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KS 제품 관리 어렵다…건축 구조감리 과정 강화해야"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 인터뷰
'비KS 제품' 국가인증 'KS 제품' 대비 붕괴 등 안전성 우려
저렴한 가격·원활한 수급 문제로 현장 안전 경각심 부족
"구조기술사, 건축 구조감리 전 과정 참여 필요성 커져"
2024-05-29 15:00:00 2024-05-30 14:35:08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최근 국내 건설현장에서 한국산업표준(KS)을 벗어난 수입 제품이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비KS 제품은 국가에서 모든 실험을 거쳐 인증을 받은 KS 제품 대비 보장성이 떨어져 건축물 붕괴 등 안전에 큰 우려가 있습니다. 건축 기술력이 크게 발달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알맞은 재료가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가격과 수급 문제로 다른 제품을 사용하는 등 구조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정식 인증을 받은 국내 제품 사용과 건축감리 과정 기준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건축물 붕괴사고는 상당한 인명피해를 가져오지 않습니까. 과거 건축 기술 수준에는 따로 구조설계가 필요없었지만 갈수록 기술이 발달해 고도화된 건축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건축물에 적합한 재료를 써야하는 단계인데 과거에는 안전 보장성이 부족한 제품을 써도 문제가 없었다는 안일함이 있습니다. 지금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붕괴사고가 계속 나타날 겁니다."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지난 27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건축 구조물 현황의 문제를 이같이 짚었습니다. 건축구조기술사는 국내에서 각종 구조물을 안전하게 설계하기 위해 건축물에 알맞은 재료를 선별하는 구조설계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건설현장에서 구조설계대로 공사를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감리활동을 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건축물이 안전하게 유지되도록 재료의 강도와 크기를 결정하고, 각종 붕괴사고의 원인까지 규명하는 겁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에 누적된 비KS H형강(H300x300·H298x201)의 물량은 125만4000톤(t)으로 집계됐습니다. 김 회장은 최근 건설현장에서 수입산인 비 KS 제품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점에 건축물의 안전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회장은 "가격이 싸다든지 수급이 빠르다든지 여러 가지의 이점으로 건설현장에서 비KS 제품들이 사용되고 있다"며 "이같이 건축 구조 설계자가 설계한 것과 다르게 했을 경우에는 그 구조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비 KS 제품 뿐만 아니라 이전 KS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붕괴사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회장은 "한국 표준 기준에 따르면 과거 KS제품인 H형강 JIS SS400은 없어지고 현재 기준에 맞는 KS SS275가 적용됐다"며 "만약 건축 구조설계에서 SS275 제품으로 설계를 했는데 이전 KS 기준인 SS400 제품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면 외부에서 적은 힘이 오더라도 구조물 붕괴 우려까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과거엔 왜 SS400가 기준이었는데 왜 이제 SS275가 기준이 됐느냐라고 하면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어서"라며 "구조물 파괴와 쳐짐, 붕괴까지 갈 수 있어 재료를 잘못 쓴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김영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장이 지난 27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앞서 지난 2014년 10명의 사망자와 500명에 육박한 부상자가 발생한 경주시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건 때도 건축물이 구조설계대로 지어지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친 바 있습니다. 규격된 구조용 철판이 아닌 다른 철판이 쓰이면서 리조트가 무너진 겁니다. 
 
다만,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이같이 구조설계에 어긋난 재료들이 공사현장에 투입되는 형국입니다. 김 회장은 "가격이 싸다든지 그게 수급이 빠르다든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며 "정확히 규격에 맞는 제품이 현장에 들어오지 않으면 그게 붕괴 사고로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유통업체와 건설사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정확한 품질 확인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제품의 시험 성적서를 서류상으로 구비를 해둔다. '밀시트'라 불리는 품질검사증명서(Mill Test Certificate·MTC)인데 이것마저 위조한다면 알 수 있는 길이 없다"며 "현장에서 위조하는 일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는 상당히 큰 범죄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따라서 구조감리 과정을 강화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김 회장은 "건축물이 지어지는 동안 감리 과정이 철골 같은 경우 3개층마다 하나씩 확인을 하도록 표준 샘플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설계에 맞지 않는 철골이 투입됐다는 가능성이 있는 셈"이라며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물 지어지는 전 과정에 대해 확인하는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 샘플링 체제가 마련됐을 경우 비용이 증가하게되는데 안전을 위해서는 비용을 논할 때가 아니"라며 "비용이 높아진다고 해도 건설 원가의 1%가 안되는 아주 적은 비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19대 김영민 회장 약력.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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