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에 통화스와프까지…비핵화·한한령은 '평행선'
한 중 정상 관계 복원 첫발…'안보·문화' 분야 문제 해결은 과제
2025-11-02 17:30:35 2025-11-02 17:30:35
[뉴스토마토 차철우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관계 복원의 첫발을 뗐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이번 만남을 통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논의와 원-위안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실질적 경제 성과를 거뒀습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는데요. 한반도 비핵화와 한한령(한류 제한령) 등 안보·문화 분야에선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중국과 안보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을지가 완전한 관계 복원의 핵심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시진핑, 11년 만 방한…양국 정상 공감대 형성

2일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 등은 시 주석의 방한이 성황리에 종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 매체는 일제히 시 주석의 11년 만의 방한이 양국 관계 발전을 이끌어낼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요. 한국과 중국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겁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APEC 정상회의에선 경주 '황남빵'을 화두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처음 대면했습니다. 한·중 정상회담은 전날 APEC 정상회의 폐회식이 끝난 뒤 경주박물관 특별전시관에서 열렸습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을 국빈급으로 예우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3년 만으로, 한·중 관계 복원을 알리며 95분간 진행됐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현재 한·중 간 경제 협력 구조가 수직적 분업 구조에서 수평적 협력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국 간 호혜적 협력 관계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중·한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양국 국민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하고,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답했습니다. 
 
상호 공감대를 형성한 한·중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특히 양국은 서비스와 문화 분야 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경제 협력의 '질적 전환'을 강조하며, 단순 교역을 넘어 기술·서비스 분야로 협력 폭을 넓히기로 했습니다. 양국 간 호혜 협력을 심화하고 공동이익 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건데요. 시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상호이익 원칙을 고수하며 한국과 중·한 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70조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지난 2020년 체결했던 통화스와프는 지난달 10일 만료됐습니다. 기존 계약을 연장하며 교역·금융 협력의 기반을 강화하는 조치를 한 겁니다.
한·중은 공급망 안정화, 지방 경제 활성화 등 협력 채널 다양화에도 뜻을 모았습니다. 이밖에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6개의 양해각서(MOU)도 교환했습니다.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초국경 사기 범죄 공동 대응(보이스피싱 등) △실버경제 분야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 추진 △서비스 무역 교류 및 협력 강화 △한국산 감의 중국 수출을 위한 식물검역 요건 완화 등이 포함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시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뉴시스)

이례적 '모순' 언급…'핵추진 잠수함' 견제
 
다만 한·중 관계의 완전 복원을 위해선 양국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습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과 시 주석,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은 대화 도중 시 주석이 '베이징에서 대규모 공연을 하자'는 제안에 호응하며 왕이 외교부장을 불러 직접 지시하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대중문화교류위원회는 이날 "시 주석과 박 위원장의 대화는 공식 외교 행사에서 인사를 나누며 건넨 원론적 수준의 덕담이었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중국은 지난 2016년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반발해 한국 기업 제작 콘텐츠나 한국 연예인 출연 광고의 송출을 금지한 바 있습니다. 다만 양국 모두 문화·인적 교류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향후 후속 협의가 주목됩니다
 
안보 분야인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원론적 논의에 그쳤습니다. 북핵 문제도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지만, 실질적 진전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대통령이 중국 측에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원론적 입장만 밝혔기 때문입니다. 특히 북핵 문제의 구체적 행동에 중국 측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중 관계가 밀접한 만큼, 실질 협력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핵추진 잠수함 보유 추진도 한·중 관계에서 변수로 꼽힙니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핵심 이익'을 언급하면서도 '모순'을 이례적으로 거론했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 추진 계획을 언급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전격 승인을 받았습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계획을 견제하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중국의 핵심 이익은 영토 보전과 안보 등으로 요약됩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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