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삼성전자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양사의 매출액 차이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TSMC가 지난해 말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보조금 일부를 지급받으며 불확성을 해소한 반면, 삼성전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도체법(칩스법) 폐지 발언에 따라 보조금 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점도 TSMC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뉴시스)
1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삼성전자와 TSMC의 매출 격차는 10조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서인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5조1000억원으로 TSMC의 1분기 매출 약 37조원(8393억5000만 대만달러)과 큰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TSMC는 글로벌 AI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관세 우려로 반도체 재고 비축 수요가 몰리면서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냈습니다.
TSMC가 삼성전자의 매출을 본격적으로 앞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입니다. 지난 2022년 2분기만 해도 두 회사의 매출은 28조원대로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TSMC가 3조원의 매출을 더 올렸고 4분기에는 8조원대로 차이가 더 벌어진 뒤, 올해 1분기에 약 12조원대의 간격을 보인 것입니다.
이는 AI 반도체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AI 칩 생산을 TSMC가 선점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아직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공정 수율 저하 문제 등으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AI엔비디아의 AI 칩들의 생산을 사실상 TSMC가 독식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제품둘도 엔비디아 퓸질 검증(퀄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해 납품이 지연된 상태입니다.
TSMC는 칩스법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축소 우려도 삼성전자보다 먼저 해소했습니다. 앞서 65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3개를 짓고 있는 TSMC는, 이에 따른 보조금(66억달러·약 9조2000억원)을 지난해 확정받았습니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첫 번째 보조금으로 15억달러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미국에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47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기로 했으나, 올 초 트럼프 대통령 취임하면서 보조금 지급이 미뤄지는 등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점유율 비중이 굉장히 높아 미국 내 투자를 높이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신규고객 확보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삼성과 인텔이 파운드리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TSMC의 AI 칩 생산 독점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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