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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더 글로리’ 차주영 “진짜 가벼워 보였으면 했거든요”
“‘최혜정’ 허영과 탐욕으로만 가득 찬 인물…그래서 동은에게 더 못되게 굴어”
“살면서 피해자·가해자 모두 될 수 있어…문제는 ‘진정한 사과와 반성’ 있어야”
2023-03-20 07:01:10 2023-03-20 07:01:1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 연기를 하셨지만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게 굉장히 무례하게 들릴 수도 있을 듯해서 조심스럽습니다. 극중에서 진짜 값싼 여자처럼 보였어요.” 첫 만남 첫 질문에 정말 무례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꼭 이 말부터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실제로 단 한 장면, 단 한 컷도 빼놓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싸구려스럽게 나왔습니다. 당연히 작품 감상의 평을 전제로 이 여배우에게 전한 말이었습니다. 기분 나쁘다고 해도 당연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연기의 결과물의 상상력이 궁금했기에 일단 센 단어로 대화의 첫 시작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 여배우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표정이 미세하게 떨리면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속으로 아차싶었습니다. ‘너무 직설적 이었다는 생각과 함께 사과를 하려던 찰나였습니다. “저 너무 기분이 좋아요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질문을 한 입장에서 오히려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는 충분히 계산하고 분석하고 또 인물의 사연을 상상하면서 모든 것을 조율해서 우리 모두가 봤던 그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봤던 극중 인물의 모습은 현장의 공기 감정의 소용돌이 그리고 배우적 본능에 따라 완성된 것에 더 가까웠다고 설명합니다. 그 모든 것을 압축해 만들어 낸 그 캐릭터의 본질 싸구려스러운 느낌, 본인 스스로 그런 분위기가 풍기길 원했다고 했는데 그걸 알아봐 줘 인정 받은 것 같았답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이 작품 속 그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최혜정을 연기한 배우 차주영입니다.
 
배우 차주영.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차주영이 연기한 최혜정은 우선 짧은 헤어 스타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선 긴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모습이었습니다. 일단 당연하지만 분위기 자체가 전혀 달랐습니다. 그리고 더 글로리속 속물 근성의 끝판왕 최혜정이 뿜어내던 싸구려스러움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차분하면서도 밝고 또 밝으면서도 유쾌한 느낌이 강한 차주영이었습니다. 그리고 차주영은 해외 유학파 답게 극중 최혜정과는 전혀 다른 세련됨도 풍겼습니다.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아유(웃음) 세련됐다는 말은 너무 과찬이세요. 제가 대학을 나온 미국 유타가 좀 많이 보수적이고 그런 분위기라 저도 그런 게 몸에 좀 베어 있나 봐요. 그리고 실제 제 성격도 많이 외향적이진 않아요. MBTI가 저도 ‘I’(웃음). ‘더 글로리끝나고 나선 혼자 일본 여행을 좀 다녀왔어요. 나름의 재충전 의미도 있었고, 글로벌 1위 시청 시간에 올랐다는 것도 오늘 아침에 듣고 놀랐어요. 진짜 저한테 더 글로리글로리가 된 거죠.”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차주영이 연기한 최혜정은 보는 시각 그리고 해석의 차이에 따라서 묘한 경계선에 있는 인물입니다. 극중 이사라(김히어라) 대사에서도 나옵니다. ‘그때 문동은 아니었으면 너였어라고. 최혜정은 가해자 5인방 중 여성 3명 가운데 가장 서열이 낮은 인물입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 누구보다 문동은에게 더 악랄하게 구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모습 자체가 겁이 났었기 때문이라고 차주영은 설명했습니다.
 
배우 차주영. 사진=넷플릭스
 
우선 어떤 이유에서든 최혜정은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어요. 결코 그래서 그랬구나란 뜻으로 말하는 건 아니에요. 그저 허영과 탐욕으로만 가득 찬 인물 이랄까요. 어떻게든 상류 사회로 진입하려는 몸부림만 남은 인물이었죠. 어릴 때나 또 성인이 됐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동은이를 괴롭히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죠. 잘못하면 내가 될 수도 있으니. 그래서 혜정이는 동정심이 간다라고 만약 생각하신다면 절대 그러시면 안됩니다. 혜정이는 나쁜 아이에요.”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인터뷰 초반 가장 화제를 모은 더 글로리파트2 속 장면의 비밀을 듣고 싶었습니다. 차주영이 연기한 극중 최혜정의 노출 장면, 바로 가슴 노출신입니다. 극중에선 연진(임지연)과 혜정이 기싸움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혜정이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내던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장면에 대해 의미 없는 노출이다란 비난도 많았지만 차주영의 생각은 전혀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 장면의 비밀 드디어 공개됐습니다.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일단 노출 장면은 제가 찍었어요. 그런데 중요 부위는 제가 아닙니다(웃음). CG처리를 했어요. 혜정이는 가슴 수술을 한 설정이었는데, 전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CG를 사용했어요. 그리고 촬영 처음부터 노출이 있었던 것도 알고 있었어요. 일부에선 의미 없는 노출이란 비난도 있는데, 혜정이가 연진보다 우월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게 가슴이에요. 그 장면의 기싸움에선 반드시 필요했던 장면이라 생각해요.”
 
