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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인조이', '불쾌한 골짜기' 극복 과제로
언리얼 엔진5로 사람과 흡사한 캐릭터
특정시간 동안 말 못 걸면 뒤돌아 제 갈 길
현실 속 사람은 뒤돌아 다시 소통하는데 '괴리감'
"출시 전 '심즈'처럼 자연스러운 소통 구현"
2023-11-20 14:06:09 2023-11-20 16:04:5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 도원시에 사는 고등학생 최홍만 양은 그간 관계가 소원했던 오빠 억만에게 다가가 "더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억만은 곧장 뒤돌아 주방에 있는 식탁 의자로 향합니다. 다시 오빠에게 간 홍만이 다른 이야기를 꺼내보지만, 억만은 또 제 갈 길을 떠났습니다. 오빠를 쫓아간 억만이 말을 걸자, 드디어 오빠가 호응하는데요. 홍만은 오빠가 삐쳤다가 어느 순간 화가 풀린 건지, 아니면 뒤돌아서기 전에 미리 말 걸어야 들어줄 정도로 성격이 모난 건지 헷갈립니다.
 
이 어색한 상황은 지난 16~19일 19만7000여명이 찾아간 '지스타 2023'에 크래프톤(259960)이 출품한 게임 '인조이(inZOI)'를 플레이 하던 도중 일어났습니다. 인조이는 게이머가 고양이 신의 뜻을 따라 가로 세로 600m 규모의 마을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인간(조이)의 삶에 개입한다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제목은 그리스어로 삶을 뜻하는 'ZOI'에서 착안한 말로, '삶의 즐거움'이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17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서 최홍만 양이 오빠 최억만 군에게 "더 알아가고 싶다"고 말을 건다. 하지만 억만은 이 사진을 찍은 직후 뒤돌아서 식탁으로 향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 게임은 언리얼 엔진5 기반 실사풍 그래픽으로 현실성을 강조해 이목을 끌었는데요. 부산 벡스코 제1전시관에 마련된 인조이 체험장을 찾는 발길이 끊이질 않아, 관람객들은 30분 체험을 위해 세 시간씩 기다리는 모습이었습니다.
 
크래프톤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기존 심즈 팬은 물론, 이런 게임에 관심 없던 사람까지 인조이 게이머로 흡수하려는 겁니다. 인조이 게임 체험을 마친 관람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1번 질문은 바로 '심즈 시리즈를 플레이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였는데요. 심즈는 맥시스가 만들고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출시해 온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역사는 20년이 넘는데, 지금까지 PC판으로 4편이 나왔고요. 모바일판도 있습니다.  
 
인조이는 기존 심즈의 조작법을 따르는데요. 심즈의 골수팬은 심즈 외에 다른 게임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조작법에 차이를 둬선 안 된다는 게 개발진 판단입니다. 대신 미국 만화풍으로 표현된 심즈와 달리, 인조이는 현실 같은 그래픽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죠.
 
인조이에서 자동 생성된 캐릭터. 외양이 실제 사람과 흡사하지만, 상대방과의 소통 과정이 현실과 괴리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사진=이범종 기자)
 
하지만 크래프톤 부스에서 체험한 인조이 속 인물 간 상호작용은 그래픽이 구현해낸 사실감의 정도와 괴리가 제법 컸습니다. 제가 만든 캐릭터 홍만 양이 오빠 억만 군에게 말을 거는 과정에서 이 같은 느낌이 특히 두드러졌는데요. 억만이가 뒤돌아서기 직전 또는 직후에 홍만이가 말을 걸면, 억만은 그냥 프로그램된 목표 지점을 향해 떠나갑니다. 뒤돌아서더라도 상대방이 말을 걸면 다시 고개를 돌려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실제 사람의 상호작용과 비교할 때 온도차가 느껴지는 지점이죠.
 
이 때문에 시연용 인조이 속 인간은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을 연상케 했습니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관련된 로봇공학 이론인데요. 인간은 사람을 닮은 로봇 존재에 처음에는 호감을 느끼다가도, 어느 순간 이 로봇에서 사람과 다른 불완전성이 부각될 경우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외려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 로봇의 외모 외에 행동까지도 사람과 거의 구분 못 할 정도에 이르면 사람은 다시 호감을 느낀다고 하는데요. 이렇듯 급하강했다가 급상승하는 호감도가 마치 골짜기의 모양을 닮아 있다고 해서 '불쾌한 골짜기'라는 용어가 생겨났습니다.
 
인조이에서 처음 캐릭터(조이)를 만들 때 개방성과 성실성 등 다섯 가지 기질을 상세히 정할 수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인조이 속 조이의 겉모습은 사람과 쏙 빼닮았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개발 중이어서인지, 조이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의사소통밖에 못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불쾌한 골짜기 구간을 느끼게 했습니다. 특히 말을 걸려는 상대방 캐릭터의 '자유 의지'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이런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자유 의지는 수면과 배고픔, 용변 등 다양한 욕구를 캐릭터가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능입니다. 그래서인지 상대방이 나를 마주하고 있을 때 서둘러 말을 걸지 않으면, 사전에 프로그램된 자유 의지 동작을 수행해버립니다. 나에게 몇 초간만 말할 기회를 준 뒤, 그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자동으로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가는 식입니다.
 
제작진은 출시 전까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18일 인조이 시연장에서 만난 개발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심즈에서는 PC를 다루다가 옆에서 다른 심이 말을 걸면 이에 대응하는 식으로 행동하는데, 인조이 역시 이런 멀티태스킹 기능을 출시 전까지 구현하려 한다"며 "지스타에 공개된 11월1일 빌드 기준으로는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조이는 현재 그래픽에서만큼은 매우 후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개발진이 보완 과정을 거쳐 내놓을 최종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인데요. 사람과 흡사한 모습을 한 캐릭터가 현실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과 다소 동떨어진 행동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괴리감을 줄일 수만 있다면, 기존 장르의 공식을 따르면서 독보적인 IP(지식재산권) 구축에 성공한 네오위즈(095660)의 전례도 따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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