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FO와 TACO사이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약소국에는 강한 트럼프, 중·러에는?
2026-01-09 06:00:00 2026-01-09 06: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고등학교 과정을 '뉴욕 군사학교'에서 보냈다. 트럼프가 음악교사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반항적이고 폭력적 성향을 보이자 그 부친이 군사학교로 보내버렸다. 군인을 양성하는 전문 사관학교가 아니라 군대식 교육을 표방하는 사립학교였다. 트럼프는 이 엄격한 교육 환경 속에서는 고분고분하게 적응하면서 우등생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강약약강'(强弱弱强) 스타일은 트럼프의 대외 정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백악관, 마두로 체포 당일 SNS에 '까불면 죽는다' 게시글. (사진=백악관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군은 베네수엘라를 기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뉴욕으로 압송했다. 전력 면에서 '어른 대 아이' 수준도 안 되는 베네수엘라를 압도하면서, 수뇌만을 콕 집어내는 사실상의 '참수 작전'을 벌였다. '절대적 결의'(Absolute Resolve)라는 작전명처럼 절대적, 압도적이었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5일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면서 '트럼프판 먼로 독트린'(The Trump Corollary to the Monroe Doctrine), 즉 '돈로 독트린'을 선포했다. 트럼프는 '서반구 패권 재건'이 목표인 이 '돈로 독트린'을 베네수엘라 침공이라는 군사행동으로 현실화했다.
 
미국 국무부가 올린 “이곳은 우리의 서반구”. (사진=미 국무부 X 캡처)
 
그러면서 그 속내를 투명하게 밝혔다. 베네수엘라 습격 직후 백악관은 엑스(옛 트위터)에 "까불면 죽는다(F*** Around and Find Out)"라는 뜻의 비속어 'FAFO'를 적은 트럼프 사진을 "장난은 없다"는 문구와 함께 올렸다. 이틀 뒤인 5일에는 국무부가 역시 트럼프가 배경인 사진에 "이곳은 우리의 반구(This is OUR Hemisphere)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안보가 위협받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적어 X에 띄웠다.
 
'서반구 전부가 미국 땅'이라 했으니 그 대상이 베네수엘라 하나뿐일 리는 없다. 마두로 압송 이후, 베네수엘라 바로 옆 콜롬비아 공격 의향을 묻는 질문에 트럼프는 "좋은 생각인 것 같다"고 답했다.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해서도 "국가안보, 방어의 관점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했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를 이어받아 "그린란드 확보 위해 미군 활용도 가능"하다고 했다. 덴마크는 1949년에 미국과 함께 북대서약조약기구(NATO·나토)를 창립한 나라 중 하나다.
 
나토 헌장 5조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 대응하게 돼 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자동개입' 조항이고, 이게 나토의 기둥이다. 그런데 만약 미군이 그린란드를 점령한다면, 나토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덴마크와 유럽에서 난리가 나자 트럼프 정부는 "매입이 우선 목표"라면서도 군사적 수단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군은 이미 그린란드에 북극을 가로지르는 미사일 추적 기지를 두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최측근 CNN 인터뷰서 "현실 세계는 힘과 무력이 지배, 태초부터 불변의 법칙"
 
사진으로는 부족했을까? 트럼프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은 그린란드를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현실 세계는 힘과 무력,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이것이 태초부터 이어져온 불변의 법칙"이라는 '철학'을 설파하기까지 했다. 이렇게까지 솔직할 수 있을까? 냉전 이후 미국이 자신의 도전자들을 압박했던 '규칙 기반 국제질서'라는 허울마저 완전히 내다 버린 것이다.
 
러시아의 2인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습격에 대해 "미국은 이제 러시아를 비난할 근거가 없다"면서 "강자의 법은 평범한 정의보다 강하다"고 했다. 사실상 전쟁 상태인 미국과 러시아의 핵심 인사들이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 같은 만만한 나라들에는 "까불면 죽는다"며 거칠 것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에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4월 중국에 대한 '관세전쟁'이 희토류로 맞선 중국의 반격에 막혀 실패한 뒤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부산 미·중 정상회담 전후로 연달아 '주요 2개국(G2)'표현을 썼다. 중국의 위상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을 제압하는 것보다 협력하는 쪽이 더 강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동안 금지해왔던 엔비디아의 GPU 'H200'의 중국 수출도 허용했다. H200은 최신 '블랙웰'보다는 떨어지지만, 챗GPT에 근접했다는 중국 AI '딥시크'를 만든 'H20'과 견줘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보이는 첨단 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사저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 "중국, 제압하는 것도 협력하는 쪽이 더 강해지는 길"
 
중국이 핵심 이익 중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응 의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알게 될 것"이라거나 "관세를 200% 부과할 것"이라고 답한다. 심지어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9500마일이나 떨어져 있다. 미국의 방어 지원을 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대만의 복장을 터트리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는 올해 4월 중국을 방문한다. 그 이후 시진핑 주석이 답방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제 우리는 큰 그림(big picture)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만 총 네 번의 미·중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러시아에는 어떤가? 미국이 중재에 나선 러-우 전쟁 종전안은 '침략자' 러시아의 요구를 기초로 우크라이나의 불만을 무마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TACO라는 별명이 따라다니는 이유다.
 
이번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이전에 미국이 한 대외 공격들과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고 특수작전으로 딱 수뇌만 '제거'한 것이다.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이라크에서 겪은 처참한 실패에 대한 반면교사다.
 
하지만 이런 전략 변화가 순탄하게 성공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는 3일자 사설에서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의 외교 정책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리 형편없는 정권이라도 전복시키려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황방열 통일외교 전문위원 bangyeoulhwang@gmail.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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