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분할 이재용의 승부수…파운드리 분할 여부 촉각
5월 한달 동안 3건의 굵직한 경영 판단
이해상충 이슈에 파운드리 분사설 고개
적자로 분사 어려울 듯…"HBM 성과 시급"
장기적 매각 의견도…"새정부의 경제현안"
2025-05-23 16:33:20 2025-05-23 16:40:30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삼성그룹이 5월 한 달 사이 빅딜분할이라는 굵직한 조직 변화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사즉생경영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추후 그룹 차원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이 이해 상충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이뤄진 점을 볼 때,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삼성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사업부의 분사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반면 대규모 적자에 신음하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하게 되면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삼성그룹은 이번달 들어 조단위의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굵직한 경영적 결단을 연이어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신약개발 사업을 완전 분리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한다고 공시했습니다. 분할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수 CDMO 회사로 사업을 영위하게 됩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향후 바이오시밀러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를 전격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15억유로( 2400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입니다. 삼성전자의 조단위 인수합병(M&A) 성사는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 인수 시기인 2017년 이후 8년 만입니다지난 6(현지시간)에는 하만 인터내셔널이 35000만달러(5000억원)를 들여 미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인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재계 안팎에선 5월 한달 동안 이뤄진 대형 인수합병과 인적분할이라는 그룹 차원의 변화 뒤에, 이 회장의 사즉생경영의 결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2월 이 회장이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업 구조 개편 등 뉴삼성구축에 대한 기대감은 고조됐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인공지능(AI)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이재용 회장의 경영 전략의 명확성이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는데 이를 불식시키듯 두건의 굵직한 글로벌 M&A와 인적 분할이 이뤄져 이재용 리더십의 존재감이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경영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미소 짓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시스)
 
'아픈 손가락' 파운드리 분사?
 
이 회장의 의사결정 보폭이 빨라진 만큼 향후 추가 조직 개편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 분할 배경이 이해 상충우려 해소인 만큼 같은 과제를 안고 있는 삼성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 가능성을 다시 점치고 있습니다.
 
삼성반도체는 삼성전자라는 울타리 안에 설계·생산이 모두 있는 구조로 그간 고객사로부터 이해상충 문제가 꾸준히 대두돼 온 바 있습니다. DS부문 내에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가 있기에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고객사가 삼성 파운드리에 일감을 맡길 경우 자칫 기술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는 탓에 분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비교적 괜찮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1분기 DS부문은 1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사업부가 지금 적자인 상태로 삼성전자가 분사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그 다음에 분사하는 것은 고려할 만하다고 설명했습니다그러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쟁력을 키우고 AI 반도체 부분을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기업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HBM에서 빨리 성과를 내고 파운드리에 투자를 하거나 점유율을 끌어올려 장기적으로 HBM과 메모리와 비메모리 분야를 다같이 아울러서 생산할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사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의 경우 HBM 등 메모리 분야만큼 투자가 필요한데 분사를 할 경우 재원 조달 마련에 의문 부호가 붙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해상충 이슈와 관련해 파운드리를 시스템LSI와 별도의 사업부로 나눈 상태고 오히려 메모리·로직·패키징을 결합한 턴키(Turn-key) 솔루션을 통해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운영을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이 회장도 지난해 10월 필리핀을 방문해 외신 기자를 만나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하고 있다분사하는데는 관심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파운드리 생산 시설이 구축된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새정부가 민간 펀드 조성해 인수해야
 
그럼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분사,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굳건히 내비치는 인텔이 최첨단 2나노(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 성공해 양산에 들어가게 된다면 삼성으로서는 더 어려운 환경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현재 글로벌 점유율 1위인 대만의 TSMC는 올해 하반기 최첨단 2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고, 2위인 삼성전자도 연내 2나노 양산을 준비 중입니다. 점유율 부분에서 TSMC에 크게 뒤처진 삼성전자가 기술·가격면에서 인텔의 추격까지 받게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정책과 맞물려 더 위태로워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인텔이 곧바로 최첨단 2나노 공정에 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올리게 되면 빅테크들이 미국 기업에 발주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AI 산업 발전을 위해 국내에 파운드리가 있으면 훨씬 좋지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국내 스타트업 등 팹리스 업체들이 기술 탈취 우려 등으로 성장하기 어렵다삼성이 파운드리 분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기에 새 정부가 민간 펀드를 조성해 파운드리 사업부를 적정한 가격으로 인수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경제 현안”이라고 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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