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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명품업체 잇단 가격인하..소비자들 `불쾌`
가격 올릴 땐 해명없이 많이, 내릴 땐 찔끔...가격정책 신뢰감 상실
2011-07-19 15:28:46 2011-07-20 09:04:08
[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에도 가격을 인상해 비난을 자초했던 해외명품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가격 인하를 발표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가격인하의 빗장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먼저 제쳤다. 에르메스는 지난 15일부터 평균 5.6%, 최고 10%의 가격 인하 방침을 발표했다. "한-EU FTA 발효에 따른 혜택을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자 에르메스와 함께 명품 `빅3`로 불리는 샤넬도 가격인하에 동참했다.
 
샤넬은 지난 18일 "한-EU FTA 발효에 따른 관세 철폐분을 의류 핸드백 등 패션 관련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로 결정했으며 7월 선적되는 제품부터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달 1일부터 발효된 한·EU FTA에 따라 가죽가방 8%, 의류 13%, 구두 13% 등 기존에 품목별로 붙던 관세가 없어져 사넬의 경우 3%의 가격인하가 가능해진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명품업체들의 가격인하 러시는 최근까지 이들 업체의 행보와 180도 다른 것이어서 소비자들의 눈총을 사고 있다.
 
관세철폐를 앞두고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 인하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샤넬은 지난 5월 평균 25% 가격을 올리는 등 최근 2년반 동안 4번이나 가격을 올렸고, 루이비통은 지난 2월에 이어 지난달 24일에도 4~5%가량 제품가격을 인상했다.
 
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도 지난 6일 제품 가격을 3~12% 기습 인상했다. 
 
당시 이들은 일방적 발표 외에는 가격인상 원인에 대해 이렇다할 해명을 하지 않아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런 명품업체들이 에르메스 가격인하 조치이후 슬그머니 관세철폐를 핑계로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하자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명품관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23.여)는 "관세철폐 발효를 앞두고 잇따라 가격을 올리더니 언론의 비판에 마지 못해 가격을 내리는 것을 보자니 국내 소비자를 우롱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씨(46)도 "해외 명품업체들의 가격 인하는 단순히 시장장악을 위한 그들만의 싸움일 뿐 한국 소비자들을 위한 조치는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회사원 신모씨(34.여)는 "이번 명품업체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국내 명품시장이 커가는데 한국 소비자들의 영향력은 점점 왜소해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들이 나서야 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대학생 김모씨(26)는 "예전부터 명품이 가격정책을 통해 가격을 조정해온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FTA로 3~5% 인하된다고 해도 (기존 인상전 보다) 싼가격은 아니다"며 "(이번가격인하가) 한국 소비자 기만술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분개했다.
 
뉴스토마토 정헌철 기자 hunchu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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