려고 애쓴다. 처벌보단 낙인이 더 큰 형벌로 본 것이다.
 
이들에게 정말 죄가 있다면, 정말 통쾌한 형벌이다. 그러나 고지를 받고 죽은 이들은 실제로 죄인이 아니었다. 진짜 죄인은 세력 확장을 위해 죄인 프레임을 씌운 사이비 종교단체와, 진실 여부를 떠나 비난 상대가 생겨 신이 난 대중들이다. 죄가 없어도 고지를 받은 사람은 없는 죄도 만들어 참회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세상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회도 살인, 강간 등 흉악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관대한 편이라는 평가다. 대중들은 늘 기대에 못 미치는 흉악 범죄자의 형량에 실망하고 신상 공개를 조심스러워 하는 경찰을 비판한다. 심신 미약으로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인간성을 상실한 이들의 인권을 중시 여긴다는 이유에서다.
 
사람의 인권을 짓밟은 사람의 인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을까. 형량을 파격적으로 늘리든, 신상 공개를 철저하게 하든. 죄를 지었다는 것이 발각되면 스스로 살 수 없을 만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지옥을 보여줘야 한다.
 
윤민영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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