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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리바운드’, 그들이 던진 희망의 ‘지금’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 출전 부산 중앙고 농구부 실화 영화화
스포츠 영화 특유의 박진감·드라마 살리기 위한 포장 없는 ‘진정성’
2023-03-30 07:00:43 2023-03-30 07:00:43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분명하게 약점이 더 많습니다. 구조적 약점이라기 보단 태생적 약점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그 약점이 이 영화 존재 가치를 폄하 시키지는 않습니다.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은 진부하지만 가장 기본적 원칙 진정성에 이 얘기 가치의 중점을 뒀던 것 같습니다. 장항준의 리바운드’, 농구가 소재입니다. 그리고 연출자가 장항준입니다. 프로 개그맨을 능가하는 입담의 소유자입니다. 당연합니다. 개그 작가로도 활동했던 장 감독의 기본적 재능과 감각은 발군입니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높습니다. 농구가 소재이지만 리바운드가 코미디에 가까울 것이라고. 그래서 장 감독은 아마도 진정성에 포인트를 뒀던 것 같습니다. 일단 스포츠 영화입니다. 스포츠 영화는 여러 장르 영화 가운데에서도 가장 뚜렷하게 장점과 단점이 명확합니다. 해당 스포츠 종목의 역동성과 다이나믹함을 강조한 보는 재미가 큽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 포인트가 맞춰질 경우 그 외적 요소, 즉 드라마가 얕아지거나 진부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전체 구조의 밸런스 때문입니다. , 후반부 하이라이트 경기 장면을 위해 그 이전에 배치해야 할 여러 요소들. ‘희로애락이 담긴 드라마,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언급하는 신파가 주효 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리바운드가 다른 스포츠영화와 달리 진정성이란 측면에서, 그리고 하이라이트에 배치된 경기 장면에서도. ‘찐한사실감이 묻어 나오는 게 있는 듯합니다. 참고로 이 영화, 온전하게 실화입니다.
 
 
 
리바운드는 극중 배경과도 같은 실제 부산 중앙고 농구부에 대한 얘기입니다. 부산 중앙고에서 일하는 공익근무요원 강양현(안재홍). 그는 이 학교 농구부 선수 출신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농구를 그만둔 상태. 그는 재정적 이유와 유명무실해진 성적으로 인해 농구부 해체를 시도하는 학교측 요구로 농구부 코치로 급하게 부임합니다. 양현은 이 학교 농구부 출신 선수로, 한때 전국 대회 MVP까지 했던 실력자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농구를 그만뒀습니다. 양현은 당시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위해 부원들을 모집해 다시 한 번 팀을 일으켜 세우려 합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이제 겨우 20대 중반의 양현은 의욕만 앞섰습니다. 의욕만 앞섰다고 실력이 모자란 것은 아닙니다. 그는 불과 6명뿐인 농구부원들을 다그치면서 전국대회 출전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입니다. 첫 상대가 전국 최강 용산고입니다. 승패는 불을 보듯 뻔하게 패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가 문제였습니다. 실력도 문제였지만 매너에서도 최악이었습니다. 첫 경기에서 중앙고는 용산고에 몰수패를 당합니다. 그리고 전국대회 6개월 출전 정지까지. 학교 측은 어차피 해체를 하기로 마음 먹었던 농구부를 없애 버리려 합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의욕만 앞섰던 양현은 좌절합니다. 그를 믿고 따랐던 부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상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의욕만 있었을 뿐입니다. 거기에 좌절이 더해졌습니다. 포기가 더 깊어졌습니다. 되돌리기 힘든 상황이 온 듯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무리를 하기엔 너무 억울합니다.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본 것 같습니다. 양현은 MVP시절 인터뷰 영상에서 자신이 간과했던, 까맣게 잊고 있던 한 가지를 봐 버렸습니다. 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5명이 한 팀이 돼 하는 경기입니다. 가장 기본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 기본을 다시 깨우쳤으니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습니다. 뿔뿔이 흩어졌던 부원들을 찾아 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손 잡아 주길 원했습니다. 이렇게 끝을 내기엔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그랬습니다. ‘혼자가 아닌 동료를 바라보기로.
 
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절치부심으로 준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출전한 전국 고교농구대회. 달라진 중앙고, 경쟁자들을 한 팀씩 제치고 순위를 끌어 올립니다. 그들이 던지는 공, 단순한 농구공이 아닙니다. 희망도 아닙니다. 의지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합니다. 그들은 경기를 통해 지금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그것. ‘지금을 던집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2011년 제작사가 첫 기획에 돌입한 뒤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무려 12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얘기,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대부분이 실화입니다. 부산 중앙고 그리고 농구 코치 강양현, 여기에 중앙고 농구부원 6명 이름까지. 실화가 가진 진정성에 기대기 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바운드를 보고 나면 제작진이 왜 캐릭터 작화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명 그대로를 끌어왔는지 충분히 납득되고 설득 됩니다. 각각의 캐릭터가 가진 드라마가 영화 자체의 드라마틱함을 오히려 짓누를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 정도 진성성이 강한 실화의 힘을 리바운드는 필터링 시킬 필요가 없다 느낀 듯합니다. 오히려 장점을 더욱 더 살리고 단점을 덮을 방식으로 실명을 끌어온 듯합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의 진짜 힘은 영화 마지막 엔딩 크레딧 이후 소개되는 실제 모델과 극중 용산고와의 마지막 결승전 경기 임팩트입니다. 각각의 극중 캐릭터 그리고 실제 모델이 중첩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힘은 뭉클함과 공감대 그리고 그 이상의 무엇을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에서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 연출 맥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리바운드는 그걸 끌어옵니다. 그리고 좀 다른 무언가를 그 지점에 뿌려 놓습니다. ‘있는 척하지 않습니다. ‘포장하지 않습니다. ‘부리지 않습니다. 그저 그들이 그때 그 순간 그 지금을 어떻게 던졌는지. 그것 하나만 잡아 내 리바운드전체 흐름이 담고 있던 진정성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의 우려 스러운 점은 아마도 연출자 장항준감독의 이름 석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 방송을 통해 공개된 그의 이미지와 선입견. ‘웃기다로 귀결됩니다. 그래서 리바운드’, 웃길 것이라 먼저 상상하고 들어갑니다. 기대합니다. 하지만 그다지웃기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영화, 농구가 갖고 있는 박진감 그리고 다이나믹함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그리고 진짜 힘은 그걸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이 담은 진짜와 매 순간의 지금에 담긴 진정성을 담기 위한 노력뿐 입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 사진=(주)바른손이앤에이
 
리바운드’, 실패가 끝이 아니란 것을 가르쳐 주는 또 한 번의 기회입니다. 실패했지만 그건 실패가 아닌 또 다른 기회라는 것. 그 힘의 진정성은 리바운드엔딩 크레딧 이후 모두가 느낄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일 듯합니다. 무엇은 우리 각자가 느낄 자신만의 리바운드일 듯합니다. 개봉은 45.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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