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SG 진단)①지속가능 키워드 ESG '명과 암'
금융지주 녹색금융 자산 '기업대출' 쏠림
고탄소기업 실물 리스크 전이 가능성
그린워싱 해소할 범정부 '녹색기준' 정해야
2024-06-12 06:00:00 2024-06-12 08:36:55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행 능력이 금융사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핵심 능력이 되고 있습니다. ESG 경영을 설명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녹색금융'인데요. 은행과 보험, 카드,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녹색금융 비중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업대출 등 특정 자산에 쏠려있다보니 실물 리스크가 금융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그린워싱(녹색위장행위)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국 "고탄소기업 투자 줄여라"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녹색금융 관련 실적을 금융사 경영실태평가의 주요 평가지표로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입니다. 금융감독원의 '기후리스크 관리 지침서'에서는 금융사가 녹색산업 및 녹색성장과 관련된 기업, 자산 등에 투자, 대출 또는 보증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을 녹색금융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올해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12대 핵심과제 가운데 녹색금융이 눈에 띕니다. 금감원은 "ESG금융 감독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금융사 기후리스크 관리, 그린워싱 방지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관리에 확대 적용하기 위한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제정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색분류체계는 어떤 경제활동이 친환경적인지를 규정한 국가 차원의 기준으로 이른바 '녹색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이 됩니다. 금감원의 '녹색여신 관리지침' 제정은 녹색채권, 녹색펀드 등을 넘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 분야까지 확대 적용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은 금융권의 대출이나 투자를 받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금감원은 고탄소 배출 업종 기업의 대출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석탄 발전소와 같은 고탄소 배출 업종·기업의 익스포저(대출 위험도)를 서면으로 받은 뒤 살펴보는 방식인데요.
 
금감원 금융안정국 관계자는 "탄소중립 정책이 가속화할수록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고탄소기업의 신용도는 떨어지고, 관련 금융자산을 보유한 금융사들은 수익성과 건전성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개별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영실태평가에서 ESG 관련 대응 체계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권, 녹색기준 부합해야 투자·지원
 
금융사들은 이미 국내 기업의 저탄소·녹색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선별 지원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는 올해 초 '블라인드 펀드 ESG투자 모범기준'을 수립했습니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대상을 사전에 정해놓지 않고 투자금을 유치한 후 우량 투자대상이 확보되면 투자하는 펀드를 말합니다. KB금융은 정책·발굴·심사·관리·운영 등 총 5단계에 걸쳐 투자 대상의 ESG경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ESG통합역량 체크리스트'도 신설했습니다.
 
KB자산운용, KB인베스트먼트 등 펀드 운용 계열사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산업 및 섹터별 투자 적격 대상을 선정하게 되며 KB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라이프생명, KB캐피탈 등 투자를 집행하는 계열사는 체크리스트에 따라 펀드 운용사의 ESG역량 등을 평가해 투자 펀드를 결정합니다.
 
신한은행도 최근 '녹색분류체계 적용 기업대출 프로세스'를 도입했습니다. 올 상반기부터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는 대기업 대출에 대한 파일럿 운영을 거쳐 일련의 프로세스를 전산화했으며, 적용 대상을 확대해 녹색금융 공급을 본격화했습니다. 본점 ESG 담당부서에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따라 별도의 심사 과정을 진행하고, 적합성을 충족한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금리우대 등 혜택을 제공합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여신에 적용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한 자체 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정자산 쏠림 과도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회사채, 주식 등 모든 자산군에 영향을 미치지만, 은행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산에서 여신의 비중이 높아 이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한 금융지주의 녹색금융 자산유형별 탄소배출량을 보면 기업대출이 전체의 약 64%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많은 회사채와의 격차는 3배에 달합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등을 통해 탄소중립 전략이 가속화하면 국내은행들이 여신을 제공하는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고, 결국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에 따라 국가 탄소중립 정책이 가속화할 경우 금융사 자산 포트폴리오의 수익성,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형태로 계열사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아 은행 보유자산의 기후리스크가 예상보다 리스크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며 "기후리스크가 추가되면서 은행들이 대출금리 산정시 탄소리스크 프리미엄을 부과하는 등 금리 체계를 확립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사들이 녹색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녹색분류체계 기준에 부합하는 상품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부 검증된 녹색금융 상품이 나오면 금융사들이 우후죽순 비슷한 상품을 출시하는 행태가 반복되기도 합니다. 녹색금융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그린워싱 해소가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린워싱은 겉으로는 ESG를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고객유치용 경영전략에 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탄소중립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녹색금융 관련 분야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022년 5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핵, 석탄, 송전탑 중단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