배우 차주영. 사진=넷플릭스
 
가슴 수술을 했단 설정 등을 더해 극중 최혜정의 허영심을 반영한 또 다른 명장면이 있습니다. 정말 사소한 장면이고 눈 여겨 보지 못하면 흘려 보낼 지점일 수도 있습니다. 파트1에서 최혜정 그리고 박연진 이사라가 함께 만나는 장면, 이 장면에서 유명한 대사가 나옵니다. ‘그때 문동은 아니었으면 너야라는. 눈에 띄었던 장면은 바로 최혜정이 박연진과 이사라를 향해 걸어오던 천박해 보이던 걸음걸이였습니다. 차주영은 그 장면의 디테일을 봐준 것에 너무 감사하다며 웃었습니다.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저 지금 눈물 날 것 같아요. 사실 그 장면, 계산을 하거나 연구를 했던 게 아니었어요. 진짜 저도 모르게 현장에만 가면 그런 행동들이 나왔었던 시기였어요. 우선 제가 생각했던 혜정이, 진짜 가벼워 보였으면 했거든요. 싸구려 같은 느낌이랄까. 기억 나는게 그날도 그 장면 찍는데 저도 모르게 그런 걸음걸이가 나왔어요. 기억에는 그 장면 이후부터 혜정이가 진짜 내게 왔구나싶을 정도였어요. 난 가볍지 않은 사람이지만 그걸 숨긴다고 숨겨도 드러날 수 밖에 없는. 그런 게 몸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아이가 혜정이에요.”
 
'더 글로리' 예고편. 사진=넷플릭스
 
극중 최혜정을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코드 중에 하나가 바로 빌런 5인방 가운데 한 명 전재준(박성훈)과의 관계입니다. 빌런 5인방은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동창생들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뒤 그들은 기묘한 관계로 얽히고설키게 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재준과 이상한 관계로 얽히게 되는 인물이 바로 최혜정입니다. 극중 막바지에는 육체적인 관계로 맺어지면서 자신들의 리더나 다름 없었던 박연진에게 반기를 들기도 합니다. 최혜정에게 전재준은 어떤 의미로 해석을 할 수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배우 차주영. 사진=넷플릭스
 
혜정이가 재준을 사랑했을까요(웃음) 아니면 재준이가 혜정을 좋아했을까요. 우선 재준에 대한 혜정의 감정은 좋아하는 것 반 그리고 연진을 향한 오기가 반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혜정은 신분 상승에 대한 욕망이 너무 강하잖아요. 그리고 연진에 대한 자격지심도 너무 강하고. 그 두 가지가 충돌하면서 괴물 같은 욕망이 튀어나와 그들 전체의 관계를 균열시키는 작용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지인 중에 그럼 넌 전재준과 주여정 중에 누가 더 좋아라고 물어본 적 있는데. 당연히 주여정이죠. 전재준 너무 싫어요(웃음).”
 
'더 글로리' 예고편. 사진=넷플릭스
 
차주영에게 물어봐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더 글로리의 질문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괴롭히는 것이고 왜 약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일까. ‘더 글로리에서 옳다아니다의 경계선에 있었지만 스스로가 아니다의 경계로 넘어간 빌런 5인방 가운데 한 명인 최혜정. 그리고 최혜정을 연기한 차주영. 일단 그는 배우 데뷔 전까지 해외에서 유학 생활을 오랜 시간 동안 했었습니다. 당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도 경험해 본 적이 있었을 듯 합니다.
 
'더 글로리' 최혜정 캐릭터 포스터
 
피해자와 가해자는 의도했건 그렇지 않았건 살면서 어느 쪽이라도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싶어요. 문제는 가해자가 됐다면 그게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사과를 해야죠. 실제 촬영 전 배우들 모두가 과거 학폭에 연루됐는지 확인도 했었어요. 물론 전 없죠. 다만 제가 해외에서 오래 살아서 소외와 외로움에 대한 느낌은 정말 잘 알 것 같았어요. ‘더 글로리가 결코 먼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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