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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2.0 나오는데 투자자보호 '제자리 걸음'…"해외처럼 체계적 제재 필요"
미국·일본·유럽, 가상자산 규제에 선제적 대응
국내 특금법 시행령 개정 검토 중이지만…전문가들 "자본시장법 적용해야"
"일본처럼 코인 발행 과정도 규제 범주에 포함시켜야"
2022-05-29 09:10:17 2022-05-29 09:10:17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새로운 블록체인 '테라 2.0'을 출시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전문가들은 테라 2.0의 성공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하면서, 동시에 문제 되는 가상자산에 대해선 해외처럼 자본시장법을 토대로 한 빠른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은 테라 2.0가 성공적인 부활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했다. 루노 가상자산 거래소의 국제 책임자인 비제이 아이야르는 "테라 프로젝트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며 "테라2.0이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 자산기본법 제정과 코인 마켓 투자자보호 대책 긴급 당정 간담회'에 정치권, 금융당국, 국내 주요 거래소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규제 강화 흐름은 세계적으로 행해지는 중이다. 미국 행정부는 루나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을 규제 영역으로 포함시키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산과 고객 자산을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을 토대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적 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또 이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가상자산 시장의 사기와 기타 불법행위를 전담 조사하는 부서의 인원을 거의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미국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입법을 제안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21년 11월 미국 규제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에 미칠 위험성과 이를 감독할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일부 보고서에는 스테이블코인은 활용 방식에 따라 증권 및 파생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각각 해당 법률에 따른 규제가 적용돼야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유럽의 경우 일부 스테이블코인만 지급수단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견해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2020년 8월 발표된 가상자산 시장 법안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포함돼있다. 일본은 최근 엔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앞두고 스테이블코인의 이용자 보호 및 규제 확립을 위해 금융청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를 은행과 송금대행업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법이 부재한 만큼 기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방식으로 규제책 마련에 나섰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등 업권법 입법을 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입법기능을 하는 시행령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중 5대 거래소에서 자율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이를 두고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가상자산을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나눠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최근 가격 폭락으로 전 세계 코인시장에 충격을 준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가 새 버전의 루나 코인 출시를 강행하려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들은 새 코인을 상장해줄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최근 폭락한 루나 코인의 거래지원 종료 예정 안내 화면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금세탁 방지에 한정된 특금법 시행령 개정 방안으로는 규제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투자자보호 조치를 거래소의 자율 의지에만 맡기기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건전한 코인 발행과 유통 생태계 유지하려면 체계화된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시행령은 그 법의 범주 내에서 움직여야하는데 특금법으로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안은 처벌 등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면서 "해외처럼 자본시장법을 활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자율규제안에 대해선 "정부가 사안을 일일히 다 볼수 없는 등 시간비용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에 필요할 순 있다"면서 "자율규제를 했을때 잘못되면 처벌도 수반돼야하는데, 국내는 사후처벌을 할 수 없어 현실적으로 어렵다. 처벌조항을 넣고 자율규제로 들어간다면 대안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 디지털금융 MBA 주임교수 역시 별도의 가상자산법을 만들기보다는 자본시장법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자본시장법 안에 이미 무엇을 규제해야할지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에 가상자산도 여기에 규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병욱 교수는 "현재 별도의 (가상자산) 법을 만들어 자본시장법에 있는 벌칙 조항을 카피하는 방식을 논의 중인데 문제는 거래소(중개사)가 이 방식에 개입하게 되면 어떤 벌칙조항을 다룰지 힘겨루기 싸움 양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면서 "거래소들은 순수하게 중개에 집중하도록 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국내는 거래소에 상장과 폐지 등 모든 권한을 부여한 반면 일본은 금융청이 허가한 코인만 판매하도록 조치함으로써 발행 자체도 규제 범주에 포함돼있다"면서 "발행을 규제한다는 것은 아무 코인이나 만들 수 없다는 것으로, 국내도 일본처럼 금융청이 (코인) 판매를 허가하는 식으로 가든지 발행과정에서 증권형 유무를 검사하는 식으로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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