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집단소송제’가 있었다면
2026-01-14 16:28:36 2026-01-14 16:39:55
최근 통신 3사와 쿠팡 등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자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는 쿠팡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센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집단소송제 도입을 주문하면서 정치권 입법 시계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승소하면 그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미치는 제도다. 개별적으로 소송을 걸기 힘든 소액 피해자들이나 거대 기업을 상대로 한 대규모 피해 사건에서 강력한 구제 수단으로 꼽힌다. 잘못에 따라 수조 원대 배상금을 물어낼 수도 있는 만큼 기업에 경각심을 줘 불법행위를 미연에 방지하고, 강력한 사후 제재로 소비자 피해를 실효성 있게 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우려가 없진 않다. 기업을 압박해 합의금을 타내기 위한 목적의 소송 남발(남소)과 이에 따른 기업 경영활동 위축, 형사처벌·과징금·행정제재에 더한 중복 처벌 가능성 등이다. 재계가 집단소송제를 강력 반대하는 이유다지난 2020년 문재인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을 추진했을 당시에도 재계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반대 의견에 타당한 면도 있지만 과장도 없지 않다. 집단소송제도는 세상에 없는 제도가 아니다. 경제협력기구 38개 회원국 중 집단적 금전배상 제도가 없는 곳은 한국과 튀르키예뿐이다. 상법 개정안의 반대 논리였던 소송 남발 우려도 기우에 가깝다. 법원의 소송 허가를 받아야 하는 데다, 본 소송에서 패소하면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물어줘야 하는 까닭에 문턱이 절대 낮지 않은 것이다.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소액·다수 개인정보 피해에 대한 실질적 피해보상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판결의 효력이 모든 피해자에게 미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형태의 집단소송은 소액·다수 피해 구제에 보다 적합한 대안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다만 집단소송제를 설계할 때에는 피해자의 처분권이 부당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충분하고 명확한 고지·통지 체계를 갖추고재판부가 행사하게 될 재량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하며이미 개인정보보호법에 존재하는 제재·구제 수단과의 체계적 조정을 이루는 등 제도 운영의 기반을 면밀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잘못을 바로잡고 예방에 투자하게 하는 집단소송 같은 사후 제재가 있거나 강했다면, 지금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이처럼 빈번하게 터져 나왔을까.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이 국내 소비자를 무시하고 미 투자자를 우대한 것은 미국에 있는 집단소송제도가 한국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참에 재계가 주장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함께 정교한 안전장치도 설계했으면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에만 적용되는 집단소송제를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기업 간 담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의 분야로만 확대할 수도 있다. 이재명정부가 형사처벌을 줄이는 경제형벌 합리화에 나선 만큼, 기업 책임을 되묻는 민사소송제도 강화는 필연적이다.
 
배덕훈 재계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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