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미 우선주의'…강달러에 트럼플레이션까지
'트럼프노믹스' 고율 관세·감세 정책, 인플레 압력↑
'트럼플레이션' 현실화 시 추가 금리인하 조정 불가피
2024-07-22 17:00:00 2024-07-22 17:37:14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후보 사퇴 이후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한층 커지면서 세계 경제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선거 구호로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제시한 '2기 집권 청사진'에서도 1기 정부 때 이상의 미국 중심의 고강도 대외·산업·통상 정책 등을 추진할 것을 분명히 했는데요. '트럼프노믹스'(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은 보호무역주의를 기반으로 한 '반세계화·반중국·반친환경'입니다.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큰 폭의 정책 변화는 물론, 글로벌 강달러 압력과 트럼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 우려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다는 평가인데요.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캐치프레이즈에 따라 한국을 비롯해 주요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파가 예상되는 가운데, 각국의 '트럼프 리스크'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글로벌 인플레' 폭풍전야…통화정책 '불확실성'도 확대
 
21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일요일 휴장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를 전격 발표한 이후 월스트리트에서는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예고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가 금융시장 등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향후 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전 세계 주요 경제 기관과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고율 관세와 감세 정책이 미국 재정 적자와 세계 무역에 타격을 입히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울 것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정책당국 역시 이른바 '트럼플레이션'을 향후 거시경제 운영의 부담 요소로 꼽고 있습니다. 
 
도이체방크 증권의 수석 미국 경제학자 매튜 루제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보편적 관세 등 고관세 정책이 미국 물가를 1~2% 상승시킬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의 차이는 아마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무역정책 차이에서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국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계획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 방향도 불확실해졌는데요.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전엔 기준금리를 낮춰선 안 된다고 못 박았습니다. 연준이 연내 금리인하에 나선다고 해도 트럼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 추가적인 금리인하 계획에도 조정이 불가피한데요. 이는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행사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달러·연준 움직임 '예의주시'…정부, 시나리오별 대책 고심
 
국내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시장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건 고관세, 감세 조치 등은 보통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는데요. 특히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트럼프 2.0 리스크'와 미 연준의 '금리 인하'라는 상충된 요소가 부딪치면서 글로벌 외환시장 내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예상처럼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빠르면 9월이 될 수 있음은 달러화 흐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며 "즉 달러 강세가 한풀 꺾일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은 트럼프 2.0 리스크에 조기에 노출됐다"며 "원·달러 평균 환율 수준은 미·중 갈등을 기점으로 한 단계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주요국 통화의 절상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원화 역시 트럼프 2.0 리스크에 노출됨에 따라 강세 압력이 커질 수 있지만, 취약한 국내 경제 펀더멘탈과 중국 리스크 등은 원화 강세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부 역시 미국 대선을 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대외변수를 점검하며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 감안 시, 정권에 상관없이 양국의 교역·투자 등 우호적 경제협력 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미국 대선 전개 양상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외경제자문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이번 미국 대선은 2020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경합주 선전 여부가 결과를 가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 견제 정책 강화 등이 예상되는 만큼 우리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23일 출국하는데요. 이 자리에서 각국의 재무장관과 국제금융기구 관계자들을 만나 글로벌 금융 현안들을 점검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범석 기재부 1차관 역시 24일 재경관 화상회의를 개최해 각국으로 파견한 재경관들과 미국 대선과 관련한 동향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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