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점포 폐쇄 재시동…대체재는 디지털·무인 집중
은행권, 내달 30여개 통폐합 예고
가이드라인 강제성 없어 무용지물
2024-06-11 08:00:00 2024-06-11 08:37:17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으로 한동안 점포 구조조정을 중단했던 은행들이 올 하반기 다시 점포 통폐합에 나섭니다.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채널 효율화를 지체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이 대면 서비스 선호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대체 점포가 디지털· 무인 중심의 특화점포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7월에만 30여개 점포 사라져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내달 20여개 지점을 통폐합합니다. 우리은행은 내달 8일까지 서울과 경기, 부산 등에서 21개 영업점(출장소 2곳)을 인근 지점과 통합할 예정입니다. 대상 지점은 서울 개봉동·길음뉴타운·당산동·대흥역·동역삼동·망우동·상암동·센트럴시티·원남동·을지로·장안북·증미역·창동역·청계7가·홍익대, 경기 부천테크노파크·분당시범단지·일산호수, 부산 망미동지점과 롯데월드몰·반포효성 출장소입니다.
 
신한은행도 내달 4일부터 서울과 대전, 천안 등에 있는 6개 영업점을 같은 건물의 소매금융 영업점과 통합합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내달 20일 전주 태평동 영업점을 전주완주시군지부와 통합합니다. 지방은행도 점포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은행들이 영업점 구조조정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입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점포는 2020년말 3303개, 2021년말 3079개, 2022년말 2883개 등으로 연간 200곳 이상 줄었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폐쇄 점포 수는 57개로 급감했습니다.
 
취약층 접근성 확보 '생색내기'
 
당국은 지난 2021년 2월 은행들의 무분별한 점포 폐쇄를 막기 위해 점포폐쇄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은행 내부 의사결정으로 점포를 폐쇄할 수 있었지만 가이드라인 제정 이후에는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폐점 점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점포를 폐점할 수 있습니다.
 
해당 가이드라인이 자율규제이긴 했지만,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은행들은 점포 통·폐합의 대안으로 특화점포를 선보였습니다.
 
지난 2022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를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KB국민은행·신한은행 △KB국민은행·BNK부산은행 △하나은행·우리은행 △KB국민은행·한국씨티은행 등이 시중은행 영업점이 부족한 지역에 함께 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 지역 골목골목마다 위치한 편의점을 활용해 특화점포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노브랜드(No Brand)·이마트24, 신한은행은 GS리테일(GS25), 하나은행은 BGF리테일(CU), 그리고 우리은행은 이마트에브리데이 등과 함께 약 50가지 은행 업무 처리가 가능한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대신할 특화점포는 애초 은행 기능을 100% 대체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편의점 특화점포의 경우 접근성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기업여신 업무나 금융투자상품 가입 등 대면 확인이 필요한 업무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따로 처리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공동점포'도 확장 속도도 지지부진합니다. 공동점포는 한 개의 점포 내에 두 은행이 별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자동화기기 코너나 주차장 등 고객 편의 공간은 공유하는 방식입니다.
 
시중은행들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공동점포를 선보이고 있지만 취약층의 접근성을 제고하기에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은 수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하나-우리은행 공동점포 신봉점에서 고객들이 은행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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