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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시장 급성장에도 창작자 처우는 열악…"입법으로 풀어야"
공동저작물 조항 등 계약시 부당 저작권 소유 사례 늘어
플랫폼 영향력 점차 커져…"정부 차원서 입법 추진 시급"
2023-01-26 06:00:16 2023-01-26 06:00:16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K웹툰이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웹툰은 한국이 원조로, 국내 웹툰 산업 매출 규모는 2021년 기준으로 무려 1조 5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웹툰은 해외로 진출하거나 영화·드라마 등 2차적 콘텐츠로 활발하게 제작되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스페리컬 인사이트 앤드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웹툰 시장 규모는 2021년 이미 47억달러(약 6조2500억원)를 넘어섰고, 2030년까지 601억달러(약 80조원)로 연평균 40.8%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사진=웹툰작가노조)
 
그러나 웹툰 성장세와 다르게 창작자들에게는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불합리한 계약 구조가 이어지면서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021년 웹툰 사업자의 과도한 수수료, 불공정 계약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양대 플랫폼 대표들이 불려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웹툰작가, 플랫폼회사, 제작사(CP) 등으로 구성된 웹툰 상생협의체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공정계약 문제 등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어 창작자들의 비판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생들로 구성된 프로보노(변호사의 공익활동)팀은 지난 6개월 동안 웹툰업계의 계약서 20여종을 분석해 웹툰회사와 웹툰작가 간 불공정계약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사용되는 웹툰 연재계약서 다수가 작가에게 불리한 불공정한 조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일례로 2차 저작물 제작과 관련해 회사와 저작권을 공동보유하는 공동저작물 조항을 들 수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창작적 기여를 한 바 없는 데도, 제작사가 작가들과 저작권을 공동소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조항인데요. 계약서에 공동저작자로 명시되는 순간 작가가 저작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워집니다. 여기에다 추가로 저작권 이용허락 조항이 있으면 CP사 등에 일일히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프로보노팀은 저작물의 작성에 여러 명이 관여했더라도 보조적인 작업만을 하거나 창작적 작업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법원의 과거 판례를 참고할 때 부당한 저작권 소유라고 지적했습니다. 
 
웹툰 창작자들을 비롯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시장에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플랫폼이 불공정 계약 발생의 일차적 원인 제공을 하고 있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웹툰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플랫폼사의 경제적 지위는 강화됐고, 작가는 플랫폼 종속성이 커져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기 어려워졌다"면서 "거래구조를 계약의 중간과 말단에 존재하는 CP와 작가를 통해 개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웹툰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계약 악순환을 끊어낼 책임은 분명하게 웹툰 플랫폼에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웹툰 창작자들은 플랫폼에 사용자 책임을 부여해 공정한 계약체결을 하도록 유도하고, 또 관련 법안을 만들어야 하며, 정부는 철저한 관리 감독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습니다.
 
하신아 웹툰작가노조 위원장은 "만화진흥법 개정 및 저작권법 개정 등 입법을 통해 개선해야 한다"면서 "궁극적으로 플랫폼이 원인 제공을 하고 있는 만큼 제작사와 플랫폼간 표준계약서 정비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과도한 수수료 책정이나 불공정 계약을 않는 플랫폼들이 많아져 대형 플랫폼의 힘을 분산시키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다만 이 방법이 잘 작동하려면 창작자와 이용자의 많은 참여가 수반돼야 하는데, 현재 네이버, 카카오 양대 플랫폼이 독식하고 있는 구조에선 변화가 일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범유경 변호사는 "작가들에게 공정한 수익배분을 하는 구조의 플랫폼들이 네이버·카카오만큼 커지고, 많아진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플랫폼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돼 있는 상황에선 이용자수 자체가 플랫폼의 파워가 돼 독과점 해체가 어렵게 된다. 근본 해결책은 독과점이 발생할 수 없도록 온플법 등 입법을 통해 강제성을 부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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