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HD현대, NCC 통합 ‘빅딜’ 검토…석화업계 구조조정 ‘신호탄’
설비 넘기고 현금 받는 방식 ‘유력’
사업 구조 개편 논의 본격화될 듯
“보다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 필요”
2025-06-13 15:22:04 2025-06-13 15:22:04
[뉴스토마토 박창욱 기자]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석유화학업계가 설비 통폐합 검토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번 안이 현실화할 경우, 다른 기업들로도 논의가 확산돼 업계 전반의 판도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충남 대산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HD현대케미칼 공장 전경.(사진=HD현대 제공)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각 사가 보유한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가 롯데케미칼의 설비를 넘겨받은 후,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 등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회사는 HD현대오일뱅크가 지분 60%, 롯데케미칼이 지분 40%를 보유한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현재 충남 대산국가산업단지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통폐합이 현실화 될 경우, 양사 모두 각자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부터 추진한 ‘자산 경량화(에셋 라이트)’ 전략에 따라,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고,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에틸렌 설비를 넘겨 기초화학 부문 비중을 낮추는 동시에, 첨단소재 등 미래 사업 분야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석화 간 밸류체인 연계를 강화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정유업계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정유에서 석화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며 원가 절감에 나서고 있습니다. 에쓰오일이 현재 울산에 짓고 있는 대규모 석유화학 시설이 대표적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이번 ‘빅딜’이 이뤄지면, 대규모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아울러 석화업계 전반의 사업 구조 개편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처럼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들조차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협력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설비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다른 기업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화학산업협회 관계자는 “지금은 업계 전체가 출구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시기”라며 “양사가 그 물꼬를 튼 만큼, 이번 사례가 업계 전반의 사업 재편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석화업계의 이 같은 자구책에 정부와 정치권도 발맞추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후속 조치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올 하반기 내 대응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도 연결된 만큼, 정책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정부 차원의 대응이 본격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보다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간 차원에서 추진하는 통폐합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통합은 자산을 이전하는 구조로 진행되는 만큼, 취득세·양도세 등 과세 부담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의 독과점 심사까지 거쳐야 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세금 문제나 공정거래 규제로 오히려 업계 부담이 늘 수 있다”며 “정부는 제도적 보완과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고, 국회는 해당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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