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통과에 주목받는 공개매수…조용히 웃는 NH
"밸류업 부담에 상장폐지 러시"…기업들 공개매수 잇따라
NH, 온라인 청약 선점·대형 딜 경험으로 시장 점유율 1위
2025-07-08 16:41:33 2025-07-08 16:41:53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강화되면서 상장폐지를 택하는 기업들의 공개매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이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내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7월 공개매수를 진행한 기업은 총 11건으로 10개사입니다. NH투자증권은 비올(335890)(6월 18일), 신성통상(005390)(6월 9일), 한솔PNS(010420)(5월 12일·3월 31일), 드림어스컴퍼니(060570)(5월 22일), 텔코웨어(078000)(5월 19일), 케이씨텍(281820)(4월 23일), 잉글우드랩(950140)(2월 6일) 등 8개사의 공개매수를 주관했습니다. 나머지 3건은 IBK투자증권(아세아텍(050860)), 미래에셋증권(쏘카(403550)), 한국투자증권(대유(290380))이 각각 1건씩 맡았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공개매수 시장은 2022년 5건에서 2023년 19건, 지난해 26건으로 급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기업 지배구조 규제가 강화되자 자발적 상장폐지와 공개매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NH가 이같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2023년 9월 업계 최초로  도입한 온라인 공개매수 시스템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NH투자증권 이후 한국투자증권(2024년 4월), 삼성증권(016360)(2024년 5월), KB증권(2024년 8월), 메리츠증권(008560)(2023년 하반기),  미래에셋증권(006800)은 (2025년 3월), 신한투자증권(2025년 6월) 등이 뒤따라 시스템을 마련했습니다. 대신증권(003540)은 현재 시스템 도입을 준비 중입니다.
 
업계에선 NH투자증권이 공개매수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대형 딜 경험과 패키지 딜 전략을 꼽습니다. NH는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의 패키지 딜(인수금융·공개매수·상장폐지)을 성사시키며 신뢰를 쌓았고 이후 주요 기업들이 먼저 NH에 딜을 제안하는 사례들이 이어졌습니다. IB 전문가로 불리는 윤병운 대표가 공개매수 시장 확대를 예상하고 빠르게 대응한 점도 시장 선점에 한몫했다는 설명입니다. 정영채 전 대표 시절부터 자문 부문 인력을 양성해온 것도 이 같은 성과를 뒷받침했습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상법 개정으로 상장기업의 주주환원 요구가 높아지면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밸류업 정책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자진 상장폐지와 공개매수를 선택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며 "시장의 이런 변화를 예측하고 온라인 청약 시스템을 가장 먼저 구축한 결과 공개매수 시장에서도 선두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개매수는 기업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인데 NH는 굵직한 딜을 무리 없이 소화해 신뢰를 쌓았다"며 "다른 증권사들도 시스템을 도입해 따라오고 있지만 초기 시장에서 NH가 먼저 길을 닦아놓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권사 IB부문 관계자는 "상법 개정 이후 기업들이 상장 유지의 부담보다 상장폐지를 통한 자율성 확보를 선택하는 흐름이 생겼다"며 "지금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기업들은 주가를 끌어올리라는 요구를 받고 있고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처럼 주주친화적인 정책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곳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공시 부담 등 상장으로 인한 이점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이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공개매수는 증권사 기업금융(IB) 부문의 추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공개매수 주관 수수료 자체는 부채자본시장(DCM) 수수료 수준과 비슷하지만 이를 기반으로 한 패키지 딜을 통해 인수금융과 자문 등 부가수익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업고객 확보에 따른 추가적인 수익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 소액주주가 공개매수에 참여할 시 증권사 계좌 개설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개인고객 확보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 당시 MBK파트너스에 1조5785억원을 빌려주며 연 5.7%의 이자를 수취했고 오스템임플란트(048260) 딜에서도 공개매수 주관수수료 11억원과 인수금융 수수료 340억원 등 총 351억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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