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오물풍선 사태, 남북 모두 '상황 관리' 중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윤 대통령 해외 순방-푸틴 대통령 방북 이후가 중요
2024-06-13 16:01:08 2024-06-14 13:23:14
 
지난 2004년 6월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가 철거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남북한 모두 '상황 관리' 중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의 대북 전단에 발끈한 북이 오물풍선을 전국적으로 살포하자, 윤석열정부는 2018년 4·27 남북 판문점 선언에 따라 철거한 대북확성기 방송을 지난 9일 재개했다. 이에 대응해 북한이 다시 오물 풍선을 살포했으나 정부는 지난 10일에 나온 북한 김여정 노동동 부부장 담화가 예상보다 수위가 낮다는 명분으로 대북확성기를 가동하지 않았고, 북한도 현재까지 관련 움직임을 멈췄다. 가파르게 치솟던 한반도 군사적 위기 상황이 일순 소강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윤 대통령 출국한 10일 대북확성기 가동 안 해…"푸틴 며칠 내 방북"
 
이 같은 ‘일단 멈춤’은 남북한 각각 중요한 외교 일정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위해 5박7일 일정으로 지난 10일 출국했다. 북한도 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아야 한다. 평양 김일성 광장에 대형구조물이 설치되는 정황이 위성에 포착됐고, 용산 대통령실도 푸틴 대통령이 며칠 내로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13일 확인했다.
 
결국 남북한의 굵직한 외교 일정이 끝난 이후에는 언제든 다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탈북자 단체 등은 대북 전단 살포를 계속할 의지가 충만하고,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에 따라 군은 이달 중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과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포사격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특히 현재 한반도는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언 △미·중 갈등 격화 △한·중 관계 악화로 안보 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해 9월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헌재의 위헌 판결을 근거로 대북전단 살포를 그저 방관만, 아니 방조하고 있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과 간담회는 하겠지만 살포 만류 목적은 아니라고 했고, 윤희근 경찰청장도 지난 10일 "오물풍선이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제지할 수 있는 근거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에 해당한다는 게 명확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헌재 위헌 판결했지만'전단살포 제한' 당위성은 인정
 
하지만 이는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정부가 전국적으로 안전문자를 발송하고 있고, 차량 파손 등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또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이 아니라면, 왜 9·19 남북군사합의는 이를 명분으로 전부 다 효력정지한 것인가?
 
헌재 위헌 판결 뒤에 숨는 것은 전형적인 아전인수다.
 
"심판대상조항이 추구하는 주된 목적인 국민, 특히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형벌권의 행사가 아니더라도, 전단 등 살포행위 전에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그 신고에 대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함으로써, 접경지역 주민 등의 생명·신체의 안전 보장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26일 헌법재판소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위헌 심판 결정문 중)
 
헌재는 '과잉 처벌'을 문제 삼았을 뿐, 전단 살포의 문제점과 제한의 당위성은 인정했고, 구체적으로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대응하라는 권고까지 한 것이다.
 
지난 11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ISIA) 팟캐스트에 출연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CSIS 유튜브 계정 갈무리)
 
주한 미국 대사도 "긴장 완화 필요"…대북전단 자제·상황 관리 주문
 
이 같은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필립 골드버거 주한 미국 대사의 우려와 조언은 주목할 만하다.
 
필립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 팟캐스트 대담에서 "우리는 물론 표현의 자유와 그 밖의 다른 것을 믿지만, 긴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긴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번 긴장 상황이 과거와 다른 것은 북·러 관계 강화, 북한의 대중국 관계 관리 등에 따른 역동성이 존재하는 점이라면서 "그 측면에 대해 약간의 주의를 하기를 희망한다. 이는 북으로 가는 전단지와 부분적으로는 그 전단지들에 대한 북한의 반응과 관련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물론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해 "유치하고 나쁜 행동이며, 우리는 이 모든 문제에서 동맹국 한국을 전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사실상 전단 살포 자제와 이를 통한 정세 안정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한반도에서 미군이 직접 관계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남북 간 충돌 자제를 주문해 왔다. 2015년 8월 4일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으로 남북이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갔을 때도, 한국군의 북한 초소 보복 공격을 반대하는 등 상황 냉각에 주력했다. (관련 기사: "목함지뢰 폭발 후 北 원점 타격 한때 검토…미군도 반대")
 
하물며 지금은 미국 대선이 한창인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와중에 한반도까지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전혀 원하지 않고 있다. 이는 윤석열정부가 아무리 한·미 동맹에 목을 거는 정부라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황방열 통일·외교 선임기자 hb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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