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지난해 12월3일은 비상계엄의 밤이었던 동시에 '빛의 혁명'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이른바 'K-민주주의'가 다시 광장에 선 셈입니다. 하지만 내란 주범과 공범자에 대한 심판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에 내란을 극복한 시민들은 1년 만에 다시 전국 각지의 광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빛의 혁명 1주년, 대통령 대국민 특별성명' 발표 후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강훈식 비서실장, 이 대통령,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사진=뉴시스)
국회부터 부산·대구까지 전국 광장 '집결'…"국민주권의 날로"
비상계엄 사태 1년을 맞은 3일, 전국 곳곳의 광장에서는 '내란 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촉구하는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집회·행진이 펼쳐졌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4일까지 이어진 계엄 해제 의결까지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은 다시 국회의사당 앞에 모였습니다.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범진보 5당은 오후 7시부터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끝나지 않은 내란 외환을 종식하기 위해 시민들이 다시 광장에 모였다"고 의미를 설명했습니다.
국회 앞뿐 아니라 부산과 대구, 광주와 전남·전북, 경기와 인천, 강원과 충청·제주까지 전국의 광장에는 '빛의 혁명'을 함께 이룬 시민이 모였습니다.
이 대통령은 빛의 혁명 1년을 기억하기 위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빛의 혁명 1주년' 특별성명을 통해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날을 함께 기념하겠다"면서 12월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12·3 친위 쿠데타를 수습하는 과정에 시민들이 있었다는 점 역시 상기하며 "세계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 위기를 평화적 방식으로 극복한 대한국민들이야말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습니다.
내신·외신과 각각 진행한 기자회견에서도 'K-민주주의'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독특함이 있다"며 "국민이 맡기지 않고 직접 행동하지만 폭력적이지 않고, 평화적이고 아름답게 행동한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테네 민주주의는 먼 이상 속에 있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지금 현실 속에 있는 모범"이라며 "대한민국의 힘은 민주주의에서 왔다. 사람을 귀히 여기고, 주권의식이 충만한 국민이 비민주적 시스템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5부 요인 초청 오찬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자리 안내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조희대 대법원장, 이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사진=뉴시스)
여전한 계엄의 상흔…남겨진 '개혁'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조희대 대법원장·김상환 헌법재판소장·김민석 국무총리·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등 5부 요인과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 모두가 헌정 질서를 지키는 책임 있는 주요 기관의 기관장들"이라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이날 5부 요인을 한자리에 모은 건, 빛의 혁명 1년의 의미와 향후 과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이날 '12·3 내란·외환 청산과 종식,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은 단순히 12·3 비상계엄의 해제 1주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미래 대한민국을 위한 '개혁 과제'에 대한 의제를 던지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국가 정상화'를 전면에 내세웠던 이재명정부는 외교·경제 지표 등을 계엄과 내란의 상흔에서 회복시켜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내란 가담자에 대한 처벌과 정치 양극화의 해소 문제, 계엄 이후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인한 경제 성장 침체 문제, 노사 관계의 개혁과 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등 6대 구조 개혁은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내란 가담자에 대한 명확한 처벌이 중요하지만, 그로 인한 통합의 어려움이 존재하고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통과됐지만 노사 관계는 아직 풀기 어려운 과제입니다.
또 빠르게 막아낸 계엄이지만, 경제성장률은 계엄 이후 반 토막이 됐고 금융·외환 시장의 혼란은 내수 경기 회복을 지연시켰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을 선방했지만 수출 둔화 가능성은 여전히 리스크입니다.
반면 시민 사회는 내란 세력에 대한 명확한 단죄와 사회 대개혁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이는 국민주권정부의 장기 과제로 남을 전망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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