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재산 분할에 최태원 반격…“주식가치 산정 오류”
"SK C&C '가치 판단' 잘못…최종현 기여분 12.5배, 최태원 355배는 오류"
최태원, 예고 없이 기자회견 등장…"2심 판결로 SK 명예 실추, 상고 결심"
2024-06-17 15:44:39 2024-06-17 16:20:18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 판결에 불복, 상고키로 했습니다. 2심 재판부가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별세하기 전 대한텔레콤(현 SK C&C)의 주식가치를 과소평가함으로써 노 관장에게 조 단위의 천문학적 재산분할을 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주장도 펼쳤습니다. 최 회장은 기자들과 직접 만나 "SK 구성원 명예가 실추돼 상고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최태원 "개인적인 일로 걱정 끼쳐드려 국민께 사과"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과 최 회장의 법률대리인 이동근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기자회견에 앞서 최 회장은 예고도 없이 기자들 앞에 나타나 고개를 숙였습니다. 최 회장은 "개인적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면서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이번에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재산분할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주장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에 대해 얘기를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은 "'SK의 성장이 불법적 비자금을 통해서 이뤄졌고, 6공화국(노태우 대통령) 후광으로 SK가 사업을 했다'는 (2심) 판결이 있었는데, SK 역사가 전부 부정당했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SK 구성원 모두의 명예와 긍지가 실추되고 훼손됐다고 생각한다. 상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달 30일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는 '역대급 재산분할'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한 바 있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 3일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 "SK가 성장해온 역사를 부정한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말했습니다.
 
1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소송·재산분할 항소심 판결 관련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 회장의 주장 요지는 SK㈜ 주식가치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자신의 기여도보다 높다는 겁니다. 이는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이 아닌 승계상속형이고, 최 회장이 소유한 SK㈜ 주식은 '특유재산'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앞서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명목으로 665억원, 위자료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의 가진 SK㈜ 주식을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유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이 되질 않습니다.  
 
최 회장 측은 SK의 성장에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더 높다는 근거로 SK C&C 액면분할을 거론했습니다. SK C&C는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입니다. 선대회장은 1994년 최 회장이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하도록 2억8000만원을 증여했습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그해 11월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사들였습니다. 1998년 대한텔레콤은 SK C&C로 사명을 바꿨고, 두 차례 액면분할(2007년 3월, 2009년 4월)을 거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SK C&C 주가는 최초 명목가액의 50분의1로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최태원 측 "재판부, 최 회장 SK 기여도 100배 왜곡"
 
최 회장 측은 2심 재판부가 SK C&C 주식가치를 산정하면서 판단 오류를 범했다고 강조했습니다. SK C&C 주식가치는 1994년 최 회장이 처음 주식을 취득할 땐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엔 주당 3만5650원으로 계산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액면분할을 감안할 때 선대회장 별세 직전 SK C&C 주식가치는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회장 측은 "2심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 C&C 상장까지의 SK C&C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면서 잘못된 결과를 바탕으로 회사 성장에 대한 선대회장의 기여 부분을 12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실제로는 선대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 회장 측의 계산대로라면 SK C&C 주식가치 판단에 대한 오류가 바로잡힐 경우 소송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당초 2심 재판부가 12.5배로 계산한 선대회장의 기여분이 125배로 10배 늘고, 355배로 계산한 최 회장의 기여분이 35.5배로 10분의1까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이동근 변호사는 "항소심 판결에 나타난 객관적 오류와 잘못된 사실인정에 근거한 판단에 대해서는 상고를 통해 바로잡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4월16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이날 최 회장 측 반격에 노 관장 측은 "침소봉대"라며 반발했습니다. 노 관장 측 이상원 변호사는 SK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항소심 법원의 논지는 원고가 마음대로 승계상속형 사업가인지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지를 구분 짓고 재산분할 법리를 극히 왜곡해 주장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SK C&C 주식가치의 막대한 상승은 그 논거 중 일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원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SK C&C 주식가치가 막대한 상승을 이룩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며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의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가 매우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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