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레터 '초읽기'…트럼프도 다급하다
12~15개국에 관세 서한 발송…미 협상 시한 3주 연장 가능성↑
새 관세 8월1일부터 발효…'예측 불가능'으로 상대국 압박
2025-07-07 16:14:42 2025-07-07 16:59:01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 만료(현지시간 8일) 시한이 다가오자, 협상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최고조로 올리고 있습니다. 12~15개 주요 교역국에 나라별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보내고 협상에 진전이 없는 국가들에는 그동안 유예해온 상호관세를 오는 8월1일부터 다시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는데요. 미국도 다급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90일 유예 기간 동안 90건의 협상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합의를 이룬 건 단 2건에 그칩니다. 트럼프 의도대로 협상을 끌고 가지 못하자 그의 주특기인 '예측 불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을 키워 유리한 협상 전략을 취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공항에서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참모진, '당근과 채찍' 앞세워 전방위 압박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일정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향하기 전 기자들에게 "관세 인상을 알리는 서한이 12~15개국을 대상으로 7일부터 발송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일부는 8일 또는 9일에 발송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미 몇몇 국가들과는 합의가 이뤄졌다"며 "9일까지 대부분의 국가와는 서한이든 합의든 어떤 형태로든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한에 담긴 관세율 발효일은 다음 달 1일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기자들에게 "관세는 8월1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율과 협정 내용을 최종 결정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12개국을 서한 발송 대상국으로 언급했는데, 3개국 정도 추가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트럼프 핵심 참모들은 협상 기한 연장 가능성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미국의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오는 8일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면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우리는 향후 72시간 동안 매우 바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교역 파트너 일부에게 '너희가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으면 너희는 8월1일에 다시 4월2일 관세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낼 것이다. 그래서 난 우리가 많은 합의를 매우 곧 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베센트는 "새로운 마감 시한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지금이 바로 그 시기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CBS> 인터뷰에서 "마감 시한이 있고 임박한 일들이 있기 때문에 마감 시한을 넘길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결국 그 판단은 대통령이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감 시한 하루 전날인 7일부터 약 12개국에 서한을 보내지만 마지막에 말을 뒤집을 가능성을 시사한 건데요. 헤셋은 이 서한을 통해 '마지막 순간에'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우리가 모든 것을 볼 때까지는 불을 붙잡고 이번 주 뉴스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불확실성 키워' 유리한 협상…트럼프 전략
 
미국은 '최대 압박을 가하는 전술'을 통해 상대국의 합의 종용을 끌어내고 있습니다. 서한을 받는 국가들이 협상에 속도를 내 합의할지, 기존 상호관세율로 돌아갈지는 그들의 선택이라는 겁니다. 또 일부 국가를 겨냥해 관세 폭탄을 몰릴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즉 막판까지 협상 중인 각국 정부들이 최대한 성의 있는 제안을 내놓을 때 유예 여부 등을 저울질하겠다는 겁니다. 90일간 트럼프 입맛대로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서 합의 성과가 미미하자, 마지막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특히 관세 발표의 시한을 오는 8월로 한 것을 놓고 미국이 유럽연합(EU), 일본, 한국과 같은 주요 무역 상대국과의 협정을 계속 추진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원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잉가 페크너 ING 이코노미스트는 "그것은 기본적으로 그가 협상을 위한 더 많은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장 흥미로운 시사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미국과 협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통상·외교안보 라인 투톱 급파…막판 총력전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입니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협상이 끝나고 관세가 다시 부과될 것을 선언하는 편지를 보내겠다고 위협했지만, 아무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며 "관세가 외국인들로부터 돈을 쥐어짜내는 현명한 방법이라는 대통령의 생각이 옳았는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반복·번복되는 관세를 부과하는 불규칙한 무역정책은 지쳤다"며 "그가 모든 국가와의 협상이 제때 타결되지 않을 때 심각한 관세를 다시 부과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12개 주요 교역국은 어떤 내용이 적힌 서한을 받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인 한국 또한 이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 정부는 통상·외교안보 라인 투톱을 미국에 급파해 막판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 5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이어 6일에는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 D.C.에 도착했습니다. 위 실장은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무역 협상과 관련해 서로 협의가 좀 진행이 됐기 때문에 그 후에는 조금 더 입장들이 명료해졌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은 미국은 미국대로 어떤 판단을 하려고 하는 국면이고, 또 우리도 거기에 대응해서 판단해야 하는 때"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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