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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무기 개발에서 북한에 지는 이유
2023-03-30 06:00:00 2023-03-30 06:00:00
북한이 최근 보여주는 새로운 전술 무기들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북한은 전술 무기 3종 세트로 알려진 이스칸데르, 애이타킴스, 초대형 방사포로 구성된 전술 무기 3종 세트를 실전에 배치하는 입구에 섰다. 모두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전술 핵무기로 보아야 한다. 3월 한미연합 군사훈련 기간에는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전술 탄도탄 미사일의 공중폭발 시험에 성공하였으며, ‘화살’로 불리는 전략순항 미사일과 ‘해일’로 불리는 수중 핵 어뢰도 선보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를 방문한 3월 27일에 북한 매체들은 일련번호가 매겨진 전술 핵탄두들을 공개하였다. 화산-31이라는 명칭의 이 핵탄두는 전술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핵 어뢰에 모두 장착이 가능한 규격화된 소형 탄두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과연 이러한 북한의 핵 능력을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해 “한미가 분석하고 있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2017년에 미국의 정보기관이 “북한이 전술 핵탄두 제조 능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한 사실을 떠올린다면 북한의 새로운 무기들이 허무랭랑하다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지난 10년 간 서방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을 과소평가하는 실수를 여러 번 반복했다. 2014년에 북한이 수중발사 미사일(SLBM)을 시험했다며 사진을 공개하자 미 합참은 “영상 조작”이라며 북한의 능력을 폄훼했다. 그러자 북한이 고화질 동영상을 재차 공개하자 미국은 더이상 북한을 비웃지 못하고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게 된다. 그 이후 북한의 신무기 개발은 항상 미국의 예상을 초월하는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면모를 과시하며 초고속으로 진행되어 왔다. 만일 한국이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한다면 개념연구에 2~3년, 탐색개발에 2~3년, 체계개발에 3~5년이 소요되어 실전에 배치되기까지 총 7~10년이 걸린다. 모든 단계마다 각종 규제와 엄격한 관료적 절차가 기다리고 있고, 만일 부실이나 비리라도 발견되면 모든 사업이 정지된다. 사업이 실패하면 연구원들이 감사를 받고 경위서를 써야 하며, 심지어 개발 비용의 일부를 사비로 변상하는 일도 발생한다. 개발자들은 그런 문책이 두려워서라도 어렵고 도전적인 개발을 회피하고, 간편하게 외국의 무기를 구매하거나 실효성 없는 쉬운 개발과제로 연명한다. 반면 북한은 개발과 양산, 실전 훈련 등 모든 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하는 혁신적 개발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와 일선의 전투원 간에 수시로 피드백을 교환하게 되어 경험과 지식이 축적된다. 실패하더라도 문책받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목표에 도전하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과학자 우대정책과 뚜렷한 목표 제시로부터 비롯되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우리의 국방과학 정책은 북한을 보고 배워야 할 판이다. 북한보다 국방비를 5배 이상 쓰면서도 재래식 무기체계에서 북한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할 때다. 북한은 투박한 기술을 혁신적으로 적용하여 전략적으로 무기를 개발하는 반면, 남한은 첨단 기술을 고루하게 적용하여 재래식으로 무기를 개발하는 근본적 차이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방과학과 개발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 동맹국의 확장억제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진정한 안보 정책이라고 착각하게 되면 대미, 대일 굴종적 외교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개혁을 해야 할 때 개혁하지 않고, 동맹에 대한 안보 의존을 숙명으로 여기는 정권에게는 미래가 없다. 나는 지금의 정부가 그렇다고 본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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