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두산그룹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급등에 더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등 주요 계열사, 그리고 전자소재(전자 BG) 등 그룹 자체 사업의 실적이 동반 호조를 보이면서 몸값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내년 ‘시가총액 100조원 클럽’에 합류할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경기도 분당 두산그룹 사옥. (사진=두산그룹)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두산그룹 상장사 7곳의 합산 시가총액은 75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연초 26조원 수준에서 출발한 그룹 시가총액이 10개월 만에 세 배 이상 불어난 겁니다.
두산그룹의 몸값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두산에너빌리티입니다. 원전·가스터빈·수소 등 ‘미래 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이후 올해에만 주가가 322%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시가총액은 51조1800억원으로, 그룹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도 올해 초보다 약 7% 늘어난 4조6300억원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가총액 5조9300억원 규모의 건설장비 계열사 두산밥캣도 북미 시장 판매 호조와 실적 개선에 힘입어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주회사인 두산의 주가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두산은 순수 지주회사와 달리 전자BG 등 자체 사업 부문을 보유한 사업형 지주회사입니다. 전자BG에서는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추론용 가속기 ‘루빈 CPX’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GDDR7을 채택하면서, 글로벌 GDDR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두산의 실적 상승이 기대됩니다.
상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추가 상승 기대도 있습니다. 국회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3차 개정안’을 다음 달 통과시킬 예정입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당 가치가 상승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두산은 보통주 기준으로 17.9%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승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의 자체 사업과 자회사가 동반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주문형 반도체(ASIC)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고, 내후년에는 증설 효과가 반영돼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유 자사주 중 6%는 2027년까지 소각 예정”이라며 “11월 중 1차 소각이 예상되고, 잔여 자사주도 상법 개정 시 추가 소각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의 이 같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시가총액 100조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긴 그룹은 6곳으로 두산이 새롭게 합류하면 ‘100조 클럽’은 7곳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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