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물가?…외식품목·밀크플레·국제곡물 '적신호'
외식물가↑…삼겹살 1인분 '2만원 돌파'
'금값'된 김값…김밥 가격도 오름세
국제곡물 상승세…밀크플레이션 가중
하반기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무게
2024-06-11 17:33:52 2024-06-21 08:51:18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두 달 연속 2%대 소비자물가를 기록하면서 '하향 안정 흐름'이라는 자평을 내놓고 있지만 하반기를 향한 '적신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식품·외식품목 물가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국제곡물 상승세와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 촉발 우려가 높은 데다,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 압박도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6월호'을 통해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매우 낮은 가운데, 공급 측 압력도 완화되며 물가상승세 둔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상품 물가가 3.8%에서 3.2%로 낮아지면서 전월(2.9%)보다 내려간 2.7%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두 달 연속 2% 후반대 물가로 정부와 한국은행, KDI 등은 '완만한 둔화 흐름'이라는 자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11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서울의 삼겹살 1인분(200g) 평균 가격이 첫 2만원대를 돌파했다. (사진=뉴시스)
 
둔화 흐름?…식품·외식품목 '불확실성'
 
하지만 1년 전보다 19.0% 오른 농산물 물가는 여전히 비싸고 식품·외식품목의 물가 경로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서울의 삼겹살 1인분(200g) 평균 가격이 첫 2만원대를 돌파했습니다. 2021년 5월 1만6581원을 기록한 이후 21.1%(3502원)가 오른 2만83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김밥 한 줄은 4월 3362원에서 지난달 3423원으로 올랐습니다. 올해 햇김 생산량이 전년보다 6.0% 증가했지만 주변국의 김 생산 부진과 세계적인 국산 K-김 인지도 상승 등 수출 수요 증가로 산지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마른김 월평균 도매가격은 작년 동기보다 80% 치솟는 등 속당 1만원을 처음 돌파한 상황입니다. 지난달 20일 이한후로는 한 속당 1만700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소비자가격은 셋째 주 기준 한 속당 1만2000원 수준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비빔밥은 한 그릇에 1만846원, 김치찌개 백반은 8192원으로 각각 오름세를 기록했습니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날 소위원회 회의를 열고 우유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사진=뉴시스)
 
국제곡물 상승…'밀크플레이션' 우려
 
곡물과 유제품 가격 상승세도 물가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년 평균 가격 100 기준)는 전월보다 0.9% 오른 120.4를 기록했습니다. 석 달 연속 상승세로 곡물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6.3% 상승한 118.7을 기록했습니다.
 
유제품가격지수는 126.0으로 전월보다 1.8% 상승했습니다. 유지류, 육류, 설탕 가격은 하락한 반면 곡물과 유제품이 견인한 겁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낙농가·유업계 간 우유 원유 가격 협상도 관건입니다. 지난해 10월 인상분이 반영된 이후 올해 원윳값도 농가 생산비와 시장 상황 등을 반영해 올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낙농가와 유업계 등이 참여한 낙농진흥회는 11일 소위원회를 통한 원윳값 협상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올해 원윳값은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지난해부터 시행)'에 따라 리터당 26원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관련 업계는 흰 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용 원유'는 리터당 1084원으로 최대 1110원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측은 용도별 차등가격제 운영 규정에 따른 최대치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료비,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늘고 있지만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하소연입니다.
 
농식품부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입니다. 물가 부담 완화를 이유로 10월부터 적용 시기가 늦춰지긴 했으나 작년 원윳값 인상 요인이 있던 만큼, 인상 자제를 우선한 모습입니다.
 
원윳값을 개별적으로 정할 수 있는 유업체로서는 통상 낙농진흥회가 정한 원윳값에 따라 유제품 가격을 인상합니다. 과자, 빵, 아이스크림 등이 줄줄이 오르는 이른바 밀크플레이션 후폭풍을 배제할 수 없는 겁니다.
 
지난 5월 15일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내에 가스 계량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억누른 에너지 비용…인상 압박
 
고물가 등 국민 정서를 고려해 요금 인상을 억눌러 온 정부와 정치권으로서도 하반기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전망입니다.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의 적자가 수십조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관련 업계에서는 가스요금이 먼저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2022년 이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가스를 공급하면서 미수금만 쌓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홀수 달마다 요금을 조정하는 만큼, 난방 에너지 사용이 감소하는 7월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반면 여름철 냉방용 사용이 급증하는 전기는 여름철 이후나 연말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며 전기보단 가스 요금 인상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취지를 시시한 바 있습니다.
 
유재선 하나은행 선임연구원은 "(한전) 누적 적자로 인한 이자비용 부담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환기되고 있다"며 "당분간 추정치 변화가 제한적이란 가정 하에 2023년 11월 요금 인상 사례처럼 여름철 이후 접근이 최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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