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멈춘 사업장에 민간자금 투입…PF 부실 뇌관 우려
정부 "부동산 PF 연체율 괜찮다"
대주단 만기연장·상환유예 착시효과
2023-09-27 06:00:00 2023-09-27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의 큰 주축은 '금융'인데요. 공사가 지연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위주로 신규자금을 투입해 가시적인 공급효과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특히 PF 보증을 늘려 민간 금융사가 PF 대출을 늘리고 2조원이 넘는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사업장 구조조정에 나서는 내용입니다. 다만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결국 금융회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사진=뉴시스)
 
"자금 지원으론 한계, 문제는 사업성"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이 26일 발표한 주택공급 종합대책의 핵심은 공사가 진행 중인 사업장 위주로 신규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PF보증을 15조원에서 25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사업장 재구조화 펀드도 2조원이 넘는 규모로 가동됩니다. 캠코(자산관리공사)가 1조1000억원 규모 'PF 사업장 정상화 지원펀드'를 조성하고 5대 금융지주와 저축여신업계가 1조원 규모 민간 주도 PF 펀드를 만드는 내용도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민간 자금 중심의 공급대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공급이 위축된 근본원인이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성 부족에 있기 때문인데요. 금융권에선 유일하게 은행권이 올 들어 3조7000억원 규모로 PF대출을 대폭 늘렸습니만, 우량 사업지에 한정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UG의 보증을 받으면 은행은 대출원리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지만 사업비대출 등을 내주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합니다. A 은행 관계자는 "랜드마크이거나 대형건설사가 책임준공 방식으로 진행하는 우량 사업자는 PF 대출 경쟁이 치열하다"면서도 "본 PF 이전 단계에서 착공이 이뤄지지 않고 홀딩이 된 것도 많아 보수적인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고 전했습니다.
 
땅값과 건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분양가격이 오르면 사업성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미분양 우려가 높아지는데요. PF 보증을 확대하거나 은행권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늘리면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권 PF대출 연체율도 지난 3월 말까지는 0%대였다가 부동산 PF 대주단에 참여한 이후 0.23%까지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주택공급 대책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공급을 주도해야 하는 내용이 빠졌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경기 침체기엔 정부에서 민간 건설사 미분양을 해결해 주거나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청년주택 등 임대로 돌리는 공공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레고랜드발 PF 부실 우려 계속
 
지난해 9월 레고랜드 사태로 부각된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1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총 13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5000억원 늘었습니다. 2020년말 92조5000억원이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2021년말 112조9000억원, 2022년말 130조3000억원, 2023년 3월말 131조6000억원 등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PF 대출 연체율도 6월말 기준 2.17%를 기록하며 1분기 대비 0.16%p 올랐는데요. 2021년 말 0.37%, 2022년 말 1.19%, 2023년 3월 말 2.01%로 뜀박질하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 자체는 다소 완화됐습니다. 다만 부실 우려 사업장의 금융지원이 대거 이뤄지는 만큼 일정 부분 착시효과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앞서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14년 만에 PF 대주단 협약을 부활하고, PF 사업장 3600곳에 대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 등 채권 재조정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모두 187개 사업장에 대해 PF 대주단 협약이 적용됐습니다. 이 가운데 152개 사업장에서 금융지원을 통한 정상화·연착륙이 진행 중입니다.
 
이를 놓고 부동산 경기 회복을 전제로 부실을 잠시 미뤄놓은 것일 뿐이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거나 더 나빠진다면 더 큰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업권별로 보면 2금융권의 PF 부실 우려가 심각한데요. 그중에서도 증권사의 경우 다른 업권에 비해 부실 지표가 뚜렷합니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연체율은 6월 말 17.3%로 3월 말보다 1.4%p 증가했습니다. 증권사의 PF 연체율은 2021년말 3.71%에서 2022년말 10.38%로 뜀박질한 후 올해 3월말 15.9% 등으로 고공행진 중입니다.
 
증권사의 PF 대출잔액은 6월말 기준 5조5000억원으로 다른 업권에 비해서는 작은 편입니다. 다만 증권사는 통상 PF 대출보다는 PF 채무보증 규모가 큰데요. 6월말 기준 증권사 PF 채무보증 잔액도 22조9000억원에 달해 실제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은 28조4000억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저축은행도 PF 대출 연체율이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0조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6월말 8000억원 줄었지만 연체율은 같은 기간 1.7%에서 4.6%으로 급증했습니다. PF 익스포저 규모가 24조1000억원으로 증권사와 엇비슷한 캐피탈사도 6월말 연체율이 4.2%로 1분기 대비 0.3%p 감소했지만 고정이하여신비율은 4.1%로 3월말보다 1.1%p 늘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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