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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부 행방불명·친모 양육포기…법원 "친조모가 입양 가능"
"돌봐줄 사람 없어 강제출국 위기"
"할머니가 안정적 양육, 손녀도 원해"
"가족내부 질서 혼란해질 가능성 없어"
2023-01-30 14:36:51 2023-01-30 14:36:5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친아버지는 행방불명, 친어머니는 양육을 포기해 강제출국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친할머니가 손녀를 딸로 입양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법원이 친할며니의 입양을 허가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최호식)는 최근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동포 A씨가 낸 미성년자 입양허가 항고 사건에서 입양 불허 결정을 내린 원심을 취소하고 A씨의 입양신청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원에 따르면, A씨 손녀 B양(12)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중국동포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상하이에서 사업하던 아버지가 사채업자에게 납치되고 어머니는 가출하는 바람에 혼자 남겨졌습니다. 결국 A씨가 당시 다섯살이던 B양을 국내로 데려왔지만 계속 같이 살 형편이 못됐습니다. 자신은 2007년 귀화했지만 손녀의 친부모가 중국국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급한대로 재외동포 자격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며느리를 찾아내 손녀를 방문동거 자격으로 데리고 있었습니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도 손녀를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중국에서 홀로 방치돼 혼자 제대로 끼니조차 때우지 못했던 B양은 A씨와 살면서 건강도 되찾고 학교에도 다니게 됐습니다. 그러나 B양이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20년, A씨와 B양은 위기를 맞았습니다. 친어머니가 재혼해 중국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B양이 국내 체류 자격을 잃게 된 겁니다.
 
A씨는 손녀를 친딸로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법원에 입양허가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입양제도가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A씨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항고했습니다. 결국 항고심 재판부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재판부는 "친부가 9년간 행방불명이고 친모 역시 양육을 포기해 입양되지 않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할머니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며 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해왔고, 손녀도 할머니의 자녀가 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입양이 되더라도 가족 내부 질서가 혼란해지거나 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를 대리한 공단 소속 류은주 변호사는 "가족 내부질서나 친족관계의 혼란이라는 측면보다는 입양 아동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A양이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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