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위 쿠데타 1년)계엄 맞선 '시민 연대'…민주주의 저력 확인
시민들, 국회서 군·경찰과 대치…계엄 해제까지 민주적 저항·연대
2025-12-02 16:48:41 2025-12-02 17:05:2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년 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막아낸 건 시민들의 단합된 힘 덕분이었습니다. 국회로 모여든 시민들의 민주적 저항에 힘입어 6시간 만에 계엄은 중단됐고, 탄핵과 대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이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45년 만의 계엄 선포로 위기에 빠졌던 대한민국이 불과 1년 만에 정상 국가로 복귀하는 데 성공하면서 'K-민주주의'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국회 앞이 비상계엄을 막으려는 시민들로 붐볐다. (사진=뉴시스)
 
계엄 저지한 시민 영웅들…탄핵·파면 국면 때도 '존재감'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일 오후 10시28분 대한민국 전역에는 비상계엄령이 내려졌습니다. 예상치 못한 충격 속에 시민들은 계엄을 막기 위해 하나둘 국회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시민들은 국회로 향하는 계엄군의 장갑차를 저지했고, 급기야 국회 정문을 가로막는 경찰들과도 대치하면서 계엄 철회를 외쳤습니다.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군인·경찰들과 맞닥뜨리는 동안 의원들은 속속 본회의장으로 진입했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서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국회 담장을 넘은 장면은 아직까지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국회 밖에서 시민들이 군인·경찰과 대치하는 동안 국회 내부에선 의원실 보좌진들이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국회로 들이닥친 계엄군이 본회의장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국회 본관 입구를 소파와 책상으로 벽을 쌓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처가 난 이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보좌진의 노고 끝에 의원들이 무사히 본회의장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다음날인 12월4일 오전 1시1분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의결됐습니다. 이어 오전 4시30분, 선포 6시간 만에 계엄은 해제됐습니다. 시민들과 국회 보좌진들의 단합된 힘으로 윤씨가 일으킨 계엄 사태를 막아낸 겁니다. 계엄 선포 당시 국회를 찾았던 시민들은 돌발 사태에 겁이 났지만, 모두가 한마음으로 용기를 냈던 것이 계엄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이어진 탄핵 국면에서도 시민들의 단합된 힘은 빛났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 촛불을 든 시민들이 이번엔 K-팝 문화와 융합된 응원봉 집회로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K-민주주의는 진화했습니다. 탄핵 이후 헌법재판소의 파면 과정에서도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윤석열 퇴진'을 외쳤습니다. 특히 윤씨의 한남동 관저 앞에서 밤새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파면을 촉구했던 이른바 '키세스단'도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탄핵, 파면 선고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낸 건 무엇보다 시민들의 단합된 힘이었습니다. 시민들은 국회에서, 광화문에서, 남태령에서 내란을 막기 위해 온몸으로 맞서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뉴스토마토> K-평화연구원과 김상욱 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7월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공동 주최한 '12.3 내란을 막아낸 시민영웅 기념식'에 모인 300여명의 시민 영웅들은 "모든 국민이 영웅"이라며 완벽한 내란 종식을 위해 연대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지난해 12월4일 국회 본청으로 계엄군 병력이 진입해 본회의장으로 향하자 보좌진들이 가로막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12·3 기념일 지정 추진…이 대통령 "민주주의 새 희망"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항쟁 등 과거에도 시민들이 중심이 돼 기득권 세력과 맞서 싸우며 정치 환경의 변화를 모색해왔습니다. 이번 12·3 비상계엄 때 보여준 시민들의 민주적 연대 의식도 앞선 역사적 사건들의 명맥을 잇는 기념비적인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에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12월3일을 '민주화운동 기념일'로 지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해 12월3일 우리 국민이 피로써 쟁취해왔던 민주주의,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지만,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이 지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어젖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우리 민주주의의 강인한 회복력은 세계 민주주의의 새로운 희망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오는 3일 비상계엄 1년을 맞아 시민들과 함께할 계획입니다. 국회 앞에서 여는 시민대행진에 참석해 내란 청산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질 것으로 보입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특별성명 발표, 외신 대상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내란 청산까진 해결해야 될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씨는 아직 죗값을 온전히 치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당시 집권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사과·반성의 메시지를 내는 데 주저하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히려 '윤 어게인'(다시 윤석열)을 외치는 극우 세력과 함께하며 불신을 조장하는 등 퇴행적 행태가 여전합니다.
 
민주당의 경우 국민의힘을 내란에 책임 있는 정당으로 바라보면서 양당 간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으로 민주당은 내란 청산을 명분으로 사법부 압박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연대와 저항의 시민정신을 통해 계엄을 이겨냈지만, 정치권 내부는 서로 헐뜯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지는 모양새입니다.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기 위해서라도 시민 눈높이에 맞게 통합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래로 가는 첫 관문은 내란 가담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입니다. 이어 정치적 해결 과제로 개헌이 꼽힙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정의당 등 6개 정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가능했던 원인으로 '대통령 권한 집중'을 꼽으며, 이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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