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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질병청, 2가 백신 수요 조사…"혼란만 가중"
모더나 BA.1 백신 1차 완료…나머지 백신도 수요조사 중
"원활한 접종 위한 준비…도입 시기·물량 말하기 어렵다"
"백신 계획 정교하게 수립해야…병의원·국민 혼란만 가중"
2022-09-29 10:40:25 2022-09-29 10:40:25
지난 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동네 병의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화이자 백신을 꺼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질병관리청(질병청)이 도입 시기나 물량도 알려지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가 백신 수요 예측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원활한 접종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의료기관과 국민 혼란만 가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질병청은 개원가 등 코로나19 백신 접종 기관을 중심으로 모더나의 오미크론(BA.1) 2가 백신을 포함해 총 네 종류의 백신 수요를 조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2가 백신은 모더나가 개발해 지난 8일 허가받은 '스파이크박스 2주'가 유일하다.
 
질병청은 이 백신과 함께 모더나와 화이자가 개발한 다른 2가 백신에 대한 접종 수요도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 백신은 △화이자 오미크론(BA.1) 2가 백신 △화이자 BA.4·BA5 2가 백신 △모더나 BA.4·BA5 2가 백신 등이다.
 
이 중 화이자와 모더나의 BA.4·BA.5 2가 백신은 인체 임상시험 없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질병청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진행할 접종을 위해 2가 백신 수요 예측 조사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접종이 신속하고 문제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접종기관에 수요를 조사했다"며 "국내 허가를 받은 모더나의 BA.1 2가 백신 접종 의향이 있는지 수요를 파악했고, 다른 백신에 대해서도 준비 차원에서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탁 의료기관에 (허가받은) 모더나의 2가 백신을 활용할 것인지 수요 조사를 했고 1차적으로 지난 20일 회신을 받았다"며 "이후로도 계속 신청을 받아 보건소가 취합하면 질병청이 접수한다"고 부연했다.
 
지난 21일 오전 모더나의 BA.1 2가 백신을 실은 수송차량이 이천 모더나 물류창고에서 출발하는 모습. 질병청은 이 백신을 포함한 네 종류의 코로나19 2가 백신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모더나코리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에선 질병청 수요 조사 이후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 실제 접종이 이뤄진다며 국내 허가나 승인을 앞둔 2가 백신 도입 시기와 물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개원병원 원장은 "코로나19 2가 백신 중 모더나 BA.1 백신은 예약하고 있고 화이자 BA.1 백신, 화이자와 모더나 BA.4·BA.5 백신도 도입된다고 신청하라고 한다"며 "지금 (질병청이) 수요를 조사하고 있는데 보통 한 달 이내에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질병청은 제약사와 협의할 사안이라는 이유로 세 종류의 2가 백신 도입 시기와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해외산 2가 백신 도입 시기와 물량을 묻는 질문에 "백신이 언제 들어오고 도입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제약사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구체적인 정보 제공 없이 백신 접종 수요부터 파악한다면서 의료기관과 국민 혼란만 야기한다고 꼬집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3차, 4차 접종을 하지 않은 국민이 많아 더 이상의 코로나19 유행을 막으려면 추가접종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BA.1 백신과 BA.4·BA.5 백신 중 고르라고 하면 누구든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며 "백신 접종 계획은 아주 정교하게 수립해야 하는데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도 모를 백신으로 수요를 조사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김우주 교수는 또 "빠른 허가나 승인은 (접종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수급"이라며 "결국 의료기관과 국민 혼란만 초래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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