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은 재개발 조합의 내분과 갈등
2024-09-13 06:00:00 2024-09-13 06:00:00
서울 아파트값이 2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특히 신고가로 매매되는 신축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이끕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평당 1억원이 넘으며 2억원이 넘은 곳도 등장했습니다. 지난해 8월 입주한 반포 원베일리의 전용 84m2 ‘국민평형’은 두 달 만에 10억원 이상이 오른 60억원에 팔렸습니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도심 내 신축 아파트의 공급을 확대해야 합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관한 규제 완화를 단행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촉진법’을 특례법으로 제정하여 인허가 절차를 축소하고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며 전용 84m2 이하 주택공급의무를 폐지하여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성을 높이는 파격적 조치를 시행할 계획입니다.
 
국토교통부는 특례법이 통과될 경우 현재 14년6개월 정도 소요되는 서울 정비사업이 8~9년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니, 절차 단축과 규제 완화만으로 정비사업이 신속히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발상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조합의 내분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재개발 조합의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건축과 비교해 재개발 사업은 주택 유형이 다양하고 조합원 구성이 이질적이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훨씬 더 큽니다.
 
재건축 지역은 대부분의 주택이 아파트이며 주민들의 교육과 소득 수준이 동질적입니다. 반면에, 재개발 지역은 주택의 유형이 아파트, 빌라, 다가구, 단독주택, 상점가, 전통시장 등으로 다양하며 주민들의 수준도 천차만별입니다.
 
주택의 형태가 다르면 감정평가액과 추정분담금에서 차이가 납니다. 대체로 거래가 활발해 시장가격이 형성된 아파트와 빌라의 평가액이 높고 시장가격을 정하기 어려운 단독과 다가구 주택의 평가액이 낮습니다. 감정평가액이 조합원 분양가격과 연결되어 개발이익의 분배를 좌우하기 때문에 이를 두고 치열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재개발 사업을 주도하는 추진위원회도 초기에는 원주민 중심으로 구성되다가 조합으로 발족하면 투기꾼이 가세합니다. 도로 지분 1~2평으로 조합원 지위를 인정받아 조합의 임원이나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이권을 챙기는 선수들입니다. 전문 투기꾼들은 도정법과 소송에 정통한 달인으로 조합 집행부를 흔들어 재개발 사업을 분쟁으로 몰아넣습니다. 분쟁이 발생해야 투기꾼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영향력이 커져서 조합 운영을 장악할 수 있는 겁니다.
 
여기에 정비업체가 합류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듭니다. 도정법과 행정 절차를 자문하며 조합의 사업추진을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정비업체가 거꾸로 조합장을 구워삶아 조합원의 이익보다 정비업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게 유혹합니다.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려면 단계별로 수많은  협력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는데, 정비업체가 이를 틀어쥐고 자기 입맛에 맞는 업체들을 선정하며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조합장과 나눕니다. 조합장과 정비업체는 공생관계를 형성해 재개발 사업에 빨대를 꽂고 최대한의 사익을 뽑아냅니다. 재개발 사업이 빨리 진행되어 조합이 해산하면 조합장은 자기 자리가 사라지고 꿀단지를 잃게 됩니다. 그러니 정비업체와 결탁해 오래오래 재개발 사업에서 단물을 빨아먹는 게 이득입니다. 이런 조합장의 무능과 비리를 못 참고 일반 조합원들이 반기를 들어 조합장을 해임하거나 교체하려 시도하면 분쟁이 격화돼 법정 소송으로 번집니다.
 
재개발 지역은 입지가 좋으면서도 낙후된 주택가로 재개발 사업에 따른 이익이 크기 때문에 온갖 똥파리들이 모여들어 이권을 놓고 격렬히 다툽니다. 서울시 재개발 조합치고 조합원 간의 내홍으로 소송이 안 걸려 있는 곳이 없습니다. 이런 분쟁 때문에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고 공사비가 올라 분양가가 상승하는 것입니다.
 
서울 은평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사업은 조합 내부의 갈등과 내분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조합장 해임, 소송, 복직이 반복되며 집행부 공백사태에 빠져 공사가 몇 차례 중단되었습니다. 공사기간이 39개월에서 48개월로 늘어나며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자재값 인상과 누적된 이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3.3㎡당 공사비를 517만원에서 839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서울 강남의 최고 입지인 반포1·2·4주구의 공사비가 792만5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금액입니다. 이처럼 상승한 공사비를 충당하려면 일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재개발 조합의 내분을 방치하고는 절대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해 주거안정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조합 갈등을 관리하고 해소하고자 몇차례 제도를 개선했지만, 이해관계자인 조합원 당사자가 주도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재개발 사업의 지배구조와 추진방식을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방안의 도입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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