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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세계적 팝스타 미카, '현대판 프레디 머큐리'
"후하게 베푸는 한국, 다른 나라에도 영향"
그랜드 피아노 기어 올라가는 무대 연출
"음악 이전에 이야기와 감성, 내 자신은 스토리텔러"
2023-06-07 21:34:45 2023-06-07 21:34:4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그랜드 피아노 위를 기어 올라가는 첫 순간부터, 이미 단순한 공연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아이처럼 기지개를 펴며 "7년을 자고 일어난 것 같다"던 능청 연기는 팬데믹 후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상황에 대한 재치의 은유. 
 
최근 '서울재즈페스티벌'(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보여준 세계적인 팝스타 미카의 무대는 흡사 한 편의 뮤지컬을 보듯 짜임새 있고 유기적인 스토리텔링 전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공 예술인 공연의 우연적이고도 즉흥적인 특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관객들의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는 웰메이드 팝 음악이란 이런 것이구나 절감했습니다.
 
이번 공연에 앞서 서면으로 본보 기자와 만난 미카는 "저는 제 자신을 스토리텔러, 즉 이야기꾼이라 생각한다. 제 이야기와 감성은 (저에 대한 다른 것을 떠올리기 이전) 항상 떠오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번째 곡 'Big Girl (You Are Beautiful)' 순간부터 객석을 모세의 기적처럼 가르는가 하면, 2-3차 앙코르 무대 때 왕관이나 호랑이 탈 등의 연출 미장센, 마지막 다시 긴 기지개를 켜며 '수미상관'을 이룬 공연의 피날레들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5월26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보여준 세계적인 팝스타 미카의 무대. 프라이빗커브
 
"공연의 매력은 감정선이 롤러코스터 타는 것 마냥 왔다갔다 하는 것과 같지요. 한국 팬들은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지요. 두 시간 동안만큼은 저와 한국 팬들은 현실에서 완벽히 벗어나요. 우리가 매사 갖고 있는 벽들을 허무는 것처럼요."
 
1983년 레바논 베이루트 출생인 미카는 굴곡진 삶을 살아온 뮤지션입니다. 태어나자마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내전 격화 때문에 프랑스로 터전을 옮겼고, 이후 영국으로 다시 이주하는 등 변화를 많이 겪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유랑자' 같은 삶은 음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저는 무수한 경계를 넘어오며 많은 곳들에 속해 있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곳에 금새 적응하는 장점 또한 있죠.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호기심이 자라나고, 이 호기심에서 나온 창의성이 제 음악을 만드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에서 제가 느낀 건, 종이 비행기 같은 다른 나라에 없는 후하고 베푸는 이벤트들이에요. 한국은 분명 다른 나라 음악과 문화에 큰 영감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2004년 무렵 마이애미, 뉴욕을 거점으로 라이브 활동을 하며 대중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당시 외신들은 5옥타브 '현대판 프레디 머큐리'가 나타났다며 열광했는데, 이날도 히트곡 'Lollipop'이나 'Grace Kelly' 같은 곡들에선 실제로 프레디 머큐리가 살아 움직이는 환영이 일었습니다. 다만, 조금 더 부드럽고 유쾌하고 발랄한 음색과 '오페라'적으로 분출하는 화려한 미학은 미카 만의 분명한 고유성입니다.
 
지난 5월26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보여준 세계적인 팝스타 미카의 무대. 프라이빗커브
 
"당신(기자)의 귀에 오페라와 클래식 기질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저 또한 완벽하게 동감합니다. 그 끼를 무시할 수가 없나봐요..! 아마 제가 클래식을 공부했던 배경에서 (제 고유성이) 오지 않나 싶어요. 런던 왕립음악대학 재학 시절, 제 친구들은 기술적으로 완벽하길 바랐어요. 정말,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최고가 되고 싶어했죠. 저는 그들과 달랐어요. 물론 중요하지만, 최선의 선택이 되어서는 안된다 생각했죠. 감정이 없는 완벽함이 과연 힘이 있을까 싶었어요." 미카는 "제가 원하던 보편성이자 제가 이끌리던 매력, 그리고 팝송을 쓸 때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라는 것은 단조로움인 것 같다"며 "작곡 시에는 최대한 자진해서 단조롭기 위해 노력한다"고도 했습니다.
 
스스로의 음악 세계를 '얼터너티브(대안적인) 멜로디 팝' 장르로 규정한 미카는 "컴퓨터의 프로그래밍 소리보다는 신디사이저부터, 빈티지한 악기까지 실존하는 소리들로 음악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가장 최근작인 'My Name Is Michael Holbrook(2019)'과 관련해선 "마이클(본명)과 미카(활동명), 어느 버전이 나를 만들까 제 자신에게 물어가며 만든 음악들"이라며 "내 아이디어와 밝은 색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는 도전과 자가 치유에 관한 메시지"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후반 TV 광고에 음악이 사용된 것을 계기로 대중적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 이후 세 차례 단독 내한 공연을 열었는데, 특유의 열혈 팬서비스가 한국 팬들의 흥과 맞아 떨어져 '김믹하'라는 특유의 한국 애칭도 붙여졌습니다. 프랑스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보이스: 라 플뤼 벨 부아’ 시즌 7에는 한국인 참가자 유발이(본명 강유현)와도 인연을 맺었습니다. 
 
지난 5월26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보여준 세계적인 팝스타 미카의 무대. 프라이빗커브
 
미카는 유발이에 대해 "너무나도 우아하고 어떻게 보면 그 공연에 흔히 보이는 참가자가 아니었다"며 "그녀에게 뛰어난 실력 있다는 것과 축복해줘야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우승을 향해 가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어서 최대한 그녀가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빛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만 프랑스 티비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어요. 이런 상업적인 티비쇼에 넘치는 끼를 가진 참가자들이 나오면 이래서 좋다니까요! 흥미롭고 음악적인 것들을 가능케해요! 몇 표를 받아야 이기지, 라는 그런 생각과는 달랐어요!"
 
K팝과 K드라마, K무비에 대해서도 "최근 5년간 얼마나 빨리 성장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었는지를 보면 놀랍다"며 "세상은 너무 빨리 바뀌고 있다"고 했습니다. "K팝은 음악 유통에서도 새로운 방식을 도입시켰어요. 프로덕션의 가치 또한 매우 높아요. 작업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리스너들은 이를 알아요. 최근 '기생충'이 얼마나 광대하게 각광받는지.. 대단하다 생각해요. 꼭 받아야 마땅한 영화였고 승리였다 생각해요."
 
미카는 서울 방문 때마다 한국 음식도 곧잘 먹는다고 합니다. 음식의 맛 뿐 아니라 양과 따뜻한 인사 덕에 '배려심과 베푸는 사람들의 영혼'을 대접 받는 것 같다고. "이래서 한국이 다른 나라들보다 더 특별하다 생각돼요."
 
지난 5월26일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보여준 세계적인 팝스타 미카의 무대. 프라이빗커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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