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7년 해법)JYP, 아티스트 이탈 막는 'TF 매니지먼트'
하이브 레이블과 유사한 본부제 체제
박진영 독단 결정 영향력 낮춘 '체질 개선' 성공 평가
본부제 성공 사례…'트와이스' 10년 동행
2024-02-13 08:00:00 2024-02-13 09:06:03
 
 
[뉴스토마토 신상민·김재범 기자] 전 세계 시장을 아우르는 K팝, 그리고 그 시장을 이끄는 국내 4대 메이저 엔터사. 한해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매출을 올리는 이들 회사가 ‘7년 징크스’ 함정에 빠져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7년마다 회사 명운이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전 ‘기획사’ 시절 이른바 ‘노예 계약’ 문제가 터지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고, 2009년 표준거래계약서가 채택돼 ‘7년 계약’ 효력이 시작됐습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때부터 국내 엔터 산업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면을 <뉴스토마토>가 들춰봤습니다.
 
JYP Ent.(035900)는 국내 4대 기획사 중 아티스트 이탈률이 2번째로 높습니다. 하지만 수치만으로 현상을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위기 상황이었던 2015년 이전과 안정기에 접어든 2015년 이후 아티스트 이탈율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2018년 이후 사실상 하이브(352820)의 레이블 시스템과 유사한 4개 본부 독자 관리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JYP엔터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표=뉴스토마토
 
위기 시기 데뷔 그룹 100% 이탈
 
JYP엔터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혼란과 위기의 시기였습니다. 2011년 마이너스 15억원, 2012년 마이너스 65억원, 2013년 마이너스 25억원 등 3년 연속 수십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이 실패했고 상장사 JYP엔터와 비상장사 JYP가 별도로 경영되면서 혼선도 겪었습니다. 2015년에 들어서야 회사 체계가 잡히면서 실적도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JYP엔터 소속 아티스트의 이탈률도 혼란스러웠던 2015년 이전과 안정화된 2015년 이후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표준거래계약서 채택 이후 2016년까지 총 4개 그룹(미쓰에이, GOT7, 데이식스, 트와이스)이 데뷔했습니다. 4개 그룹 총 멤버수는 26명입니다. 이중 50%가 JYP엔터를 떠났습니다. 높은 수치입니다. 
 
미쓰에이.(사진=JYP)
 
하지만 속내를 봐야 합니다. 회사가 위기 상황에 있었던 2015년 이전에 데뷔한 미쓰에이, GOT7는 멤버 전원이 소속사를 떠나 아티스트 이탈률이 100%에 이릅니다.
 
하지만 회사가 안정기에 접어든 2015년~2016년 사이에 데뷔한 데이식스와 트와이스의 소속사 이탈률은 13.3%에 불과 합니다. 데이식스는 6명의 멤버 중 2명이 JYP엔터를 떠났지만 나머지 멤버가 재계약을 하면서 팀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트와이스는 10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지난해 여름, 멤버 전원이 재계약을 했습니다.
 
위기 넘긴 JYP, 체질 개선으로 퇴사 방어율 높여
 
2010년부터 2014년의 위기를 두고 업계에서는 박진영의 독단적 결정이 회사의 재정적 시련을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박진영은 자신의 영향력을 줄여 나가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아티스트 곡 선정 시에도 다른 작곡가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곡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콘텐츠 제작 프로세스가 신속하게 돌아가지 못하는 환경도 개선했습니다. 2018년부터 4개 본부로 시스템을 통합하고 각각의 본부가 독자적으로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사실상 하이브의 레이블 시스템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식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JYP엔터는 회사 안에 1본부(2PM, 스트레이키즈), 2본부(있지), 3본부(박진영, 트와이스), 4본부(엔믹스)로 나눠 각각의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업무 집중도와 각 팀의 고유 음악적 색깔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업계에서도 본부제, 레이블 등 하이브나 JYP엔터의 시스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하나의 유기체로 움직이는 트와이스
 
위기 상황을 거치면서 JYP엔터는 마케팅, PR, 매니지먼트, A&R 등을 한 팀이 모두 보유해 팀 안에서 업무가 이뤄지게 TF팀을 운영했습니다. 그 결과로 탄생한 팀이 10년째 멤버 이탈 없이 유지되고 있는 트와이스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본부가 아티스트 탄생, 관리, 매니지먼트, 프로덕션, 팬마케팅까지 가지고 있으면 운영 면에서 효율이 늘어나 퇴사 방어율이 높다”며 트와이스가 ‘마의 7년’을 넘어선 비결을 분석했습니다.   
 
트와이스.(사진=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가 안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멤버 전원이 하나의 유기체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와이스는 데뷔 10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예능, 배우 활동을 하는 멤버가 없이 오직 트와이스 팀 활동과 솔로 활동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멤버 전원이 ‘탈 소속사’를 감행했던 미쓰에이 및 GOT7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미쓰에이에선 수지가 배우 활동을 병행했고, GOT7에선 진영이 배우 활동, 잭슨과 뱀뱀이 예능에서 활동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개별 활동이 많아지게 되면 그룹 활동과 개별 활동 조율이 필요해지고 그러다 보면 그룹 컴백 시기도 늦어지게 된다”며 “JYP엔터의 경우 이미 2PM, 2AM, 미쓰에이의 경험을 통해 개별 활동이 그룹 활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체득해 트와이스는 그룹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사진=JYP엔터테인먼트)
 
신상민·김재범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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