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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앵무새 환경부, 불안은 국민 몫
2022-09-15 06:00:00 2022-09-15 06:00:00
정수장은 똑같은데 결과는 다르다.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낙동강 인근 정수장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는지 아닌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에 치명적인 독성 원소로 우리가 흔히 녹조라고 부르는 남세균에 의해 만들어진다. 국제암연구기관은(IARC)은 마이크로시스틴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시작은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였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은 이승준 부경대 교수 연구팀의 분석을 토대로 정수장과 수돗물, 가정집 등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연구 방법의 신뢰성과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우리가 해봤더니 안 나오더라"는 식으로 해명했다.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환경부는 7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한 달 동안 조류독소물질과 관련한 5건의 설명자료를 내밀었다.
 
설명자료 5건의 내용은 비슷했다. "환경부가 분석한 정수장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환경부가 비슷한 내용의 설명자료만 내놓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갈등을 봉합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앵무새 설명'만 반복하며 참전했다.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공방을 벌이는 사이 국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에는 다대포 해수욕장까지 낙동강의 녹조가 떠밀려와 5년 만에 입욕이 금지되기도 했다. 낙동강 물을 끌어다 쓰는 인근 지역의 농산물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환경단체와 환경부가 서로의 검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우리가 한 방법이 더 정확하다'고 입씨름을 할 게 아니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 모여서 같은 방법으로 검사를 해보면 될 일이다.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않던 환경부는 뒤늦게 환경단체와 환경부, 중립적인 제3의 기관을 포함해 이달 중 공동검증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진실공방을 끝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동검증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녹조가 정점을 찍는 여름을 지나고 태풍까지 몰아쳐 녹조 상황이 해소된 상황이라는 점에서 공동검증의 신뢰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환경운동연합은 14일 논평을 통해 "낙동강 수돗물 녹조 독소 검출 논란이 7월 말 발생했고 환경단체는 올해 2월부터 공동조사단을 꾸리자고 요구했다"며 늦장 대응을 꼬집기도 했다.
 
환경부가 낸 설명자료 중 하나의 제목은 "녹조가 발생해도 안전한 수돗물, 안심하고 마셔도 됩니다"였다. 삶과 직결되는 물 문제를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김현주 경제부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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