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더 많은 간양길, 시대적 과제"
2024-07-31 06:00:00 2024-07-31 06:00:00
요즘 아이들은 올챙이와 도롱뇽알을 유튜브로 접한다죠. 감염병 여파 탓에 시골로 피신한 적이 있던 4년 전을 돌이켜보면 본의 아니게 경험한 체험학습은 되레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던 까까머리 시절을 회상하면 오늘날 도심 속 어린이들은 생태적 복합체들의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는 산골 생활이 미디어 속 존재로만 남을지 모릅니다.
 
도심을 떠나 캠핑을 즐기는 야영 인구가 늘어난 것도 마음의 여유를 선사하기 위한 애호가들의 충족이 자연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인간의 물질적 욕구에 비해 그 충족 수단이 늘 부족한 건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천체·산천·식물·동물의 모든 자연계를 등질 수 없다는 의미이지요.
 
오늘날 아이들에겐 시골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고향이란 아버지가 태어난 시골이 아닌 산부인과가 위치한 도심 잉태에 토대를 두니까요.
 
슈퍼바이러스의 창궐은 인간 탐욕의 결과물로 지적된 반면, 자연의 소중함을 느낀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산천을 따라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자연 공간을 수소문한 일을 기억합니다.
 
우리 가족이 쉴 수 있는 작은 쉼터, 시쳇말로 말하면 세컨하우스죠. 사실 동해안의 이름 모를 작은 어촌 마을, 푸른바다색 지붕의 '촌집'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4년 전 해당 빈집 시세는 2000만원 남짓. 개축하면 비용이 들어가겠지만 아기자기한 카페처럼 리모델링에 투자하면 주말용 쉼터로는 안성맞춤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정부의 어촌 뉴딜 사업으로 마을 정비도 깔끔한 터라 군더더기 없다는 생각을 했죠.
 
현실은 생각과 달랐습니다. 그 당시 아무도 안 사는 빈집을 수도권에 거주하는 집주인이라는 작자가 5억원을 부르더군요. 부모가 남기고간 집터로 한몫 잡으려는 건지 '본인도 장사할 밑천이 필요하다'며 사려면 사고 말라면 말라는 말.
 
뭐 개인의 재산권이니 할 말은 없다만 그 돈을 주고 누가 사냐는 속내를 뒤로 하곤 장인댁 텃밭의 무 뽑기 신공으로 가끔 농촌 여가를 대신하고 있죠.
 
그 만큼 빈집 사기가 어렵다는 걸 경험했던 찰나의 기억입니다. 지금은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온 일상이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곳은 '인구소멸위험지역', 과세특례 대상이라니 웃프네요.
 
자연을 벗 삼아 세컨하우스를 꿈꾸던 지난 에피소드지만 노후 빈집 문제는 심각하게 곱씹어볼 문제입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전체 주택의 7.9%(153만5000호)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이 중 농어촌 빈집 문제는 심각성을 더해 폐가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파른 수도권 쏠림에 빠르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지방소멸을 앞당긴다는 말과 이음동의어입니다.
 
지난주 기자와 만난 충남 예산의 간양길 카페 젊은 부부는 시골 빈집을 새로운 비즈니스 문화공간으로 일군 자수성가형 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다 쓰러져가는 한옥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은행 빚 9000만원으로 현재는 직원 5명에 공예 체험 장소, 소품 숍 등까지 조성한 고장의 명소가 됐습니다. 
 
주말이면 300여명이 찾는 통에 밭을 주차장 용도로 변경하는 것이 최대 고민이 됐다는 주인장. 1940년대 지은 빈집을 리모델링하고 2020년 4월 카페 개업까지 정부 지원 한 푼 없이 갖은 고생을 했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
 
빈집 리모델링 전 과정을 유튜브에 올린 것도 자신과 같은 고초를 겪지 않기 위한 정보차원이었다지만 더 많은 간양길을 위한 빈집 사업은 시대적 과제가 됐습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버려진 농촌의 새 도전이 작지만 큰 도전의 출발부터'라고 말합니다. 체계적 빈집 정비·지원의 첫 삽인 '농촌 빈집 특별법'과 발판인 '빈집은행' 정책이 대표적입니다.
 
아쉬운 부분도 남습니다. 빈집 뿐만 아니라 정주여건 개선과 일자리 확대가 가장 중요하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놓고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여러 국고 보조 사업을 포함해도 정부 출연금을 지역별로 쪼개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지방에 따라 지원 편차도 클 수밖에 없어 생색만 내려는 건 아닌지 관계기관과 정치권의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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