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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티세미콘 CB, 특정인 배불리기 용도?…"자본조달 실패시 개미만 피해"
김형준 대표의 CB 설계…에이티세미콘, 최대주주 바뀔까
김 대표의 계열사 자금 돌려막기…에이티세미콘 CB 매입 포석?
2022-04-20 06:00:00 2022-04-20 0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인플루언서랩을 통해 2100억원의 자금을 조달 중인 에이티세미콘(089530)의 전환사채(CB)가 특정인 배불리기 용도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플루언서랩을 통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특정인의 배만 불리고 소액주주는 피해를 볼 수 있는 구조가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계열사 자금을 활용한 돌려막기 구조가 가능한 에이티세미콘의 CB 설계가 김형준 에이티세미콘 대표의 배를 불리는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 대표가 아무런 이득도 없이 계열사 CB를 상환한 것이 주가가 급등한 에이티세미콘의 유증 참여와 CB 매입을 위한 포석일 수 있어서다.
 
김 대표의 계열사 자금 돌려막기…계열사 CB 상환으로 유증 참여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티세미콘의 자회사인 리더스 기술투자가 지난해 발행한 200억원 규모의 CB를 회수했다. 해당 CB의 사채권자는 김형준 대표와 김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더에이치테크로 각각 80억원, 120억원의 사채를 갖고 있었다.
 
특이한 점은 이번 CB 상환이 리더스 기술투자나 김 대표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점이다. 해당 자금은 리더스 기술투자가 '제이씨어슈어런스 제2호'를 인수하기 위해 조달했던 자금이다. 리더스 기술투자는 CB 발행 직후 해당 펀드의 지분을 200억원 가량 취득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사채 원금을 김 대표에게 돌려주면서 해당 펀드의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했다. 펀드 지분이 CB와 그대로 상계되면서 어떤 프리미엄도 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CB를 상환한 김 대표도 이득을 본 것은 없다. 해당 CB 상환이 풋옵션(조기상환청구군)이나 콜옵션(중도상환청구권) 기간이 도래하기 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리더스 기술투자 CB의 현재 전환가액은 501원으로 주가(18일 종가 532원) 대비 저렴한 상황이었지만, 해당 CB 상환에는 프리미엄이 전혀 붙지 않았다.
 
김 대표가 차익을 포기하고 사채를 상환한 것은 에이티세미콘의 유증 참여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이티세미콘은 김 대표를 대상으로 진행하려 했던 80억원 규모의 유증 납입일을 4월28일로 미뤘는데, 해당 공시일과 리더스 기술투자의 CB 재매입 공시일과 일치한다. 
 
이득 없는 CB 상환…에이티세미콘 CB 매입 포석?
(표=뉴스토마토)
 
주목할 점은 이 기간 에이티세미콘 CB의 행보다. 앞서 에이티세미콘은 300억원 규모의 CB(12회차, 14회차, 16회차)를 만기 전 취득 후 재매각했다. 재매각 대상자는 ‘아임’이라는 법인이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1215~1270원 사이로 주식전환시 지분율이 38%에 달한다.
 
당장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CB만 100억원 규모이며 200억원 규모 CB도 내달이면 주식전환이 가능해진다. 만약 아임이 해당 CB들을 모두 주식전환 후 처분한다면 수백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임은 해당 CB를 인수한 이후 전환시기가 도래한 CB 대부분(730만주)을 ‘블록딜’로 나눠서 처분했다.
 
블록딜 시점 에이티세미콘의 주가는 2300원 선으로 장내매도시 70억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아임은 전환가액과 비슷한 가격에 CB를 재매각했고 실제로 본 수익은 176만원에 불과했다. 심지어 일부 CB의 경우 전환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처분하기도 했다.
 
아임 입장에선 기대 이익을 버린 셈이다.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는 거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임이라는 법인이 300억원 규모의 CB를 인수한 이후 시세차익을 포기하고 CB를 나눠서 매각했는데, 자금의 실제 주인은 따로 있을 수 있다”며 “해당 블록딜이 5% 지분 공시 규정을 피하기 위해 나눠서 매각된 만큼 공시 의무를 피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임이라는 법인이 300억원을 조달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아임이 블록딜로 처분한 CB는 모두 5%룰에 적용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다. 가장 많은 CB를 가져간 퓨쳐웨이가 지분 6.58% 수준의 CB를 가져갔지만, 300억원 규모의 CB가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5%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임은 2020년 10월에 설립된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다. 
 
인플루언서랩, 김 대표와 지분 차이 1.5%…"자본조달 실패시 개미만 피해"
 
에이티세미콘에 2100억원을 투입하는 인플루언서랩은 이달 101억원의 유증에 참여한 이후 각각 1000억원 규모(총 2000억원)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할 예정이다. 이번 유증이 끝나면 에이티세미콘의 최대주주는 인플루언서랩(지분율 18.77%)으로 변경된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랩과 같은 날 김 대표가 80억원의 유증에 참여하면서 김 대표의 지분율은 17.28%(더에이치테크지분 포함)로 올라가 인플루언서랩과 큰 차이가 없어지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가 리더스 기술투자를 통해 확보한 200억원을 CB 재인수에 활용할 수도 있다”며 “결국 2000억원 규모의 CB와 BW 납입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특정인의 배만 불리고 (대규모 자금 조달에 따른 주가 급등) 주가 변동에 따른 피해는 소액주주가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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