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를 핑계 삼아 시장금리 상승분 이상으로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월 단위로 취급 금리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정작 목표이익률(마진)은 깜깜이 항목으로 둬 밀실 조정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은행이 한 달간 취급한 대출의 가중평균금리 비교공시하고 있다. 공시 항목으로는 각 은행이 취급한 대출금리와 세부적으로는 준거금리(기준금리), 가산금리, 가감조정금리다. 가감조정금리는 우대금리와 영업점 전결금리를 합한 것으로 일부 은행 영업점에서 대출 시 부당하게 금리를 산정하면서 금융당국의 개선방안에 따라 2019년 7월부터 분리 공시됐다. 현재 공시되는 가산금리에는 원가·리스크관리·법적비용, 목표이익률이 합쳐져 있다.
문제는 은행들의 마진율을 반영하는 목표이익률이 여전히 숨어있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목표이익률을 제외한 가산항목은 은행에서 발생하는 비용이며, 사실상 은행의 수익을 결정하는 항목은 목표이익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지표가 은행의 마진 전략을 단적으로 드러내는데, 다른 비용들과 섞이면서 비공개와 다름 없게 돼 있다. 개인 차주의 고통 분담을 필수로 하는 지금의 가계부채 조정기에 은행별로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셈이다.
은행들은 원가 체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유에서 목표이익률 공개가 꺼려진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중평균치를 적은 공시와 실제 취급금리가 다를 가능성이 커 논란만 키울까하는 우려도 있다"며 "당국은 목표이익율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로, 가감조정금리가 분리 공시할 때는 이러한 은행의 요구 등을 반영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의 목표이익률은 금융당국을 소관기관으로 둔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들의 요청이 있어야만 공개되고 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 관계자는 "당국이 요구하는 공시기준이 불명확해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불확실하게 산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양상"이라고 했다.
결국 은행들이 밀실에서 대출상품별 마진 정해 폭리 취해도 외부에 모르쇠로 일관할 수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에 따르면 이 중 A은행의 지정한 업체에 1년 이상 재직 시 한도와 금리를 우대하는 신용대출 기본금리는 이날 기준 연 4.46~5.45%(우대금리 0.90%)까지 올랐다. B은행의 지정 업체 임직원 및 공무원(교사 및 연구기관 포함) 대상 상품도 5.10~5.52%(우대금리 0.90%)까지 치솟았다.
조달금리가 올랐다는 은행들의 설명이지만, 대출 금리는 이보다 더 뛰었다. 앞서 A은행의 상품만 놓고 보면 올 2월17일까지만 하더라도 연 2.77% 수준에 불과했던 금리 하단은 기준금리 인상폭(0.50%p)의 세 배 이상(1.69%p)으로 불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무보증·AAA 기준)의 금리는 이날 기준 1.558%(민평 기준)로 2월17일 0.774%보다 0.792%p 뛰었다. 결국 A은행이 이 상품에 자체 가산한 금리만 10개월 사이 0.90%p에 달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국이 대출을 규제하면 은행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에 이자 이익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목표이익률(마진)' 공개를 숨기면서 밀실 이자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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