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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국산화 육성, '발등의 불'이죠"
박성기 원익IPS 사장 "반도체 장비 국산화 신속히 이뤄져야"
삼성·하이닉스도 외산 장비 비중 높아…"정부 세제혜택 절실"
2022-09-19 06:00:00 2022-09-19 06:00:0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반도체 장비 국산화는 무조건 가야할 길입니다. 국가 경쟁력이고 생태계의 주춧돌이 됩니다. 언제 또다시 일본 수출 규제와 같은 사태가 터질 지 몰라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또다시 잊혀져가고 있어 문제입니다. 반도체도 중국과 미국,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어요. 지금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16일 경기 평택 원익IPS에서 만난 박성기 원익IPS 반도체사업총괄 사장은 3년 전 국내 반도체 업계에 소재 공급 위기를 가져온 '일본발 수출 규제 사태'를 강조했다.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불화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불화수소 등 3대 핵심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하자 국내 업계에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같은해 8월에는 백색국가(수출 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이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박성기 원익IPS 반도체사업총괄 사장. (사진=조재훈 기자)
 
박성기 반도체사업총괄 사장은 "3년 전 일본이 우리나라를 직접 겨냥해 수출을 중단하자 직접적인 위기룰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소·부·장 국산화는 갈길이 멀다"면서 "반도체 인력 양성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하면 고용 문제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반도체 장비 국산화가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박성기 사장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메모리 시장 전세계 1~2위인데 그 메모리를 반도체 장비가 없으면 절대 만들 수 없다"며 "반도체 장비업체는 제품을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 후 수리, 보수, 관리 등 전반적인 업무를 장비가 수명이 다할때까지 지원하는데 국내에 들어와있는 반도체 장비 대다수가 미국과 일본의 장비"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국가 관계가 또다시 틀어지거나 하면 공장 라인이 멈출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반도체 전공정 장비업체 시장은 AMAT, ASML, 도쿄일렉트론, 램리서치가 글로벌 기준 8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메모리,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10개 중 8개가 미국과 일본업체가 없다면 제조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원익IPS와 세메스 등 매출 1조가 넘는 굵직한 반도체 업체들이 있다. 하지만 국산 장비 도입 비중은 저조하다.
 
"ASML의 EUV는 해당 업체만 생산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산화, 증착, 포토, 식각 이온주입 등 전공정업체들은 국내 기술력이 외국에 절대 뒤쳐지지 않아요. 그러나 반도체장비 가격이 가장 싼 모델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만큼 그간 도입해왔던 외산 장비를 국산으로 전격 교체하기는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힘든 게 현실입니다. 생산에 문제없는 장비를 국산으로 바꾼다는 명목하에 큰 돈을 들이는 업체는 없기는 하죠." 
 
박성기 원익IPS 반도체사업총괄 사장과 오승주 뉴스토마토 산업1부장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조재훈 기자)
 
반도체 장비 가격은 쓰임새에 따라 다르지만 15억~22억원부터 많게는 수천억원을 호가한다. EUV 노광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ASML 제품의 경우 한 대당 2000억원이 넘는다.
 
"중국은 정부에서 자국산인 중국 장비를 도입하면 엄청난 혜택을 주고 있어요. 올해 들어 미국까지 자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혜택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앞서나가고 중국은 추격해오는데 상황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실제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반도체 기업에 대한 520억 달러(약 72조원)의 보조금과 240억 달러(약 33조원) 세제 혜택 등이 포함된 반도체산업육성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하이오주 인텔 신규 반도체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이 리쇼어링 하면서 인텔에 어마어마한 세금혜택을 주고 있어요. 우리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를 위해 과감한 세제 혜택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우리처럼 반도체 장비를 만드는 회사도 2차, 3차 협력사가 많습니다. 반도체 장비 국산화는 강력한 고용 정책이면서도 K-반도체 생태계 구조를 튼실하게 보강해주고 경쟁력도 높이는 '일석삼조'의 선택입니다. 정부가 좀 잘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한편 원익IPS는 1998년 세계 최초로 ALD 장비 양산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장비 분야의 핵심기업으로 발돋움해 2016년 상장된 반도체 장비 제조 전문기업이다. 다양한 연구개발을 통해 반도체 장비 외 디스플레이 증착기 분야 등 다각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회사로의 도약을 목표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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