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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산업 주역 '이주노동자' 울린 주거환경 지침 확 바뀐다
2017년 지침서 통상임금 20%까지 공제 가능토록 규정
수명에게 비닐하우스 하나 제공하고 수십만원 공제
외국인근로자 숙식비지침, 1인당 →숙소당 변경 합의
숙소비 기준·사전공제 법제화 등 노사간 이견 여전
2023-01-16 06:00:00 2023-01-16 06: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 충남 논산 지역의 한 사업주는 여성 이주노동자 2명을 닭사육장으로 쓰이는 숙소에 거주시켰습니다. 사업주가 이주노동자 한 사람당 받은 숙소비는 월 28만원. 여기에 57여만원에 달하는 겨울철 난방비까지 월급에서 사전 공제했습니다. 근로계약서상 숙식비는 14만4000원이었으나, 사업주는 "'숙식비지침'에 따라 주택을 제공하면 15%를 공제할 수 있다"며 공제동의서에 서명하도록 하고 일방적으로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했습니다.
 
# 재작년 12월까지 이주노동자들이 일했던 경기도 여주시의 한 숙소. 해당 숙소에는 상수도 조차 없어 노동자들은 지하수를 쓰고 마셔야 했습니다. 사업주는 이곳에 남녀 노동자 7명을 거주토록하고 한 사람당 매달 35만~45만원의 숙소비를 공제했습니다. 공제동의서를 받지 않은 노동자도 있었지만 상관없이 숙소비를 제외한 금액을 월급으로 지불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도 이주노동자 숙식비와 관련한 지침을 큰 폭으로 개편할 예정입니다. 특히 인당 최대 20% 이주노동자의 숙식비 공제 기준을 숙소별로 바꾸는 안에 잠정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숙소비에 대한 기준선, 사전 공제 여부 등의 쟁점 사안이 남은 만큼 향후 논의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15일 관계 부처 및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근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실무 태스크포스(TF)'는 '외국인근로자 숙식 정보 제공 및 비용 징수 지침' 논의 과정에서 현재 1인당 숙소비용 공제 규정을 방당 공제로 변경하기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2월 숙식비 공제 상한선을 정하고자 숙식비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경우 월 통상임금의 20%까지 공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문제는 여러 명의 노동자에게 비닐하우스 등 열악한 숙소를 제공한 뒤, 한 사람당 최대 한도로 숙식비를 공제를 하는 악덕 사업주들이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실무TF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2~3명이 공동으로 사용하게 되면 지금은 1인당 공제를 하게 돼 있는데 이를 방당으로 바꾸기로 노사가 동의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례로 현행 지침상 월급여가 200만원인 노동자 5명이 사업주로부터 비닐하우스 패널 숙소와 식사도 제공받을 경우 사업주는 각각 40만원씩 총 200만원의 숙식비를 공제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당 규정으로 바꿀 경우 사업주가 방의 월세를 100만원으로 정하면 거주하는 노동자의 수에 따라 월세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됩니다. 2명이 거주하면 각각 50만원, 5명이 거주하면 각각 20만원 부담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숙소비용 자체를 어떻게 책정할지에 대해서는 노사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시세에 따라 숙소비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노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는 지방노동관서 외국인노동자 권익보호협의회에서 지역 시세를 조사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아울러 숙소 제공은 노동자 관리 측면도 강한 만큼, 외부 임차를 통해서 기숙사를 제공하는 경우 기숙사 비용을 50% 이상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 내 패널 등 사업주가 자체적으로 숙소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무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주들은 현재 '지침'으로 돼 있는 숙식비 공제규정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사전공제에 제도에 대한 이견도 여전합니다.
 
현재 숙식비 지침상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사전공제 동의서'를 받으면 임금에서 미리 숙식비를 떼고 남은 금액만 지불할 수 있습니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전액불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사전공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동의서가 '자발적 동의'가 아닌 '강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사업주들은 사전 공제를 법제화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로부터 숙식비를 받지 못할 경우 사업주들에게 남는 수단은 수백만원의 소송비용이 수반되는 민사소송뿐이기 때문입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며 "늦어도 2월에는 3차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15일 관계 부처 및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근 실무 태크스포스(TF)는 '외국인근로자 숙식 정보 제공 및 비용 징수 지침'논의 진행 과정에서 현재 1인당 공제 규정을 숙소당 공제로 변경하기로 잠정 합의했습니다. 사진은 남여 이주노동자 7명이 거주하던 비닐하우스 내 가건물 숙소 모습. (사진=민주노총)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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