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하 기자]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의 불법 비상계엄으로 내란이 발생한 지 1년이 됐습니다. 특히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씨는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는 중에도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심지어 자기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1년 동안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이란 오명을 받고 있지만, 원외 투쟁만 강화할 뿐 여전히 극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재판에서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시스)
줄줄이 시작된 개별 사과…'윤 절연'엔 침묵
국민의힘 의원들은 2일 비상계엄 1주년을 하루 앞두고 개별 사과를 이어갔습니다. 6선의 조경태 의원은 "12월 3일에 광주를 찾아 5·18 묘역에 참배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와 소회를 밝히겠다"고 알렸습니다. 4선의 안철수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의 삶은 작년 12월3일을 계기로 완전히 무너졌고, 정치는 온갖 혐오와 분노를 재생산했다. 저 또한 부족했다. 죄송하고,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초선과 재선 중심의 '소장파'에서도 사과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진종오·김소희 의원 등은 직접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렸습니다. 특히 김용태·김재섭 의원 등은 지난달 28일 각각 라디오에 출연해 '사과의 필요성'을 전했습니다. 이들은 비상계엄 1주년 당일까지 지도부의 사과가 없다면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그러나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반성은커녕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당 지도부에서는 양향자 최고위원만 사과의 메시지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윤 어게인' 세력과 절연은 역시 언급하지 않았는데요. 이런 가운데 지도부는 계엄이 '민주당의 입법 폭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추경호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는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도 이 같은 주장은 이어졌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오늘 대한민국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운명이 결정되는 날"이라며 "추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구속영장이며, 다음은 국민의힘, 그다음은 국민을 향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미 영장이 기각될 것을 겁먹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하려고 한다. 영장 기각을 통해 이 무도한 이재명정권의 독재와 민주당의 폭거를 끊어낼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추 전 원내대표는 계엄 당일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함께 참여한 배준영 의원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 해제 투표에 참여한 우리 당 의원은 18명인데, 왜 계엄에 동조한 것이 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당시 우리 당은 의원총회 결의로 대통령께 계엄 해제를 요청했다"며 "그 결과 한 시간 후에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포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날 증언에도…윤석열 '혐의 부인'
내란 재판이 거듭될수록 비상계엄이 있던 날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윤씨는 거듭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요. 지난 1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공판을 열고 조지호 경찰청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조 청장은 "처음에 '국회를 통제하라'고 해서 법률적 근거가 없어서 안 된다고 했다"며 "나중에는 국회로 월담하는 국회의원들이 많다며 '다 잡아라, 체포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에 검사는 "(윤씨가) '국회로 들어가는 것이 불법이니 체포해라'라고 말했나"라는 질문을 이어가자 조 청장은 "그 워딩(말)을 분명히 기억한다"고 답했습니다.
윤씨는 의원 체포와 국회 봉쇄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일관되게 하고 있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진술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는데요. 윤씨는 지난달 3일 열린 재판장에서 "내 기억에 술 아주 굉장히 많은 잔이 돌아간 것 같은데 거기서 무슨 뭐 시국 얘기할 그럴 상황은 아니지 않았나"라고 직접 신문했고, 곽 전 사령관은 "한동훈하고 일부 정치인들 일부 호명하면서 당신 앞에 잡아 오라 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며 추가 폭로를 내놨습니다.
이 같은 발언에 윤씨는 어색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는데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까지 비난하며 정치인 체포 지시도 부정했습니다. 그는 지난달 20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을 향해 "이 친구(여인형)가 뭘 검거하고 체포한다는데 도대체 이런 ABCD도 모르는 놈이 도대체 이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그런 생각 혹시 안 들었나"라고 물었습니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사령관이 저에게 소위 체포자 명단을 불러주면서 제가 보기엔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며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이 반국가단체나 간첩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습니다. 이 밖에도 윤씨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계엄 당일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독촉 전화를 한 사실도 부인하는 등 계엄 후 1년이 지나도록 반성 없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진하 기자 jh3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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