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물가는 여전한데…연준, 금리인하 '초읽기'
노동시장 둔화에 선제 대응 나선 파월… 인플레보다 경기 리스크 우려
“물가보다 고용이 더 문제”… QT 완화 검토로 통화정책 전환 가속
2025-10-27 16:26:27 2025-10-27 17:27:54
[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3% 수준으로 연준의 목표(2%)를 웃도는 상황이지만, 경기 둔화와 고용시장 약세가 뚜렷해지면서 긴축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시장은 연준이 동시에 양적긴축(QT) 완화 또는 종료 신호를 병행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가 팬데믹 이후 장기 긴축 사이클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결국 이번 FOMC의 초점은 단순한 인하 여부가 아니라 완화 전환의 속도와 범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29~30일(현지시간)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의장을 비롯한 연준 위원들의 경제 진단에 의존한 깜깜이 상태에서 금리가 결정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성장 억제 수준의 금리'… 인하 불가피론 확산
 
27일(현지시간)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6.2%로 나타났습니다. <로이터통신>도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압도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최근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완만해진 데다 민간 일자리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한 결과입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올해 여름 이후 미국의 월평균 신규 일자리는 2만9000개에 불과해 지난해 말(20만9000개)의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최근 200명의 사무직 인력을 감원했고, 대형 유통·서비스 기업들도 신규 채용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마켓워치>는 "연준은 현행 4.0~4.25%의 금리가 이미 미국 경제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한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보다 노동시장 둔화를 더 큰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나친 긴축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연준 내부에서도 '샴의 법칙(Sahm’s rule)'에 따른 충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중 최저 실업률보다 0.5%포인트 이상 상승할 경우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인데요. 이 때문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너무 느슨한 정책을 나중에 바로잡는 것이, 너무 긴축적인 정책을 늦게 수정하는 것보다 피해가 적다"는 '리스크 관리형 인하론'이 힘을 얻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셧다운 속 '데이터 블라인드' 회의… 불확실성 커져
 
이번 회의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으로 인해 주요 통계 발표가 지연된 '데이터 블라인드' 환경에서 열립니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금리 인하에 가장 큰 변수인 고용 시장 데이터는 확인하지 못한 채 연준 위원들의 경제 진단에 의존한 깜깜이 상태에서 금리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그럼에도 연준은 민간 조사와 기업 접촉 결과를 토대로 경기 둔화 흐름이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웃도는 3%대임에도 금리 인하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현재의 물가 상승이 '공급충격' 성격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연준은 이 충격이 "일시적이며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관세로 물가가 급등할 것이란 경고가 잇따랐지만, 실제로는 인플레 압력이 예상보다 약했고, 연준은 이를 근거로 통화 완화의 여지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다만 관세 효과가 물가에 본격 반영될 경우 일시적으로 인하를 멈출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월에 예상보다 낮게 상승했지만 수입관세 전가가 제한적이고 노동시장 약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수입품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연준은 이 충격이 "일시적이며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진= UPI 연합뉴스)
 
QT 종료 신호 '초읽기'…"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도
 
금리 인하와 함께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양적긴축(QT) 의 향방입니다. <블룸버그>는 "연준이 6조60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축소해온 QT 정책을 조기 종료할 시점에 다다랐다"고 전했습니다. QT 종료가 공식화될 경우 이번 회의는 금리 인하와 QT 완화가 동시에 이뤄지는 '이중 완화 시그널'로 작용하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2022년 이후 긴축 사이클의 사실상 종착점"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연준 내에서는 "과도한 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수 있다"며 신중론도 여전합니다.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연준 목표치 2%를 웃돌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은 아니지만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물가 부담은 여전해 이는 소비 둔화 우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 심리는 10월 들어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인플레이션이 3%대에서 고착화된 가운데 생활비 부담이 소비 심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시간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소비자심리지수(확정치)는 53.6으로, 9월의 55.1에서 하락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은 향후 5~10년간 물가가 연평균 3.9%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한 달 전의 3.7%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조앤 슈 미시간대 조사국장은 "소비자들은 지난달과 비교해 경제 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 높은 물가가 여전히 주요 관심사로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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